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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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이영표, '글쎄~'

기사입력 2006.08.20 13:31 / 기사수정 2006.08.20 13:31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경기를 펼친 느낌이랄까? 이영표의 06/07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은 석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안고 끝났다.

20일(한국 시각), 볼턴의 홈구장인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06/07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이영표가 속한 토트넘은, 지난 시즌 5위를 기록했던 팀답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며 홈팀은 볼턴에 0-2로 완패하고 말았다.

기대를 모았던 베르바토프를 비롯한 조코라 아수-에코토 등 이적생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고, 마이클 캐릭이 빠진 중원 또한 삐걱거리며 험난한 시즌을 예고했다. 여기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 이영표와 관련한 문제들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무난하긴 했지만..

▲ 이영표 선수
ⓒ 토트넘 홋스퍼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프랑스 랑스에서 뛰던 아수-에코토의 영입으로 윙백의 양적 보강을 이루는 것에 성공했다. 이영표와 포지션이 겹치는 아수-에코토의 영입은 이영표와 주전경쟁을 시키려는 의지가 아닌,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영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오른쪽 윙백을 보강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하는데, 지난 시즌 오른쪽 윙백으로 자주 출전했던 스톨테리의 수비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흡족한 오른쪽 윙백을 구하지 못한 토트넘 입장에서는 양발 사용과 오른쪽 윙백 경험도 있는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보내고, 가능성이 충분한 아수-에코토를 활용해 다소 약했던 측면 수비력을 보강하고자 했던 것이다.

프리시즌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마틴 욜 감독의 복안은 분명 아수-에코토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쪽이었다. 아수-에코토의 기량이 이영표보다 뛰어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스톨테리보다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소 모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볼턴과의 시즌 개막전에서도 이영표는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장했었다. 대표팀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적지 않은 경기를 소화했었기에, 그리 낯선 자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양발을 다 사용하는 이영표기에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해도 큰 경기력의 차이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봁천과의 경기에서도 이영표는 비교적 무난한 활약을 보여주며 윙백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두 차례 측면에서 1:1 돌파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대인 마크와 지역 방어 모두 충실히 소화했고, 후반 중반 이후에는 특유의 과감하고 빠른 오버래핑으로 볼턴을 수비진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이렇듯 무난하긴 했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특히, 리그에서는 처음으로 출전하는 오른쪽이란 자리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무난하게 수행하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경기를 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틴 욜 감독의 선택, 정말 옳은 것일까?

토트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이클 캐릭이 빠져나간 중원을 어떻게 메우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의 중앙을 지휘하며 전체적인 경기 운영과 공격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던 캐릭의 공백을 얼마만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조코라보다 더 걱정스러운 포지션이 생겼다. 바로 이영표를 대신해 왼쪽 윙백을 맡은 아수-에코토의 자리였다.

마틴 욜 감독이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서까지 아수-에코토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한 것은, 에코토의 공격적인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그의 수비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리그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은 그의 수비력이 오른쪽 스톨테리의 공격력보다 팀에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볼턴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아수-에코토의 수비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팀에 합류한 시간이 많지 않아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문 윙어가 아닌 디우프와의 1:1 대결에서도 자주 뚫리는 그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했다. 게다가 클리어 능력이나 수비수로서의 위치 선정 능력도 기대 이하였다.

만약 아수-에코토의 이런 문제가 프리미어리그의 데뷔전이란 긴장감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한계라면, 수비에 무게를 두고 그를 기용한 마틴 욜 감독의 선택은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볼턴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아수-에코토의 경기력이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킬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우프와의 대결에서도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만든 아수-에코토가 최고 수준의 전문 윙어들을 보유하고 있는 첼시나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팀들을 상대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뻔한 것이다. 안 그래도 주전 센터백인 레들리 킹의 공백으로 수비가 약화된 토트넘에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볼턴과의 첫 경기를 가지고 이런 평가를 내리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가지고 있는 기량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는 이영표와 기대치를 밑도는 경기를 펼친 아수-에코토의 활약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마틴 욜 감독의 시즌 첫 번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0-2란 점수 차의 패배 못지않게 토트넘에는 시급한 과제가 내려졌다. 바로 아수-에코토와 스톨테리, 그리고 이영표에 대한 마틴 욜 감독의 빠르고 현명한 판단이다.

손에 쥐고 있는 세 장의 카드 중 두 개의 카드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라면, 가지고 있는 나머지 한 장의 카드라도 최고의 효과를 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시즌 초반, 마틴 욜 감독의 결정이 지난 시즌 아쉽게 놓쳤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되찾는데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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