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임부근 인턴기자]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마땅한 풀백 자원이 없던 리버풀이 세계 최고 수준의 풀백을 보유하자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게 되기까지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수많은 측면 수비수들이 리버풀을 거쳐갔다. 하지만 누구도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지 못했고,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이 마침내 길고 긴 잔혹사를 끊어냈다.
아놀드는 2018년 8월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20)를 기록하고 있다. 앤드류 로버트슨 역시 16개로 이 부문 3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리버풀에게 이 두 풀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지금에서야 풀백들의 활약에 미소 지을 수 있지만, 측면 수비는 몇 년 전만 해도 가장 골치 아픈 자리 중 하나였다. 영입하는 선수마다 족족 실패를 거듭했고, 몇몇 팬들은 측면 수비를 자리를 일컬어 '무덤'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 필립 데겐, 폴 콘체스키... 암흑기의 시작
리버풀은 왼쪽 측면 수비인 파비우 아우렐리우와 반대편에 섰던 알바로 아르벨로아 이후 풀백 자원이 뚝 끊겼다. 아우렐리우가 좋은 활약을 보여줌에도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자 2008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안드레아 도세나를 영입했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좋은 활약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년도 채우지 못하고(2008년 7월~2010년 1월) 팀을 떠났다.
도세나와 같은 시기에 영입한 필립 데겐은 아르벨로아(2009년 레알 마드리드 이적)의 대체자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고,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보다 취미인 요리하는 사진이 더 많아 '요리사'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리버풀에서 3시즌 간(2008년~2011년) 몸 담았지만,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공격 포인트는 '0'이었다.
리버풀이 2009/10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글렌 존슨은 그나마 준수한 활약을 했다. 2014/15시즌까지 200경기에 나와 9골 19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 수록 하락세가 뚜렷해졌고, 결국 스토크 시티로 이적했다.
2010년 8월에 영입한 폴 콘체스키는 리버풀 팬들에게 금기 단어가 될 정도로 최악에 가까웠다. 콘체스키는 한 시즌만 뛴 채 팀을 떠났다. 이듬해 콘체스키의 대체자로 영입한 호세 엔리케는 5시즌 동안 팀에 있었지만, 첫 두 시즌만 준수한 활약을 펼쳤을 뿐 역시 오랜 기간 활약하지 못했다. 그 사이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에밀리아노 인수아(슈투트가르트)는 2011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조용히 팀을 떠났다.
▲ '애증' 알베르토 모레노,'중박' 나다니엘 클라인과 제임스 밀너
이후 2014/15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모레노(비야레알), 하비에르 만키요(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영입했다. 그러나 만키요는 리버풀에서 한 시즌 동안 19경기만을 소화한 뒤 팀을 떠났고, 모레노는 지난 시즌까지 143경기를 뛰었지만 계륵 신세로 전락하며 올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둥지를 옮겼다.
2015년 여름 이적시장에선 클라인과 밀너를 영입하면서 숨통이 조금 트였다. 클라인은 두 시즌(2015/16~2016/17)동안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제임스 밀너도 본래 중앙 미드필더였지만 헌신적인 자세로 측면 수비수를 소화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클라인은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발목을 잡았고, 밀너 역시 전문적인 풀백이 아니었기에 공격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긴 암흑기 끝에 찾아온 빛... 로버트슨과 아놀드의 등장
그리고 마침내 2017/18시즌을 앞두고 헐 시티에서 로버트슨을 영입했고, 유스팀에서 성장하던 아놀드도 본격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로버트슨과 아놀드의 맹활약에 힘입어 측면에서 파괴력이 생겼고, 이는 마네, 살라, 피르미누의 공격력이 더욱 극대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리버풀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타이틀을 따냈고, EPL에선 역대 최다 승점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로버트슨은 리버풀에서 지금까지 106경기에 나와 3골 23도움을 기록했다. 아놀드는 124경기에서 10골 34도움 올리고 있다. 로버트슨과 아놀드는 리버풀의 오랜 숙원이었던 측면 수비 문제를 해결한 복덩이 같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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