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7.20 13:46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조광래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대표팀 신임 감독 인선 회의를 하루 앞둔 20일, 협회와 언론을 통해 조광래 경남FC 감독이 단독 후보로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그의 대표팀 감독 선임이 확정된 것이다.
조광래 감독은 21일 기술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감독 선임은 한국 축구사적으로도, 대표팀 내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며, 이는 한국 축구에 세 가지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1. 적극적인 유망주의 발굴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던 것은 2002년과 2010년 단 두 번뿐이다. 그리고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허정무 감독이 눈에 띄는 새 얼굴을 다수 발굴해 대표팀의 전력을 한층 높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기존의 이동국·김도훈 등을 대신해 언론이 예비 엔트리 탈락 1순위라고 여기던 박지성과 김남일을 비롯해 송종국·이영표를 발탁했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다.
허정무 감독도 K-리그에서 자라나던 유망주였던 이청용·기성용 등을 대표팀에 발탁하고 이운재 대신 정성룡을 주전 골키퍼를 중용하면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업적을 이루는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이청용과 기성용은 물론 대표팀에 발탁되면서부터 기량이 일취월장해 유럽으로 진출, 한국 축구 전체에도 크나큰 영향을 줬다.
유망주 발굴에 있어서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조광래 감독의 능력은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조광래 감독은 안양LG와 FC서울 감독 시절 "성인이 돼서 입단하면 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어린 재목을 한번 키워보고 싶다."라는 이유에서 김동진·정조국·박용호·최원권·김치곤 등 고졸 선수를 시작으로 이청용·고명진·안상현·김동석 중학교 중퇴 선수들을 속속 영입하며 육성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이제 K-리그와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 현재도 조광래 감독은 재정이 부족한 도민 구단에서도 젊고 어린 원석을 다듬어 보석으로 길러 내고 있다. 김동찬·서상민·이훈, 이용래·김주영·윤빛가람 등은 그가 번외지명이나 드래프트를 통해 직접 발굴한 선수들.
경남은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노장 GK 김병지와 김동찬 단둘 뿐이다. 주전 평균 나이는 23.9세다. 그럼에도 경남은 현재 K-리그 4위, 컵대회 4강, FA컵 16강에 오르며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고, 조광래 감독은 개막전 기자회견에서 "K-리그 우승을 노리겠다."라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 재정과 환경이 부족했던 경남에서와 달리 마음껏 선수 선발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광래 감독의 '선수를 알아보는 안목'이 2010년대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유망주를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대한축구협회 '코드 인사론' 불식
대표팀 신임 감독 후보에 여러 이름이 오르내릴 당시 가장 유력한 두 후보는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김호곤 감독을 더 유력한 후보로 거론했는데, 그 이유는 김호곤 감독이 1980년 대표팀 트레이너로 시작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코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감독을 거쳐 축구협회 전무까지 지내며 협회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광래 감독은 지난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조중연 현 회장과 대척점에 있었던 허승표 후보의 대표적인 지지자였다. 자연스레 현재 협회 수뇌부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다. 그렇기에 조광래 감독의 선임 가능성을 낮게 본 시선이 많았다.
사실 그동안 축구협회와 언론·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축구협회의 '친여권' 인사가 아니라면 대표팀의 수장을 맡기가 어렵다는 설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이번 '탕평책'으로 그러한 부정적인 편견이 해소될 기회가 마련됐다.
이를 계기로 축구계 유력 인사들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하나로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점은 조광래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이 한국 축구사에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3. K-리그와 대표팀의 관계
조광래 감독은 현 K-리그 감독이다. 조광래 감독은 올해 말까지 경남과 계약이 맺어진 상태지만,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 8월 11일 A매치를 앞두고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회가 K-리그를 자신들의 하부 조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감독 빼내기를 감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실제로 협회는 2007년 부산 아이파크에 취임한 지 17일밖에 지나지 않은 박성화 감독을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며 부산과 K-리그 팬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그런 기억 때문에 조광래 감독이 신임 대표팀 감독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경남 팬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것은 당연한 일. 이에 조광래 감독은 협회 측에 경남과의 남은 계약 기간 동안 대표팀과 소속팀 감독을 겸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표팀과 소속팀 감독을 겸임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많다. 히딩크 감독은 과거 PSV에인트호벤과 호주, 첼시와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겸임했으며 리키 허버트 뉴질랜드대표팀 감독 역시 남아공월드컵 기간에 뉴질랜드 웰링턴 피닉스 감독을 겸임했었다.
특히 경남은 올 시즌 조광래 감독이 2008년부터 이어온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의 정점을 찍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우승은 물론 내년도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따낼 수 있다. 그렇기에 경남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까지도 자신들을 여기까지 이끌어준 조광래 감독을 그 어느 때보다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조광래 감독과 경남의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말까지 대표팀은 A매치가 세 번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조광래 감독은 K-리그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겸임하기에 결코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과 경남 감독을 겸임하면서 양쪽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향후 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협회와 K-리그가 대치하는 것이 아닌,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사진=조광래 감독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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