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7.08 08:05 / 기사수정 2010.07.08 08:06
황재균은 지난 시즌 타율 0.284 18홈런 63타점 30도루로 맹활약하며 넥센의 확고부동한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을 했다. 지난 시즌 동기생 강정호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도 "황재균과 강정호는 넥센의 미래다" 며 끝없는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과는 달리 황재균의 올 시즌은 버겁다. 시즌 초 타격 연습을 하다가 손목 부상을 당해 이미 한 달간 결장을 했다. 5월 11일 자로 1군 복귀를 했지만, 부상과 함께 타격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타율 0.225, 0.605의 OPS, 2홈런 21타점 12도루의 초라한 성적이다. 손목을 다치면서 팔로우 스로우를 확실하게 하지 못해 타구의 질이 지난 시즌에 비해 떨어졌다. 절대 장타율도 지난 시즌의 0.170에서 0.065으로 많이 떨어졌다.
믿음과 배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선수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는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당장 성적이 좋지 않다고 그 선수를 2군으로 보내면 그 팀의 미래는 없다. 때로는 팀 성적의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선수가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며 확고한 선수 육성 지론을 드러냈다. 게다가 "팀이 오늘 지는 한이 있어도 투수들은 절대 무리하게 연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며 항상 선수 보호를 강조했다.
이렇듯 김 감독은 성실하고 싹수가 보이는 선수를 최대한 배려하고 밀어준다. 황재균도 김 감독의 이러한 배려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시즌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1군 복귀 후 계속 부진했지만 "언젠가는 해줄 선수다" 며 계속해서 선발 라인업에 그를 포함했다. 게다가 수비에서 에러를 해도 "바로 빼 버릴까 생각했지만, (황)재균이의 사기를 고려해서 그냥 놔뒀다" 며 애제자가 제 궤도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믿음의 양면성
그러나 그가 복귀한 지도 어느덧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그의 타율은 5월 11일 복귀 직후 0.250에서 0.225로 더 떨어졌다. 주전 야수로서는 사실상 낙제점이다. 그러자 김 감독도 더는 참지 못하고 그를 2군으로 내리는 '용단'을 내렸다. 김 감독은 7일 창원 롯데전을 앞두고 "재균이가 어제 실책을 범해서 강진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깊이 생각해보고 내린 결정" 이라며 쉽지 않은 결단이었음을 드러냈다.
이는 김 감독 또한 지나친 기대와 믿음은 오히려 선수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극을 줘서 선수를 채찍질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10년간의 투수 코치 경력을 통해서 익히 잘 알고 있다. 선수 본인의 부주의로 올 시즌을 반납한 김영민, 스프링캠프에서 부상과 불성실한 자세를 보인 조용준, 황두성, 신철인 등은 올 시즌 넥센의 주요 마운드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단 한 차례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애초 이들에게 적지 않은 기대를 했으나 가차없이 내쳤다.
또한, 넥센의 미래라고 불렸지만,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강윤구에 대해서도 "본인이 재활에 성공하고 2군에서 성과를 내야 1군에 올라올 수 있다. 이미 내 기억에서 없는 선수"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7일 김 감독은 황재균이 2군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복귀 시점은 알 수 없다. 올스타전 때문에 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2군에서 잘해야 올릴 것이다" 라며 '장기 결장'을 예고했다. 이는 그만큼 황재균이 더욱 정신적으로 강해져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채찍질이다.
사실 황재균이 손목 부상으로 강진에 있었을 때도 "강진에서 실적을 내야 돌아온다. 다른 선수가 잘해주면 당연히 자리가 없다" 고 말했지만, 사실 그 또한 제자에 대한 '사랑의 채찍질'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렇듯 김 감독은 성실하고 자질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애정과 믿음을 주지만, 지나치게 부진하거나 성실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가차없이 등을 돌려버린다. 황재균도 김 감독 특유의 육성 지론에 따라 강진행을 선고받았다. 김 감독은 당분간 그를 잊고 넥센을 지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황재균이 보여줄 차례다. 그가 2군에서 뛰어난 실적을 내야 김 감독의 관심을 받아 1군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고, 1군에서도 잘해야 비로써 김 감독의 믿음을 완전히 되찾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어쩌면 김 감독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인지도 모른다.
[사진= 황재균, 김시진 감독 (C) 넥센 히어로즈-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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