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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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의 희망을 봤다

기사입력 2006.08.17 08:54 / 기사수정 2006.08.17 08:54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3-0이란 스코어보다 더 반갑고 기쁜 것이 있었다. 바로, 지지부진했던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를 위한 희망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16일, 대만 충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에서,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홈팀인 대만을 3-0으로 제압하고 2연승을 내달렸다.

구세대를 대표하는 골잡이인 안정환과 신세대를 대표하는 정조국이 나란히 한 골씩을 터트리며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고, 후반 교체 투입된 김두현도 장기인 중거리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무더위에 답답했던 축구팬의 갈증을 시원하게 씻어줬다.

FIFA 랭킹 149위인 대만과의 경기여서 더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엄청난 무더위와 나쁜 그라운드 상태와 싸웠던 원정 경기에서의 완승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그리고 3-0이란 점수의 차이보다 더 반가운 결과가 하나 나왔으니, 바로 김두현 김정우 정조국 등이 맹활약하며 보여주었던 세대교체에 대한 희망이었다.

이제 벗어날 수 있다.

최소한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2002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선수 구성은 물론이고, 대표팀 선수들의 사고나 경기력 심지어는 우리 축구팬들도 그러했다.

우리가 지난 2002년에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도 환상적인 것들이었지만, 우리가 그 2002년에 빠져있는 동안 세계 축구는 또 한 번 빠르고 격렬하게 변화했다. 무서운 변화의 속도 앞에서 우리도 그 흐름에 맞췄어야 했지만, 지난 감격이 너무 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도 우리는 안정환 이천수 박지성 설기현이라는 4년 전과 같은 공격수로 상대의 문전을 노렸고, 김남일 이을용에게 또 다시 중원의 중책을 맡겼었다. 우승 후보권에 근접했던 팀들이 호빙요나 루카스 포돌스키, 웨인 루니, C.호날두, 리오넬 메시 같은 새로운 샛별들을 탄생시키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에 머물렀던 것이었다.

우리에게도 박주영이란 슈퍼 루키가 있었고, 백지훈 김두현 조원희 같은 가능성 있는 새내기들을 많이 보유했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기본 멤버들에 의존해서 경기를 펼쳐야 했었다. 세대교체에 대한 확신과 변화의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였다.

조금 과장하여 혹평하면, 아직도 황선홍과 홍명보의 빈자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대표팀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만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젊은 피들의 활약은 '이제 세대교체를 과감하고 자신 있게 시도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과 믿음을 갖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록 약체 대만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움직임과 경기력은 그런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가능성 보여준 정조국, 김두현, 김정우

정조국은 안정환과 이동국 그리고 몇 해 선배인 조재진의 벽에 가로막혀 대표팀 선발의 기회조차 별로 잡지 못했었다. 분명 가능성 있는 기대주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었다.

2002년 히딩크 사단의 훈련 멤버로 발탁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대신고 시절 보여주었던 그의 천부적인 득점감각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그는 고작 A매치에 4번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것도 선발 출장은 고사하고, 경기 후반에나 종료 직전에 들어왔다 나가는 것이 다였다. 물론 프로 데뷔 이후, 첫 해를 빼고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긴 슬럼프에 빠졌던 원인도 있었겠지만,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김두현과 김정우의 경우는 정조국에 비하면 조금 낫지만 크게 다를 건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을 거치며 A대표팀의 부름을 받기 시작한 두 선수는. 친선 경기나 전지훈련에는 대표팀 명단에 오르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중요한 일전에서는 벤치에 머물러야 했다. 그들의 포지션에 워낙 걸출한 선수들이 포진해있어 어쩔 수 없었지만, 연습과 훈련에서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항상 큰 경기 앞에서 좌절해야 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 ‘국가대표 선수가 보여줘야 할 움직임’에 충실한 몸놀림을 보여주며,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정조국은 A매치 첫 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전방 원톱으로서의 충실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골잡이로서 보여야 할 공에 대한 집중력과 상대 수비수에 밀리지 않는 몸싸움, 그리고 득점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바르고 과감하게 가져가는 슈팅 타이밍 등은 대신고 시절의 정조국을 떠올리게 할 만큼 훌륭했다.

이을용과 함께 중원을 지휘했던 김정우의 활약도 눈부셨다. 주로 오른쪽에서 활약했던 김정우는 오른쪽 윙백인 송종국 대신, 이천수와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이며 중앙과 측면을 열심히 누볐다. 무엇보다 공간을 찾아 스스로 들어가는 움직임과, 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을 알아보는 패싱력이 돋보였다.

김두현도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다소 약한 느낌을 주었던 대표팀의 중앙 라인을 단숨에 두텁게 하며, 절묘한 2:1 패스를 통한 팀의 세 번째 골을 이끌어 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경기였다.

눈부셨던 이들 말고도, 대표팀의 화려한 입성을 기다리는 예비 스타들은 많다. 비록 오늘 경기에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을 비롯해 백지훈 신영록 같은 이번 대만 원정 길에 올랐던 젊은 선수들과, 다시 대표팀 입성을 노리고 있을 조병국 이종민 권집 이강진 등 가능성 있는 신예들은 지금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한국 축구의 기대주들. 이들이 앞으로 얼마만큼 크게 또 빨리 성장해 새로운 모습의 한국 축구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젊은 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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