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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 축구, '밀집수비 증후군' 극복해야

기사입력 2006.12.15 01:48 / 기사수정 2006.12.15 01:48

이우람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우람 기자] 20년 만에 금메달’ 을 노리던 AG 축구대표팀은 또 다시 4년 뒤를 기약해야했다.

축구 대표팀은 12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시종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 전반 이라크에 수비 실수로 허용한 한 번의 역습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0-1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20년 동안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던 아시안게임이었지만, 이번 준결승전 패배는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까웠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에서 이란에 덜미를 잡혔지만, 그때는 연장전에 이은 승부차기까지 갔었고 적어도 이란 선수들은 한국과 대등한 경기 내용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전은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였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대표팀, 중요한 순간마다 ´밀집수비 증후군´ 극복해야

대표팀은 상대팀이 거의 수비에 올인한 ´밀집수비 증후군´을 이번 이라크 전에서도 다시 보인 기색이 역력했다. 조별예선 방글라데시전에서도 상대팀의 이런 대응에 3골(?)만 뽑아내 도마 위로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 준결승전에서는 아예 속수무책이었다.

이라크 전을 돌이켜보면서 느낀 점은, ´잘한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졌을까?´라는 의문 부호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 그것도 그럴 것이, 경기 전 ‘중동텃세’를 우려했던 판정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고, 우리 대표팀의 공격력도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중앙공격수로 나선 정조국과 김동현의 슈팅, 제공권도 좋아 보였고, 박주영의 감각적인 몸놀림도 괜찮았다. 베어벡 감독이 의도했던 전술도 괜찮아 보였다. 이렇게 겉에서 좋은 보인 결과는. 이라크를 향해 날린 슈팅이 무려 20개에, 코너킥만 18개다. 우리 눈으로도 보았지만, 수치로도 경기를 지배하긴 했다.

그러나 축구는 충분히 우리의 의지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상대의 골망을 흔들지 못하면 아무리 잘해도 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이라크전은 경기를 지배하고도 결정적이지 못한 것이 단적인 모습이었다.

상대 선수들의 경기 매너를 탓하긴 보단, 적어도 이번 이라크 선수들이 훨씬 판단도 빠르고 그에 따른 몸놀림이 빨랐다. 적어도 그런 판단으로 20분은 벌지 않았던가.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초반부터 상대의 그런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모든 종목이 다 그렇지만, 동료와의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축구는 어느 종목보다 90분 동안 끝까지 집중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에만 너무 집착해서 나오는 불안감으로 경기력이 저하되면 결코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없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쳤다고 해도, 그를 뚫어낼 혜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이라크가 한국 진영에 거의 한, 두 명 정도의 극소수의 선수만 배치한 채, 수비에 올인한 채 ‘드러눕기’로 나섰으니 어려운 경기였음임은 분명하다. 더구나 선취골을 먼저 내어주었기에 쫓기는 입장이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워낙 경기를 지배한 내용을 보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아쉽다.

´밀집수비 증후군´은 단조로움보다 과감함이 필요하다.

물론 베어벡 감독의 의도도 측변에서의 크로스에 이은 포스트 플레이의 일변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진정한 강자라면, 초조해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숨도 고르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안정된 패스워크에 이은 좌우로 흔들기를 통해 수비의 틈을 벌리고, 그 벌어진 틈으로 정확한 중거리 슛을 했으면 어땠을까. 후반 중반 김두현을 넣었다면 단조로운 포스트 플레이와 함께 벌어진 이라크 수비 틈으로 과감한 중거리 슛이 필요했다.

또 김치우를 비롯해 윙백들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역시 무조건 크로스보단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밀고 들어오는 플레이가 필요했다. 이라크가 아무리 우리보다 약체라고 해도, 9명~10명의 선수를 수비로 쓰면 뚫기가 어렵다. 그런 상대 진영에서 미드필드 플레이를 실종시키고 크로스 일변도로만 나가는 플레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수비지역에 상대 수비수가 많아도 그들이 우리의 공격을 수비할 대응이 안 되어있으면 상대 수비의 숫자는 크게 의미가 없다. 하지만, 느리고 높은 크로스라든지 변화가 없는 공격 전략은 상대가 수비를 준비하고 편하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기에, 점유율이 높아도 득점을 내기 힘들다. 상대의 ´밀집수비 증후군´을 털어내려면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것이 능사만은 아닌 것이다.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최전방 원톱으로 후반 김동현이 들어와서 충분히 제 몫을 해 줬지만,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세컨볼을 따내는 움직임이 미진했다. 이러한 움직임도 좀 더 집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밀집수비의 대응책은 다른 것이 없다. 집중력 있는 공격과 논스톱 플레이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후반 막판 염기훈이 접지 말고 바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절로 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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