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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아닌 태풍', 고원준의 뜨거웠던 5월

기사입력 2010.05.31 09:02 / 기사수정 2010.05.31 09:02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넥센 우완 고원준이 선발 등판을 할 때마다 진화하고 있다.

고원준은 천안 북일고를 졸업, 2008년 6월에 2차 14번으로 넥센에 지명됐다. 08시즌 후 마무리 훈련에 합류했던 그는 투수 보는 안목이 남다른 넥센 김시진 감독의 레이더망에 정확하게 포착됐다.지난 시즌 오른팔 부상으로 1군에서 등판을 하지 못했고 올 시즌 개막엔트리에도 제외됐으나 2군에서 선발로 호투했던 그를 김 감독이 적시에 1군으로 올려 승, 패가 갈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4월 말 한때 3경기 연속 자책점을 기록했으나 5월 두 번의 구원등판에서 합계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8경기 1패 평균자책점 4.40. 그 중 5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 하는 기질이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훗날 그가 "마운드에 서면 이상하게 편안해진다"고 했던 것은 그가 '강심장' 체질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었다. 선발투수로의 '승격'은 당연했다.

뜨거웠던 5월

12일 광주 KIA전. 생애 첫 선발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구원등판 때의 피하지 않는 정면 승부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직구를 씩씩하게 꽂는 것은 기본이고, 슬로커브의 제구도 타자의 무릎에서 제구됐다. 6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단박에 생애 첫 선발승을 따냈다. 그래도 단 한 번의 선발 호투로 좋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19일 문학 SK전을 마친 이후 고원준에 대한 야구계의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프로 2년 차 무명 투수가 노히트노런 문턱까지 다가갔다가 아깝게 물러섰기 때문이다. SK 강 타선을 상대로 7회 1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7.1이닝 1피안타 1실점. 직구의 위력은 물론이고 첫 선발 등판과는 달리 체인지업의 제구도 기가 막혔다. 게다가 슬로커브는 능구렁이처럼 구속까지 조절하며 SK 타자들을 완벽하게 '농락'했다.

으레 노히트 노런을 아쉽게 놓친 투수의 다음 등판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는 법.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주변을 놀라게 했다.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다. 비록 19일에 비해 구위는 좋지 않았으나 컨디션이 나쁠 때 타자와 상대하는 요령을 알고 있었다. 직구에 비해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으나 결코 피해가지 않았다. 그의 선발 맞상대가 '괴물' 류현진이 아니었다면, 패전투수가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4일만을 쉬고 나온 30일 목동 LG전. 젊은 피답게 회복력도 빨랐다. 처음으로 홈에서 갖는 선발 등판이었지만 중압감 따위는 없었다. 생애 첫 홈 선발등판에서 최다이닝인 8이닝을 소화했다. 또한, 3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1대 0승부였다. 상대 선발 김광삼의 투구도 완벽했으나 그 또한 기죽지 않고 투수전의 백미를 이끌어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간 세 번의 선발 등판결과가 우연이 아님을 홈팬들 앞에서 제대로 입증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현재 고원준의 구위와 투구 내용은 단연 에이스감이다. 31일 현재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2.16. 선발 4연속 퀄러티 스타트와 함께 선발 4경기의 평균자책점이 0.99, 무려 평균 6.83이닝을 소화했다. 득점지원도 3.72점으로 결코 많지 않았다.

기술적인 원인은 부드러운 팔 스윙이다. 최적의 릴리스 포인트에서 부드럽게 낚아채는 듯한 팔 스윙은 볼 끝의 힘을 배가한다. 당연히 등판 뒤의 회복속도도 빠르고, 구속조절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타자를 상대해도 좀처럼 도망가지 않는 정면 승부가 고원준의 최대 매력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아직 그에 대한 각 구단의 분석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타자들도 여전히 그의 볼에 낯설어 하는 것이 사실이다. 몇 번 선발 등판을 더 하게 되면 투구 패턴과 스타일의 분석을 통해 난타당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 가끔 오른발의 중심이동이 팔 스윙이 마무리되기 전에 급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그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은 투수다. 게다가 그의 배짱과 기세 또한 보통 수준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고원준의 다음 등판은 내달 5일 광주 KIA전으로 예상된다. 장소, 상대 모두 생애 첫 선발등판 때와 같은 조건이다. 쓸만한 선발투수가 부족한 각 구단의 현실을 볼 때, 고원준의 무명 돌풍은 이미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 됐다. ‘태풍의 핵’을 8개 구단 최초로 두 번째로 상대하는 KIA 타자들이 프로의 매운맛을 선사할 것인지, 아니면 태풍이 더욱 거세게 휘몰아칠 것인지 벌써 기대된다.  

[사진=고원준ⓒ넥센 히어로즈 제공]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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