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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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이제 세 번째 도약이다

기사입력 2006.10.31 05:37 / 기사수정 2006.10.31 05:37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200일이 넘는 긴 기다림이었다.' 

지난 4월 5일 인천과의 리그 경기 후반 바운드 되어 튀어나가는 공을 잡으려다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했던 포항의 이동국 선수가, 꼭 6개월 만에 홈 구장인 스틸 야드에서 감격스러운 복귀전을 가졌다.

후반 23분 포항의 프론티니와 교체되어 약 22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이동국은 예전의 모습을 100%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과 수비 가담 능력을 선보이며 '좋았던 그때'로 돌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동국을 기다렸던 팬들은 건강하게 돌아온 이동국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포항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복귀한 이동국이 더 없이 반가웠다. 그리고 국가대표팀 공격 라인의 치열한 주전 경쟁에도 뛰어들며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이 긴 부상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그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믿음으로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 어쩌면 지난 2002년 한, 일 월드컵에서 엔트리에 탈락하며 느낀 쓰라림보다 더 큰 힘겨움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부상의 잔상과 조급함 지워라

이동국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상당했을 당시와 반대편에서 뛰게 되어 다행이었다. 두려움을 조금 없앨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부상의 악몽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한 사실을 가늠케 하는 답변이다.

부상의 정도를 떠나서 자신의 숙원이었던 월드컵의 꿈을 접게 만들었던 부상에 대한 두려움과 악몽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준이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몸 상태와 컨디션을 회복했다 해도 가장 중요한 심리적 부분에서의 이런 문제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예전의 이동국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동국의 포지션이 최전방에서 많은 수비수의 견제를 받으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공격수인 만큼, 상대의 거친 태클과 몸싸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6개월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에 대한 악몽과 잔상을 완전하게 지워야 한다.

또, 소속팀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도 빨리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지워야 할 무서운 적이다. 대표팀도 그렇겠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포항도 이동국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너무 성급히 접근하다 보면 심리적인 부담에 얽매이게 되어 제 기량을 바로 펼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되려 깊은 자기 수렁으로 빠지며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기량을 만개하는 것은 고사하고 되려 부상 이전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

우선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나 기대는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도 이동국이 포항과 한국 축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제3의 전성기'를 꿈꿔라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에 등장했던 이동국의 힘 있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아직도 많은 축구팬의 머릿속에 진하게 남아있다. 특히 후반, 교체되어 들어가자마자 네덜란드의 골문을 향해 날렸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은, 대형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예감케 할 정도로 강렬했었다.

프랑스 월드컵을 거치며 프로 데뷔까지 많은 이들의 기대 어린 시선에 맞춰 승승장구하던 어린 시절이 이동국의 첫 도약이었다면, 지난 2002년 한, 일 월드컵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시기는 축구 인생에 있어 두 번째 중흥기였다.

비록 자신에게 찾아온 '두 번째 찾아온 화려한 날들'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고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꿈을 접어야 했지만, 이제 더 높은 도약과 비상을 위한 세 번째 축구 인생과 전성기를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실 이동국 선수만큼 국내 축구팬들에게 많은 비난과 질타를 받았던 선수도 드물다. 하지만, 같은 실수라도 수비수에 비해 더 많은 원성을 사야했던 국내 공격수들을 과거를 들춰 보더라도, 이는 이동국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공격수들의 마무리 능력 부재에 대한 원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국가대표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격수들은 확실하게 '누구다'하는 적임자가 없는 상태다. 그리고 그들도 경기 결과에 따라 칭찬과 질타를 동시에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제 이동국도 그 대열에 다시 들어가 힘겨운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동국이 가장 강력한 스트라이커의 표본을 보여주며 한국 축구의 선봉에 섰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를 넘어 세계 정상급 골잡이들과 비교해서도 부끄럽지 않은 공격수가 될 자질과 가능성만큼은 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결코, 짧지 않았을 시간 동안 부상 공백의 시련과 싸웠던 이동국. 이동국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장애물들을 스스로 뛰어넘어 자신의 세 번째 도약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에 커다란 힘이 될 수 있을지 그의 도전에 축구팬들의 기대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지난 수원전에서 그라운드에 복귀한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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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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