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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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차두리, '터미네이터' 박철진

기사입력 2010.06.22 09:07 / 기사수정 2010.06.22 09:07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44년 만의 만남, 그러나 포르투갈은 더 가혹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8강전에서 먼저 세 골을 넣고도 3-5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던 경기의 후반전이 재현된 느낌이었다.
 


21일 저녁, 케이프타운 그린 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G조 2차전 경기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에게 0-7로 크게 졌다. 북한은 지난1차전 브라질전의1-2 패배에 이은 2연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었다.
 
전반전에 수 차례 상대 문전을 위협하며 잘 싸운 북한은 전반 28분만에 상대 미드필더 하울 메이렐레스에게 선제 득점을 허용하며 역습위주의 전략에 큰 수정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후반 초, 시망, 우구 알메이다, 치아구 등에 연이어 득점을 허용하며 완벽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붕괴된 수비조직에서 연달아 실수가 나오며 후반 막판, 세 골을 더 내줘 이번 대회 가장 큰 점수 차의 패배를 경험하고 말았다.
 
그러나 북한의 대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날카로운 속공과 수비진의 강력한 몸싸움은 전반 내내 포르투갈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마치 터미네이터 같은 모습으로 포르투갈 공격을 전투적으로 막아낸 오른쪽 수비수 박철진(압록강)의 활약이 돋보였다.
 
185cm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박철진은 딱 벌어진 어깨와 사각형의 각진 얼굴 등, 마치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외모만으로도 강인함이 물씬 풍겨 나왔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강인함’이 단지 외모에만 그치지 않음을 확인시켜줬다.
 
포지션 상, 포르투갈의 에이스 호날두와 수 차례 경합을 벌였던 박철진은 호날두와의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는 모습이 없었고 호날두 만큼 빠른 주력으로 호날두의 돌파를 봉쇄하는 데 일등 공신역할을 보여줬다. 몇 차례의 어깨 싸움에서 호날두가 튕겼던 장면은 백미중의 백미였다. 결국, 박철진과의 대결에서 고전했단 호날두는 후반 들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는 횟수가 증가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맘껏 펼칠 수 있었다.
 
강력한 힘과 빠른 주력으로 마치 우리 대표팀의 ‘차두리’를 연상시켰던 박철진. 빡빡머리에 거무스름한 피부의 차두리가 보다 세련된 형태의 ‘로봇’이라면 사각턱의 다소 순박한 인상을 풍긴 박철진은 ‘추억의 만화’속에 등장하는 아날로그 로봇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강력한 힘과 빠른 스피드로 성능 면에서 전혀 부족함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 24세의 젊은 나이이기에, 이날의 아픈 기억이 박철진의 값진 경험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사진=북한축구대표팀 ⓒ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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