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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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가 없어 일본에 고전한 파라과이

기사입력 2010.06.30 10:25 / 기사수정 2010.06.30 10:25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과라니 전사' 파라과이가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월드컵 참가 80년 만에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미드필드에서 파라과이가 일본에 우세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파라과이는90분 안에 결정지을 수 있던 승부를 120분간의 혈투로 마무리한 셈이다.
 


29일 밤, 프리토리아의 로프터스 퍼스펠트 경기장에서 치러진 남아공 월드컵 16강, 파라과이와 일본과의 경기에서 파라과이는 일본과 120분에 걸친 무득점의 혈투를 벌였고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가까스로 8강에 합류했다. 우루과이에 패한 한국까지, 이로써 아시아 축구의 돌풍은 남미 축구라는 거대한 태풍에 잠식되고 말았다.  
 
사실, 아시아 팀을 꺾고 8강에 합류한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는 이번 대회에서 보이는 모습이 상당히 유사하다. 두 팀 모두 단단한 수비조직을 통한 철통 같은 수비력이 돋보이고 미드필더진은 왕성한 활동량과 헌신적인 플레이를 통해 상대 팀의 중원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또한, 디에고 포를란-루이스 수아레스, 로케 산타크루스-루카스 바리오스 같은 출중한 스트라이커의 존재로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는 편안히 수비에 몰입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공격수들이 거둔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수아레스와 포를란이 5골을 터트리며 우루과이 공격의 확실한 해결사 노릇을 훌륭히 소화했다면 파라과이의 경우, 공격진에서 단 한 골도 터지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90분의 격전을 치른 우루과이와 승부차기의 혈전을 벌인 파라과이의 차이였다.
 
비록 조1위를 차지했지만, 파라과이는 조별리그에서 단 세 골을 득점하는 골 가뭄을 겪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중원의 압박과 촘촘한 수비조직이 아니었다면 파라과이는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다행히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이 득점에도 관여하며 파라과이를 살렸지만, 파라과이의 총체적인 문제는 이미 조별리그 최종전이던 뉴질랜드전에서 드러난 바 있다.
 
그것은 파라과이의 남미식 카테나치오가 이탈리아나 슬로바키아 같은 강한 공격력의 팀을 상대로 무척 효율적인 면을 과시했지만, 뉴질랜드처럼 수비에 치중하는 약팀을 상대로는 답답한 공격력으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다. 공격수들이 득점을 해줘야 상대 팀의 밀집 수비가 풀어질 텐데 득점이 안 되니 밀집 수비가 90분 동안 유지된 것이다.
 
파라과이의 이러한 문제점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두텁게 수비진을 구축한 일본을 상대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산타크루스는 자신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키며 90분 안에 결정지을 수 있던 승부를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고 바리오스는 대회전 폭발적이던 득점 감각을 잃어버린 게 너무나 유감스러웠다.
 
교체 투입된 넬슨 아에도 발데스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일본 수비진을 흔들었지만, 혼자의 힘으로 둔탁한 공격진에 희망이 되기는 역부족이었다. 포르투갈리그 득점왕, 오스카르 카르도소는 여전히 팀플레이에 융화되지 못하며 실망스러운 플레이로 일관했다.
 
문제는 일본이 뉴질랜드같이 덩치로만 밀어붙이는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완벽한 중원 장악에도 공격진이 득점을 못하니 일본은 뉴질랜드와 비교할 수 없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파라과이 문전에 수많은 위협을 가했다. 파라과이가 이번 대회 비 남미 팀에 패한 첫 남미 팀이 된다 해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지금까지의 파라과이 축구를 봤을 때 파라과이로서는 다음8강전 상대가 에스파냐인 점이 오히려 다행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에스파냐의 공격력은 파라과이가 그동안 상대한 팀들의 공격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파라과이가 에스파냐에 대항할 역습 축구를 온전히 진행하려면, 다른 수가 없다. 산타크루스, 바리오스, 발데스, 카르도소, 이들 네 명의 공격수가 하루빨리 집단적인 부진에서 탈출하는 길뿐이다.

 [사진=파라과이 축구 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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