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7-0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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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 지도자 모델은 허정무 감독 입니다"

기사입력 2006.10.27 08:29 / 기사수정 2006.10.27 08:29

이성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성필 기자] '동원컵 전국 유소년축구' 왕중왕전의 이틀째 경기가 마무리된 지난 24일 오후, 충남 부여 구드래구장에서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팀들이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포철 동초등학교와 함께 클럽시스템의 대표로 꼽히는 광양 제철남초등학교도 훈련 대열에 끼어 있었다.

6학년과 일부 5학년으로 구성된 주전급 선수들을 향해 훈련 중간마다 "괜찮으니깐 그냥 마음껏 해라. 다음에도 기회는 많다"며 팀의 감독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때로는 공을 들고 들어가 직접 아이들과 부딪히며 감을 잡아주기도 했다. 여느 팀의 훈련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대회마다 같이 다니며 아이들을 보조한다는 김성환 골키퍼의 아버지는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우리 감독님 참 열성적으로 가르치지 않느냐"면서 감독과 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감독의 지도가 학부모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부분은 이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떤지 알려주는 지표로 보였다.

▲ 김정혁 감독.
ⓒ 전남드래곤즈
이 팀의 감독은 다름 아닌 부산 대우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서 1992년 데뷔, 선수 생활을 시작해 1997년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 2002년까지 1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던 김정혁 감독(36·전 전남드래곤즈 DF)이었다.

선수 시절의 그는 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1997년에는 전남을 FA컵 정상으로 올려놓으며 MVP를 수상하기도 했고, 1994년과 1998년 월드컵 대표팀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전남에서는 윙백으로 전향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03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그가 지도한 광양 제철남초등학교는 각종 전국 대회의 정상에 오른 것만 4개 대회였다. 김 감독은 우수 지도자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올해도 8월 경주에서 열렸던 눈높이대회와 10월 육군참모총장배 우승으로 2관왕에 올랐다.

▲ 연습 중 선수들에게 다가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김정혁 감독. 유난히 '즐겨라', '다음에도 기회 있다'를 강조하고 있었다.
ⓒ 이성필
선수들의 훈련을 시킨 후 숙소로 돌아가려는 김 감독을 붙잡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잠깐의 짬을 낸 순간이었다. 다음날(25일) '제철 더비' 포철 동초등학교를 상대로 한 죽음의 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얻고 있다"면서 지도자로서 단계적으로 밟아나가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지도자 모델로 현 전남 드래곤즈의 허정무 감독을 꼽았다.

안타깝게도 25일 있었던 '제철더비'에서 광양 제철남초등학교는 0-0 무승부를 기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다음은 김정혁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훈련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아이들이 실수하니 '아이씨∼'하며 자신에게 실망한 소리를 내니깐, '괜찮으니 그냥 하라'고 하던데 이유라도 있나.
"아이들은 훈련할 때마다 항상 실수를 두려워하고 있다. 한참 배울 때는 실수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면서 배워 나가는 것이다. 축구는 짜증 내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다음 동작을 취할 때 실수한다고 생각하면 발전이 없다. 때문에 실수에 민감해하지 않게 지도하려 한다. 짜증을 내면 바로 지쳐버린다. 이런 것은 팀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실망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물론 실수 역시 마찬가지다."

- 당신의 지도 스타일은 무엇인가.
"선수들에게 재미있게 축구를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공을 가지면 스스로 흥미를 느끼게 되고 노력하며 발전하게 되어있다. 실전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욕하고 때리는 것보다 스스로 잘할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하고 격려해야 한다. 원칙을 세워 놓으면 나중에는 혼자 독기가 올라 잘하게 된다."

- 기다려줬는데 발전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발전 없는 아이는 유심히 지켜보고, 하려고 하는 의지를 자극해줘야 한다. 다른 팀들의 경기를 보게 해서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게 하여 준다면 분명한 발전이 있을 것이라 보며 개인적으로도 그게 맞다 생각한다."

- 수비수 출신이라 아이들에게 남달리 수비를 강조할 것 같은데?
"처음 부산 대우 시절에는 공격수를 했다가 나중에 수비를 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비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솔직히 초등학교 수준의 아이들에게 공격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순간적인 균형을 만들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부분은 충분히 가능하다. 조직을 만들어 나가면서 중거리 슈팅을 하는 법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공격하는 방법으로 옮겨 나가는 것이다."

▲ 선수들과 경기 전 각오를 다지고 있는 김 감독. "편안히 경기하라"고 아이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 이성필
- 지도자로 들어서면서 모델로 삼은 사람은 있는지?
"정말 고마운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허정무 감독(현 전남드래곤즈 감독)이 모델이다. 허 감독님이 부산에서 개인적으로 선수 생활의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전남으로 오게 해서 좋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지도자이다."

- 감독으로 벤치에 앉은 첫 경기가 생각나는지?
"당연하다. 2003년 제주도에서 열린 칠십리배 초등학교 춘계연맹전이었다. 축구를 나름대로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경기에 들어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진땀 나는 경험이었다. (웃음)"

- 같은 시기에 프로에서 뛰던 동료들 중에는 유소년 클럽보다 상위팀의 코칭스테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지인의 조언을 받았다. 유소년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기에 이렇게 시작한 것이다. 많은 도움을 얻고 있는 것 같다."

- 학원 팀이 아닌 프로팀 산하의 유소년 클럽 지도자로서 뭔가 다른 점을 느끼나.
"다른 팀들은 선수 수급하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다. 그렇게 되면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당히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11명의 주전 선수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또 지도자로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일선 팀들은 성적을 못 내면 물러나는 경우가 있지만 클럽은 그렇지 않다."

- 그러나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풍토는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지도자들이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성적에 연연하는 것은 보기 안 좋은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축구협회가 리그제로 체제를 바꿔 돌리는 것은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김 감독.
ⓒ 이성필
- 대회에 나가면 학부모들이 경기에 개입하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장난이 아니었다. 경기하는데 학부모들이 심판에게 욕설도 하고 그러더라. 그때는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는 상태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더라.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팀 자체가 축구를 즐기는 것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항의는 없다. 경기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들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서 팀도 좋은 결과는 내는 것 같다."

- 클럽팀이 한 대회에 참가하면 학원 스포츠팀은 대회 참가를 피한다는 경우가 있던데?
"반반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지도자 분도 계신 것 같고 아닌 분도 계신 것 같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반대쪽(학원팀)에서 목표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선수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어서 오려는 우수선수들이 많고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학원 팀들의 질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팀이 가지는 목표는 똑같다. 그래서 학원팀 지도자분들을 만나면 우리를 만나서 이겨보려는 목표가 있다고 한다. 클럽팀을 이겼다는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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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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