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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부진의 끝은?

기사입력 2006.10.23 09:56 / 기사수정 2006.10.23 09:56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른바 ‘월드컵 후유증’은, 이제 어쩌다 찾아오는 우연이 아니라 스타라면 한번쯤 극복해야 할 필연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톱클래스 선수들은 명문팀에서 뛰고 있고, 이 팀들은 리그 우승 경합과 더불어 챔피언스컵과 FA컵 같은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며 힘든 시즌을 소화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월드컵이 길지 않은 휴식 기간인 6-7월의 달콤함마저 빼앗게 되면서, 이들은 사실상 2시즌을 휴식 없이 경기를 계속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이런 ‘월드컵 후유증’은 많은 스타 선수들에게서 나타났고,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은 물론이고 팬들과 팀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월드컵 기간에 무리를 해 수술대에 올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를 비롯해, 웨인 루니와 레알 마드리드의 판 니스텔로이, 첼시 FC의 솁첸코와 프랭크 램퍼드도 월드컵 후유증 탓에 리그에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리버풀의 에이스인 스티븐 제라드도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리버풀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리버풀과 제라드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선수가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제라드의 부진을 곧바로 성적으로 느껴야 하는 리버풀의 경우는 더욱 뼈아프다.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팀들은 팀의 주축 선수들인 그들의 부진에도 그리 낙심할 필요가 없다.

화려하고 워낙 탄탄한 스쿼드를 구축한 덕분에 그들의 부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곧장 성적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버풀의 경우는 다르다. 리버풀에서 제라드의 영향력이란 단순한 팀의 에이스임을 떠나서 절대적이다. 최근 리버풀이 리그 11위로까지 쳐지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역시 제라드의 부진 때문이다.

22일(한국 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이른바 ‘붉은 장미 전쟁’에서도 리버풀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2의 완패를 허락해야 했고, 리버풀의 에이스인 제라드는 이전 8경기와 달라지지 않은 움직임에 그치며 팀의 패배를 바라만 봐야 했다.

이 라이벌전이 패배로 리버풀은  시즌 3승 2무 4패를 기록하며 패가 승보다 더 많은 수치스러움을 맛봐야 했고, 시즌 골득실 차에서도 처음으로 마이너스(득실 -2)로  떨어지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이런 리버풀의 부진의 원인은 제라드에게 있었다.

아, 제라드
  
제라드에게 가장 알맞은 단어는 ‘창의적’이란 단어다. 제라드의 예측을 불허하는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패스와, 각도와 타이밍을 예상치 못하게 하는 벼락같은 슈팅은 제라드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9라운드 경기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제라드의 그런 장기들은 그라운드에 나오지 못했다. 자신감과 경기 리듬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제라드는 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거나 위기의 팀을 구해내는 모습 대신, 경기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서 답답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리버풀의 경기 흐름을 어렵게 만들었다.

후반 15분, 루이스 가르시아에게 선보였던 창의적인 공간 패스를 제외하면 제라드의 진가를 알 수 있는 패스나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에서도 단 두 차례의 슈팅을 하는데 그친 경기 기록은 그가 얼마만큼의 자신감을 상실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제라드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은 결국 리버풀이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개척하는 데 실패하게 만들었고, 선장을 잃은 배처럼 경기 내내 흔들리며 위태로운 경기를 펼치게 하고 말았다.

리버풀이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라드가 월드컵 이전에 보여 주었던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지난 시즌 리그와 05/0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곧바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을 치러야 했던 제라드의 살인적인 일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기 잉글랜드의 캡틴으로 불리는 제라드기에 이 정도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해야만 한다. 그리고 제라드가 살아나야만 중위권에 처져 명예를 실추하고 있는 리버풀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을 수 있다. 부진의 궤를 같이하고 있는 리버풀과 제라드가 그 어두운 터널을 언제쯤 빠져나올 수 있을지, 리버풀의 에이스 제라드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사진ⓒ리버풀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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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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