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월드컵 초대 우승국' 우루과이가 아프라카의 마지막 자존심 가나를 극적으로 꺾고 40년 만의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리였다.
3일 새벽(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의 사커 시티에서 벌어진 남아공 월드컵 8강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연장전까지 120분간 1-1로 비긴 후에 승부차기에서 4-2로 가나를 물리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연장 후반 종료직전, 가나에 페널티 킥을 내준 상황부터 모든 게 극적이었다.
전반 종료직전의 설리 알리 문타리, 후반 9분의 디에고 포를란, 양팀의 에이스들은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서로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양팀의 승부가 연장을 넘어 승부차기를 앞둔 시점. 양팀의 또 다른 에이스가 이 순간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나란히 이번 대회 세 골을 득점하며 득점왕 경쟁을 벌이던 루이스 수아레스와 아사모아 기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먼저 사고를 친 쪽은 수아레스였다. 우루과이 진영 왼쪽 외곽에서 올라온 가나의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우루과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수아레스가 골문으로 들어오는 도미니크 아디야의 헤딩 슛을 손으로 막아낸 것이다.
당연히, 수아레스는 퇴장을 당하고 가나에 페널티 킥이 주어졌다. 그러나 우루과이를 위한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페널티 킥으로 두 골을 성공시켰던 가나의 주 공격수 기안이 그만, 천금 같은 페널티 킥을 실축한 것이다.
그리고 맞이한 승부차기. 사실 우루과이로서는 승부차기가 달가운 팀이 아니다. 지난 코파 아메리카 2001, 2004, 2007 대회에서 세 번 연거푸 승부차기 패배로 눈물을 흘린 승부차기 트라우마가 있다. 2001년 대회는 온두라스에 패배하며 4위에 머물렀고, 2004년과 2007년에는4강전에서 브라질에 패배하며 결승진출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남아공월드컵 8강전은 우루과이의 페널티 킥 징크스를 날려버리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비록, 막시 페레이라가 어이없는 실축을 했지만 수문장인 페르난도 무슬레라가 상대 페널티 킥을 두 번이나 막아내며 우루과이는 11년 만에, 승부차기 징크스를 날렸다.
1930년과 1950년 월드컵 우승, 1970년 월드컵 4위를 끝으로 세계 축구의 강자자리에서 추락한 우루과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을 마지막으로 마치 남미 축구의 변방이 되었다. 엔쏘 프란쎄스콜리, 구스타보 포솃, 알바로 레코바, 디에고 포를란 등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은 계속 배출됐지만 페냐롤과 나씨오날(우루과이 양대 클럽)로의 내분, 그리고 유럽파와 남미파와의 호흡 부재 등으로 '우루과이'라는 하나의 팀을 구성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2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든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의 지도력으로 우루과이는 비로서 '한 팀'으로 거듭났다. 포를란과 수아레스라는 유럽 최정상급 스트라이커들이 손발이 맞아가자 우루과이는 어떤 수비를 상대해도 득점이 가능해졌고 조직이 갖춰진 수비는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오는 7일 새벽, 네덜란드를 상대하는 우루과이의 도전이 40년만의 4강으로 마무리될지, 60년만의 결승진출로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우루과이 축구 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