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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초고속카메라 도입' 한화가 기대하는 1/882초의 효과

기사입력 2020.02.10 14:07 / 기사수정 2020.02.10 14:45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랜더는 초고속카메라를 통해 슬라이더 릴리스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립을 수정했다. 수정과 동시에 슬라이더는 보다 효과적인 공이 됐고, 벌랜더는 더욱 위력적인 선수가 됐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한화 이글스는 벌랜더의 슬라이더를 살린 이 초고속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벌랜더의 사례를 인상적으로 봤던 정민철 단장이 1군과 2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두 대의 카메라를 직접 공수했다.

정민철 단장은 "초고속카메라로 촬영된 모습이 방송에도 잡히긴 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수는 없다. 또 중계에 많이 잡히지 않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초고속카메라를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채드벨의 투구를 촬영한 것을 시작으로 한화는 이번 캠프에서 모든 선수들의 피칭 장면을 찍고 선수들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화가 구입한 초고속카메라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투수용 모델로, 실내외,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한화 관계자는 "초고속 움직임을 특수 이미지 센서로 초당 882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고, 슬로우 모션으로 확인이 가능해 그립이나 스핀 확인이 용이하다. 생체 공학 분석에 따라 릴리스 포인트와 투구폼을 수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투구폼을 수정하거나 투구의 문제점을 집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투구 동작의 세밀한 부분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로 투수들에게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교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정민철 단장은 "모든 선수들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피드백이 갈 것이다. 말로만 전달하는 것보다 본인이 눈으로 보고 투구하는 것이 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초고속카메라의 '영입 효과'를 기대했다.

한화의 첫 초고속카메라 촬영자였던 채드벨도 초고속카메라의 도입을 반겼다. 채드벨은 "몇 년 전에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훈련을 해본 적이 있다"고 돌아보며 "그립에 따른 공의 비행 각도 등을 아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게 적합한 그립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초고속카메라를 통해 변화구 그립을 세밀하게 체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민철 단장은 한화 이글스 단장 선임 직후 "눈으로 봐야 코칭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대"라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랩소도와 트랙맨, 블라스트 등의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초고속카메라 역시 점진적인 팀의 전력 강화를 위한 '데이터화'의 출발이다. 최첨단 장비를 사용한다고 단숨에 강팀이 될 수는 없지만, 변화는 882분의 1초의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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