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8.31 13:51 / 기사수정 2006.08.31 13:51
박호진의 선방을 벤치에서 보며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 대표로 선발된 이운재의 요즘 심정은 어떨까?
30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수원의 후기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수원을 승리로 이끈 공신으로는 헤딩골을 넣은 이정수나 멋지게 4명의 인천 수비수를 드리블로 현혹해 득점한 백지훈도 있겠지만 인천의 골 찬스를 무력화한 수원의 'NO.3' 골키퍼 박호진도 빠질 수없다.
차범근 감독이 "당분간 골키퍼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박호진은 인천과의 경기에서도 펄펄 날았다. 전반 45분 김한원의 측면 돌파에 의한 슈팅 때 가까운 포스트로 붙어 각을 줄이며 밖으로 빗나가게 만든 박호진은 후반에도 그 위력을 이어갔다.
후반 7분 인천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올라오자 박호진은 인천 공격수인 박재현보다 높이 뛰어 볼을 잡다 그와 충돌하며 쓰러졌다. 하지만 공에 대한 집중력을 보이며 치료 후 일어섰고 이날 인천이 맞이한 찬스 중 가장 아까운 장면인 후반 18분 김한원의 헤딩 슈팅을 오른손으로 거둬 내 원정 응원 온 수원 팬들의 목소리를 쉬게 했다.
그의 방어는 이운재와 비슷하다. 이운재는 상대 공격수가 드리블해 들어와 슈팅 하려 하면 무리하게 나가서 막지 않고 제자리에서 각도를 줄이며 상대의 슈팅을 막거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볼의 궤적에 따라 자신의 착지점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 판단력이 돋보이는 플레이를 한다.
박호진 역시 컵대회-FA컵-후기리그를 거치면서 순발력보다는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골문을 지키고 있다. 상대의 슈팅 때 각을 잡아 반대편으로 슈팅을 유도하거나 공중 볼 다툼 때 잡지 못할 것 같으면 밖으로 쳐내 수비진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이운재와 비슷하다.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지난 23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정조국의 슈팅을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선방한 장면이다. 순발력이 앞서는 골키퍼라면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이을용의 크로스를 보는 순간 뛰어나와 정조국에게 가기 전에 잡거나 밖으로 펀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리하지 않고 안정을 택했다. 크로스가 빠르게 정조국에게 이어졌고 수비진은 한쪽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방으로 수원은 방문 경기에서 귀중한 무승부를 얻었다.
박호진은 김병지(FC서울)와 최은성(대전 시티즌)이라는 노련한 골키퍼들과의 경기를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운재가 다시 비집고 들어가려면 박호진이 몇 경기 동안 대량 실점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골키퍼는 한 번 자리를 차지한 선수가 부상당하지 않는 이상 바꾸기 어렵다. 그동안 수원의 NO.1 골키퍼인 이운재와 그의 대표 차출 때 항상 주전을 차지한 NO.2 김대환을 뒤로 하고 이제 수원의 NO.1은 박호진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당장만 보면 그는 분명 수원의 NO.3가 아닌 NO.1 골키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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