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15 07:04 / 기사수정 2010.06.15 07:04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넥센 선발진은 고원준만 이끄는 것이 아니다.
넥센 외국인 선발 투수 아드리안 번사이드가 조용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퇴출이 된 후 올 시즌 한국무대로 옮겨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왼손 쓰리쿼터 장점 살리다
번사이드는 왼손 스리쿼터 투수다. 분명 타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형의 투수다. 시즌 초반에는 고전했다. 스트라이드를 할 때 오른쪽 다리를 차올리듯 들어올려서 무게중심을 옮겼다.
따라서 내딛는 다리인 왼발에 힘을 충분히 전하지 못했다. 게다가 공을 끌고 나올 때 어깨가 1루 쪽으로 벌어져 나왔다. 1루 견제와 투구 동작이 미세하게 달라서 왼손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주자견제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3,4월 7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5.59에 그쳤다.
그러나 4월 부진 이후 넥센 김시진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어깨방향을 타자 쪽으로 수정했다. 스트라이드 할 때도 오른쪽 다리를 약간 들어올리면서 옮겼던 무게중심을 지면에 스치면서 낮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바꿨다.
팔 높이를 쓰리쿼터로 유지하는 동시에 무게 중심이 낮아지면서 타자의 시각에서 보는 공의 궤적이 더욱 낮아졌다. 당연히 타자 입장에서 배팅 타이밍을 제대로 찾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그러면서 견제동작과 투구동작의 미세한 차이도 거의 사라졌다.
그는 어린이날 SK의 17연승을 저지했다. 5월 5일 문학 SK 전에서 7.1 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던 것이다. 5월 3승 1패 평균자책점 4.74에 이어 6월에는 3경기에서 2승 1.8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7이닝 6피안타 6볼넷 1실점으로 시즌 6승을 따냈다. 2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곁들인 최근 4연승 행진이었다.
많은 투구수의 명암
가끔 예전의 투구 자세가 나오면서 여전히 사사구가 많은 단점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삼진/볼넷 비율이 1.24에 그치고 있다. 그는 게임당 97.67개의 투구, 5.38이닝을 소화하고 있는데, 5이닝을 넘어서면서 투구 수가 100개에 육박하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9이닝당 볼넷 5.13개를 더욱 줄이면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시진 감독은 최근 4경기 연속 100개 이상의 투구를 하는 그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번사이드가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지만 내용이 좋았다. 구원투수도 조금 아꼈다"며 팀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외국인 투수가 구원투수들에게 최대한의 휴식을 줬다는 것을 높게 평가했다.
게다가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하며 위기를 자주 맞이했지만 비교적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12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단 1실점을 허용했다. 좌타자에게는 슬라이더, 우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는데, 주자가 나가면 슬로커브로 구속조절을 할 줄 안다. 직구의 공 끝 움직임이 좋지 않아 제구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변화구로 완급조절을 한다는 것은 위기 때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는 큰 힘이 된다. 올 시즌 피안타율이 0.258로 최소 11위이고 득점권에서는 0.208에 불과하다.
넥센은 젊은 선발진이 주축인 팀이다. 그런데 최근 고원준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번사이드가 외국인 투수다운 활약을 해주고 있다. 이미 올 시즌 초반 김 감독은 "국내 타자들이 번사이드를 만만히 보다간 혼이 날 것이다. 최소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다"며 신뢰를 보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점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넥센은 이번 주 1,2위 SK, 두산과 홈 6연전을 갖게 되면서 탈꼴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고원준과 원 투 펀치를 형성하고 있는 번사이드의 최근 안정된 투구 내용이 넥센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번사이드(C) 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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