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6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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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복서' 엄태구 "속까지 겸손한 사람 되고 싶어, 지금도 노력 중"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10.20 08:30 / 기사수정 2019.10.20 02:1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엄태구가 영화 '판소리 복서'(감독 정혁기)로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한 줄을 더했다.

9일 개봉한 '판소리 복서'는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생애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휴먼 드라마.

엄태구는 역할을 위해 석 달간 복싱 연습을 이어가는 등 강렬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판소리 복서'의 바탕이 된 단편 '뎀프시롤:참회록'을 언급한 엄태구는 "단편 때부터 작품의 팬이었다"고 수줍게 웃으며 영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장편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시나리오가 제게 올 줄은 몰랐어요. 정말 기분이 좋았죠. 제가 단편을 봤을 때 느꼈던 그 느낌들을, 장편에서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가 있으면서도 뭔가 짠하고, 무언가 제 모습 같기도 하고요. 정말 이상하잖아요.(웃음) 소재 자체도 독특하고, 말도 안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안타까운 마음도 들면서 응원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또 갑자기 슬퍼지고 이상해지는, 그런 것이 정말 좋았어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소속사에도 하고 싶다고 바로 얘기했었죠."

복싱 연습의 과정도 전했다. "하루에 다섯 시간씩 연습을 했는데, 진짜 지칠 때까지 했던 것 같아요"라고 웃어 보인 엄태구는 "보는 분들이 가짜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영화에 몰입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복싱 자세가 진짜 같았으면 좋겠다'고 코치님께 부탁을 드리기도 했어요. 그 목표를 두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정말 열심히 했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완성된 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복싱 자세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나온 것 같다며 수줍게 만족스러웠던 마음을 전했다.

영화 속 병구는 뇌에 잦은 충격을 받는 복싱선수들이 대부분 겪는 증상으로, 혼수상태와 기억 상실, 치매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펀치드렁크 진단을 받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한 엄태구는 "가볍지 않게, 진지하게 진짜처럼 그 병이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위험한 병이고, 함부로 표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병의 증상 중에 말이 어눌해진다는 것이 있어서, 병구의 대사를 연기할 때도 더 신경 썼었어요"라고 전했다.

판소리 복싱이라는 설정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연습할 당시 장구 장단을 틀어놓으며 실제 촬영을 할 때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도록 지겹도록 장구 소리를 들었다는 과정도 이야기했다.

극 후반부 병구가 링 위에서 흥 넘치는 판소리 복싱을 하는 장면을 떠올린 엄태구는 "부끄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쏟아내고 싶은 마음도 있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재미도 느꼈던 것 같고요. 뒤로 갈수록 '왜 감독님이 컷을 안 하지?' 싶었는데, 지쳐서 제가 쓰러질 때 컷이 되더라고요.(웃음) 도저히 서있을 수 없을 때까지 갔다가 링 위에 그냥 털썩 쓰러졌는데, 재밌었어요.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없을 것 같은데 링 위에서만 해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함께 출연한 박관장 역의 김희원, 혜리에 대한 고마움도 전한 엄태구는 김희원과의 교회 장면을 가장 아끼는 장면으로 손꼽으며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싶거든요. 저 스스로 느낄 때, 어떤 한 때에 찰싹 달라붙는 그런 순간이 나올 때가 있어요. 천천히 느릿느릿 살아있는 것 같은 교회신이 제게 그런 순간이었죠"라고 뿌듯해했다.

엄태구는 "병구가 '나도 잊혀질 것이고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저도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함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작품의 의미를 되짚었다.


2007년 영화 '기담'을 시작으로 12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와 함께 해왔다.

"스크린 속 제 모습을 보면 긴장이 돼요. 어찌됐든 평가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죠. 제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부끄럽기도 해요"라고 조심스레 말을 더한 엄태구는 "지난 12년은 제게도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더 잘하고 싶고 멋있고 싶기도 했죠. 좌절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저절로 내려놓는 법도 배워가는 것 같아요"라는 속내를 전했다.

엄태구를 설명하는 많은 글과 말들 속에서 '작품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 온 선 굵은 카리스마와 달리, 현실에서의 엄태구는 누구보다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진중함을 내비친다.

엄태구는 "'너는 일상에서도 연기를 하는 거냐'는 말을 들을 때면 속상하죠. 그런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나 가족들과 있을 때, 또 누군가를 만날 때 제 모습은 그 때 그 때 다르겠죠. 집에 있는 순간이, 가장 저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말들을 듣는 순간이 가끔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의 엄태구는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겉의 행동만 겸손한 것이 아니라, 속 안이 겸손해야 하는 것이요. 매일 노력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도 배워나가는 중입니다.(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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