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27 11:04 / 기사수정 2010.06.27 11:05
그럼에도, '역대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던 허정무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사다난했던 허정무호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도전기. 그 가운데 '아,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란 가장 안타까웠던 10장면을 돌아보며 남아있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1. 곽태휘 부상과 이근호의 엔트리 탈락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근호가 일찌감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때 대표팀 최고의 득점력을 뽐내던 이근호의 엔트리 탈락은 큰 충격이자 대표팀에도 큰 손실이었다. 월드컵 기간 내내 한국 팬들은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서 이근호의 존재를 그리워했다.
월드컵 개막 며칠 전 벨라루스와 가진 평가전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주전 수비수 곽태휘의 빈자리도 아쉬웠다. 벨라루스 선수의 거친 플레이에 곽태휘는 넘어진 순간 부상이 심상치 않을 것이란 걸 직감적으로 안 표정이었다. 지난 2년간 월드컵만을 바라보고 재활의 긴 싸움에서 이겨냈던 곽태휘였기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진 운명이었다.
2. 오범석의 부진
허정무 감독은 당초 오른쪽 풀백에 체격이 좋은 차두리를 유럽과 아프리카, 공격가담력과 기술이 좋은 오범석을 남미를 상대로 기용하겠다는 복안이 있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전 오범석의 예상 밖 부진으로 허정무 감독은 그의 기용에 부담을 느꼈고, 이는 중요한 전술적 옵션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르헨전 이후 팬들의 극심한 비난을 받은 오범석도 심리적으로 위축돼 더 이상 월드컵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의 출중한 능력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전에서 발휘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3. 박주영의 자책골
대표팀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서 박주영은 4년 전 실패와 달리 월드컵 본선 무대의 맹활약이 기대됐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박주영의 월드컵 데뷔골은 헤딩슛도, 발리슛도, 오버헤드킥도 아닌 자책골이었다. 박주영의 자책골은 아르헨티나전 대패란 결과로 이어졌고, 큰 충격을 받은 박주영은 자칫 남은 경기에서도 내내 위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전 환상의 프리킥 골을 기록하며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4. 염기훈, 그때 오른발을 썼다면….
아르헨티나전 1-2로 뒤진 상황, 대표팀이 반격에 나선 가운데 염기훈은 천금 같은 골키퍼와의 1:1 기회를 맞는다. 그러나 염기훈은 오른발 대신 각이 좁은 왼발로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골문 옆으로 빗나갔다. 절호의 찬스를 놓친 대표팀은 곤살로 이과인에게 두 골을 더 얻어맞고 1-4로 대패, 98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0-5 이후 가장 큰 점수 차 패배를 당했다. 그 때 염기훈이 동점골을 성공시켜 2-2가 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5. 이과인 오프사이드 골 인정
아르헨티나전 1-2로 뒤지고 있던 상황,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이과인의 득점을 벨기에 주심은 그대로 인정해버렸다. 염기훈이 결정적 기회를 안타깝게 놓친 지 얼마 안 된 후라 충격파는 훨씬 컸고,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장면이었다. (후에 벨기에 주심은 자신의 오심을 사과했다고 한다.)
6. 김남일과 차두리의 실수
그리스전 좋은 활약을 펼쳤던 '차미네이터' 차두리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안일한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김남일 역시 '진공 청소기'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들의 실수에도 불구, 대표팀은 2-2 무승부를 거두며 다행히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만약 나이지리아 전에서 승리했다면 좀 더 좋은 기세로 16강전을 치를 수 있지 않았을까.
7.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정성룡과 이영표의 실수
오랜 이운재 독주 체제를 깨고 새롭게 대표팀 골키퍼 장갑을 끼게 된 정성룡은 이번 월드컵 허정무 감독의 최대 성공작 중 하나였다. 그러나 우루과이전, 정성룡은 왜 그 순간 팔을 뻗지 않았을까? 가장 중요한 순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영표도 당연히 정성룡이 공을 잡을 줄 알고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뒤쪽의 루이스 수아레즈를 미처 커버하지 못해 선제골을 내줬다. 결국, 이 실점은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고, 후반 막판 동점 상황에서 다시 한번 수아레즈가 골을 넣은 우루과이가 2-1 승리를 거뒀다. .
8. 우루과이전 심판진
16강전 독일 볼프강 슈타르크의 주심과 부심은 애매한 판정과 형편없는 경기 운영 능력으로 경기의 질을 떨어뜨렸다. 우리에게 불리한 판정도 많았지만 기성용의 핸들링 반칙도 잡아내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이 정도 자질을 가진 심판을 월드컵 16강전에서 만난 것은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물론 월드컵 자체에도 큰 손실이었다.
9. 박주영의 골대 강타
우루과이와의 16강전 전반 5분, 박주영이 기가 막히게 감았던 직접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만약 박주영의 프리킥이 그대로 들어가 선제골로 연결되었더라면 결과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10. 이동국의 마지막 슈팅
박주영의 프리킥만큼이나 아까운 장면이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기막히게 뚫어낸 박지성의 침투패스와 이동국의 움직임은 일품이었지만, 정확한 슈팅을 날리기에 비를 맞은 자블라니는 미끄러웠고, 이동국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질척거리는 땅도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굴러갔던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외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김보경, 강민수, 김형일, 김영광, 이운재. 그리고 역대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 골 기록 경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안정환. 마지막으로 축구엔 관심없고 잿밥에만 신경 쓰던 수많은 'OO녀들'.
[사진=안정환, 차두리, 이운재, 정성룡(C)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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