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KB가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리고 있어, 구단 관계자는 물론 팬들의 입술마저 바싹바싹 말라가고 있는 상황. 고양이 가장 최근 넣은 골은 지난 10월 28일 강릉시청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23분 기록한 김재구의 득점으로 세트피스를 이용한 프리킥 골이었다.
이후 울산미포, 부산교통공사, FA컵 수원삼성, 챔피언 결정전 1차전 할렐루야 경기까지 4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시간으로 따지자면 벌써 '382분째' 침묵중이다.
후기리그 초반 불안정했던 조직력이 중반 레이스부터는 어느정도 손발이 맞아가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끝 마무리. 미드필드를 장악하고도 승점을 날려먹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있다. 그나마 후기리그에 기록한 팀의 12득점 중, 스트라이커에 의한 골은 단 3골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에 주전 스트라이커인 고민기는 단 1득점에 그쳐있는 상황.
후기리그 3골로 팀내 득점 공동 선두들 달리고 있는 김재구와 김윤동은 사실 골과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다. 김재구는 차종윤과 함께 더블 보란치 형태를 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이고, 김윤동은 왼쪽 윙백이다.
이 기형적인 득점 랭킹만 보더라도 공격력에 비상이 걸렸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조사하면 다 나와'
이미 상대팀들에게 공격패턴을 간파당했다.
고양의 주 공격루트는 발빠른 양쪽 윙포워드인 김요환과 김동민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대팀은 이미 고양의 전술을 파악하고, 공격 루트를 사전에 차단한다.
때문에 고양 입장에서는 높은 볼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무딘 창끝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플레이를 전개하고 있다. 공격을 전개해 나가던 김요환, 김동민의 침묵은 곧 고양의 침묵이다.
상대팀들은 미드필드 2선을 두텁게 해 이들을 미리 차단, 공격의 실마리를 주지 않았다. '외로운 고민기'
고민기가 고민에 빠졌다. 탁월한 포스트 플레이와 가공할 결정력을 보여주던 고민기는 공 한번 잡기가 여간 쉽지 않다. 타켓형 원톱 스트라이커 고민기는 완전히 고립돼 득점은 커녕 슈팅 기회조차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고민기는 지난 22일 벌어진 챔피언 결정전 1차전 할렐루야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고도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팀의 공격력 역시 침묵했다.
고민기의 고립 이후, 스스로 만들어 가려는 미드필드진의 지나칠 정도로 세밀한 플레이도 득점력 부진의 원인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감한 중거리슛 하나 없이 너무 만들려 고집해 가뜩이나 수비적으로 나오는 상대팀의 벌떼수비 앞에서 번번히 흐름을 뺏기기 일쑤다. 고민기가 살아야 고양이 산다.
또한 고민기를 대체할 스트라이커의 부재도 심각하다. 현재는 공격 자원 부족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기종인 공격수로 보직 변경해 있는 상태일 정도다.
'괜히 바꿨네'
유니폼 징크스가 생겼다. 이번 시즌 줄곧 입어오던 흰색 홈유니폼과 빨간색 어웨이 유니폼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착용하기 시작한 노란 유니폼.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노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후 성적은 2무 3패로 바닥을 치고 있다. 당초 사전 예고도 없이 시즌중에 유니폼 디자인은 물론 색상까지 바꾸는 촌극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며 받은 성적표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팬들은 다시 '잘나가던' 예전 유니폼을 그리워하고 있다.
'두드리면 열린다'
고양 이우형 감독의 신조다.
내셔널리그의 최강팀으로 평가받는 고양과의 경기를 대비한 상대팀은 수비위주의 역습 전술이라는 카드를 들고 경기가 나오고, 고양은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리는 '재방송'과 같은 형태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우형 감독은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오면 우리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공언을 수차례 한 상태. '두드리면 열린다'는 속담이 과연 고양에 들어 맞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전기리그 당시 심지어 한 경기에 7골씩 몰아 넣으면서 속된 말로 상대팀을 '관광'시키던 미칠듯한 공격력을 선보였던 고양. 과연 남은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는 이때와 같은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바싹바싹 타 들어가는 구단 관계자들의 입술을, 애타는 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줄 시원한 소나기 같은' K리그 입성 축포 골'을 26일 고양의 안방에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