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이동현 기자] LG 트윈스의 잠수함 김기표가 완벽한 호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6일 잠실 구장에서 벌어진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7차전 홈경기에서다.
이날 김기표에게 달린 꼬리표는 패전 투수. 2-2 동점 상황에서 루상에 남겨 놓은 주자가 구원 투수 이상열 때 득점에 성공해 김기표의 실점이 됐다. 결승점을 빼앗긴 죄(?)로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쓰기는 했지만, 김기표의 역투가 LG 벤치를 설레게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김기표는 양팀이 2-2로 맞선 9회초 1사 만루에 오상민을 대신해 등판했다. 안타는 말할 것도 없고 외야 플라이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급박한 상황. 김기표는 공 4개로 이호준을 헛스윙 삼진 아웃시키더니 다음 타자 최경철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극적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10회에도 삼진 하나를 추가하며 삼자범퇴로 막아낸 김기표는 11회에 또 등판해 최윤석-안경현-박재상을 나란히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무기력한 동점 허용에 기가 죽어있던 1루 내야석 LG팬들은 '언터쳐블'에 가까운 김기표의 공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박종훈 감독은 김기표의 구위가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것을 믿고 12회까지 투수 교체 없이 밀어붙이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선두 타자 정근우의 강습 타구가 3루수 정성훈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돼 내야 안타가 됐고, 이때문에 다소 위축된 김기표가 이호준에게 뼈아픈 사구를 내줘 위기가 1,2루로 불어났다.
김기표는 최경철을 쓰리번트 아웃으로 처리해 기록상 탈삼진 하나를 더한 다음 이상열에게 공을 넘기고 내려왔다.
이날 김기표는 3이닝 동안 46개의 공을 던지며 딱 한 개의 안타를 맞았다. 2006년 데뷔 후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으며,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 7개의 탈삼진은 당연히 한 경기 최다 기록. 전날까지 30경기에서 29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김기표가 기록한 탈삼진은 13개 뿐이었다.
탁월하게 빠른 직구는 없지만, 싱커 등 변화구의 움직임을 잘 살리는 김기표는 지난해까지 1군에서 고작 10경기에 등판한 것이 전부였으나 올해 1군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며 승리 계투조로 활약하고 있다. 한동안 힘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던 LG 마운드의 허리가 김기표의 믿음직한 투구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김기표 ⓒ LG 트윈스 제공]
이동현 기자 hone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