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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와 박지성이 없는 주말

기사입력 2006.09.18 09:40 / 기사수정 2006.09.18 09:40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지난해,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를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며 수많은 축구팬의 행복한 주말을 책임졌던 박지성(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영표(29. 토트넘)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어 주말이 허전해진 느낌이다.

비록 설기현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팬들을 기쁘게 하고는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삼총사가 활약하며 수놓을 줄 알았던 06/07시즌의 프리미어리그를 상상했기에 이영표와 박지성이 빠진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 라이언 긱스와 포르투갈의 별 크리스티안 호날두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예고하며 화려한 두 번째 시즌을 약속했던 박지성은, 안타깝게도 왼쪽 발목 인대 부상을 수술하면서 최소한 12월까지 그라운드에 나서기 어렵게 되었다.

박지성에 이어 프리미어리거 2호로 탄생하며 토토넘을 UEFA컵에 진출시키는데 공헌한 이영표도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다. 지난 8월, AS 로마로의 이적이 확실시되었지만 이적을 고사하고 팀에 남은 뒤로, 아수-에코토와 파스칼 심봉다에 밀리면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 선수 가운데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며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에서 활약하던 두 사람의 최근 행보는, 그를 아끼던 팬들이나 한국 축구 전체를 두고 봐도 안타까운 일임이 틀림없다.

닮은 두 사람에게 찾아온 닮은 시련

지난 시즌 화제가 되었던 한 장의 사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참 많이 닮았다. 비록 지금 뛰는 소속팀과 포지션은 모두 다르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두 사람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참 많이 닮은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나란히 에인트호벤이 입단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던 모습도 그랬고, 한국 축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닮았다. 게다가 2002년 월드컵 대표팀 시절 1, 2위를 다투던 강철 체력도 닮았고, 성실함과 끈기도 비슷한 두 사람이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나란히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기도 했다.

각각 교토 퍼플 상가와 안양 LG 시절을 시작으로 뛰어든 프로 생활에서 박지성과 이영표는 큰 시련이나 실패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프로 리그인 에레디비지의 PSV 에이트호벤으로 이적해 주가를 높였고, 그 활약을 인정받아 각각 프리미어리그 명문인 맨체스터와 토트넘에 입단했다.

이적 첫 해, 동양인이라는 선입견과 불리한 신체조건 속에서도 이영표는 주전 자리를 꿰찼고 박지성은 주전에 버금가는 활약을 선보이며 한국 축구 전체의 위상을 높였던 두 사람이었다. 비록 박지성이 에인트호벤 입단 첫 해 부상으로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리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지만, 두 선수는 비교적 탄탄한 선수 생활을 걸어 왔었다.

그렇게 닮은꼴의 성공 행진을 펼치던 두 사람에게 이번엔 닮은 시련이 찾아왔다. 박지성은 부상으로 최소한 3개월을 쉬어야 하고, 이영표는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즌 나란히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던 그들이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주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할 마당에, 다리에 깁스를 하고 경기장 밖에서 팀 동료와 경쟁자들의 활약을 지켜봐야 하는 박지성의 조급함과 초조함이야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주전 보장은 물론이고 더 높아진 몸값마저 포기하고 토트넘에 잔류한 이영표도, 유럽 이적 시장의 통상적인 관례를 깬 것에 대한 암묵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등 난관이 줄을 잇고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 모두에게 힘들게 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엔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지난 2002년 12월, 에인트호벤에 입단한 박지성은 이후 1년을 자신과 싸워야 했다. 입단 후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서는 것은 고사하고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간에 박지성은 몇 번이나 돌아갈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는 집념으로 버티고 이겨내며 결국 에인트호벤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었다. 부상과 시련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박지성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선 에인트호벤에서는 박지성이 확실한 주전급의 선수였지만, 현재 맨체스터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당시엔 히딩크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지만, 현재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충분히 기다려줄 만큼 박지성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조급함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최소한 빠르고 확실한 재활을 통해 다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엔 누구의 부축도 없이 스스로 일어나 경기장에 다시 서야 한다.

이영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영표는 지난 8월 토트넘과 AS 로마의 암묵적인 합의를 깨면서까지 토트넘에 잔류했다. 덕분에 AS 로마는 골잡이 미도와 주전 윙백이었던 쿠프레를 이적시키며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토트넘과 마틴 욜 감독의 이영표의 이적 거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이영표를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최소한 유럽 이적 시장의 통상적인 관례를 흔든 일이라 대응이 쉽지 않다. 최근 이영표의 경기 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도, 이영표의 기량 때문이 아니라 AS 로마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영표가 왼쪽이 되었든 오른쪽이 되었든 주전을 차지하고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으려면, 그런 관례를 깬 것에 대한 보상을 경기력과 팀에 대한 공헌도로 대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경쟁자인 아수-에코토나 심봉다 보다 한 단계 위의 경기력을 보여 줘야만 한다.

물론, 벌써 조급해하며 발을 동동 구를 필요까지는 없지만,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앞으로의 대처 방안은 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세워 놓아야 한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 최고임을 자부하는 프리미어리그이기에 더욱 그렇다.

주어진 시련에 힘들어하고 있는 이영표와 박지성. 분명 위기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안 좋은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잘 견디고 성장해 왔듯이 두 선수 모두 훌륭한 모습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돌아올 것을 믿는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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