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10 10:11 / 기사수정 2010.06.10 10:11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부터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해 온 포메이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허정무호의 주 포메이션이었던 4-4-2, 스페인전에서 선보인 수비를 강화한 형태의 4-2-3-1, 지난해 호주전 등에서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보여준 4-3-1-2(다이아몬드 4-4-2)가 그것이다.
이 중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그리스전의 필승 해법으로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4-4-2가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4-4-2 전술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리스전에서 대표팀 4-4-2의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4-4-2 전술의 핵심: 강력한 압박 가능+양 날개를 활용한 빠른 공격 전개
4-4-2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4명의 수비와 4명의 미드필더가 각각 2열 종대로 배치되고, 그 위에 두 명의 최종 공격수가 서는 형태이다. (그림 1 참조). 중앙을 두텁게 하는 4-2-3-1이나 4-3-1-2와 비교했을 때 양 날개를 활용해 그리스의 밀집 수비나 느린 발의 수비수들을 뒤흔들 수 있다. 특히 8명의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넓고 촘촘하게 그라운드에 포진하는 만큼 중원지역에서부터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다.
그림1: 전형적인 4-4-2 전술
여기서 허정무 감독의 고민은 시작된다. 그리스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비 라인을 어느 쪽에 형성시키느냐이다. 상대진영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통한 전진 수비를 통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약간 처진 상태에서 점유율을 가져가는 경기를 펼쳐나갈 것인가.
그리스는 '실리 축구'를 구사한다. 전형적인 선수비-후역습의 팀이란 뜻이다.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아래로 끌어내려 수비를 탄탄하게 구축한 뒤, 중원의 카라구니스와 카추라니스의 정확한 패스로 전방의 사마라스와 게카스와 같은 빠른 공격수를 활용한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린다.
이런 그리스의 특징을 봤을 때 섣부른 전진압박은 공격에선 유리할 수 있으나 역습에 대한 큰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압박을 취하면 광활한 크기의 수비 뒷공간을 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2) 미드필드와 수비진의 후진배치(좌) vs 전진배치(우)
따라서 허정무 감독은 자기 진영 쪽으로 주저앉은 진영을 구축한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라인을 낮춰 점유율을 가져가는 경기 운영을 보일 확률이 높다. (바로 이런 점이 그리스전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보다 '지지부진'한 경기가 될 것이란 예측의 근거다.)
4-3-3의 그리스 vs 4-4-2의 대한민국: 중원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라!
그리스가 한국전에 어떤 포메이션으로 나설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본선에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조별리그 첫 경기라는 점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공격적인 전술로 나설 확률은 낮다. 기존에 유럽 예선에서도 사용했던 3-4-3 포메이션으로 나와 수비 시 5백 형태까지 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측면 공격이 좋은 우리나라를 상대로는 최근 평가전에서 사용했던 4-3-3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림 3) 대한민국 4-4-2 vs 그리스 4-3-3
위의 그림은 4-4-2(대한민국)와 4-3-3(그리스)의 예상 포진도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4-4-2는 4-3-3에 공격과 수비에선 우위를 보이지만, 중원에선 수적 열세에 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격수와 수비수의 숫자가 동일하면 공격이 유리하다고 간주한다.) 특히 그리스가 중원의 3을 역삼각형 형태로 취할 때 위 그림의 중앙에 원형표시된 것처럼 그리스 중원의 깊숙이 있는 카츄라니스가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기성용-김정우로 구성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빠르고 강하면서도 정확하게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이 과정에서 카츄라니스나 카라구니스 중 하나를 놓치게 될 때, 이들이 후방에서 자유롭게 정확한 패스를 전방의 사마라스나 게카스에게 공급하거나 중원을 헤집게 되면 대표팀 수비에 커다란 문제가 된다. 따라서 투톱 박주영-염기훈 중 한 명이 내려와 도움을 주는 것이 좋아 보인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할 때 문제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도 있다. 중앙 지역의 열세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측면으로 볼을 전개해야 하고, 이는 측면 크로스에 이은 공격으로 공격 루트가 단순해질 수 있다. 특히 이런 방법은 장신 선수가 많은 그리스를 상대로는 피해야 할 방법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양 측면의 박지성-이청용이 중앙으로 위치를 옮겨가며 공을 가진 선수를 중심으로 삼각 구도를 형성해 공격 루트가 일원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박주영(이승렬)-염기훈(이동국, 안정환)도 마찬가지로 미드필드지역으로 내려와 공격 전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어야 한다.
점유율을 가져 와라!: 세트피스 기회의 조기 차단
동시에 중요한 것은 볼점유율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다. 흔히들 볼점유율은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데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공을 소유했을 때 상대의 수비에 막혀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한 채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기만 해서 올라가는 점유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중원 지역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채 공을 오래 소유하는 것은 그만큼 수세에 놓이는 빈도 자체를 줄인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높은 점유율의 유지가 세트 플레이 기회를 애초에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가 공격권을 자주 갖게 되면 아무래도 위험지역에서의 파울 횟수가 늘어날수 밖에 없고, 이는 제공권이 좋아 세트피스 득점 확률이 높은 그리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따라서 애초에 그런 위기 상황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높은 점유율의 유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정우-기성용 두 중앙 미드필더가 축이 되어 투톱 공격수와 양날개와 함께 연속적인 트라이앵글을 형성해가며 원터치 혹은 투터치 패스를 이용해 상대의 압박을 피해 볼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느린 발을 공략하라! & 포지션 체인지!
우선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발을 맞춰온 주전 중앙수비수인 키르기아코스과 모라스가 부상으로 조별리그 1차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연막작전일 수도 있으나, 아마도 이들이 출전하지 못한다면 그리스의 수비진은 높이나 스피드면에서 덜 위협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이들을 대신해 북한과 파라과이전에 나선 그리스 수비진의 느린 발은 수비 뒷공간을 노리고 들어가는 공격에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허정무호는 그리스전에 박주영-염기훈 투톱을 비롯하여 좌우날개의 박지성-이청용으로 구성된 4-4-2의 공격진을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도하려 하면 이들 빠른 투톱과 양 날개가 역습으로 수비 뒤쪽의 넓은 뒷공간을 공략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뒤로 물러나 오히려 4-1-4-1에 가까운 두터운 수비망을 구축할 경우엔 투톱과 양날개는 물론이고 중앙 미드필더까지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상대를 공략해야 한다.
포지션 체인지는 상대가 특정 선수나 특정 부분에 맞춰 수비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앙의 박주영이 측면으로 빠져나오면서 상대 수비를 달고 나오면 그 공간을 염기훈이나 측면의 이청용-박지성이 파고들 수도 있고, 2선의 기성용이 침투해 중거리 슈팅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혹은 염기훈이 왼쪽 측면으로 움직이는 대신 박지성이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뛰며 공격을 전개하는 것도 가능하고, 왼쪽의 염기훈과 오른쪽의 이청용이 자리를 바꾼 뒤 측면에서 직선이 아닌 중앙으로의 대각선 돌파를 시도한 뒤 주로 쓰는 발로 곧바로 슈팅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런 포지션 체인지는 그리스 수비진을 거대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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