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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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박지성

기사입력 2006.08.08 08:40 / 기사수정 2006.08.08 08:40

손병하 기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전망-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엑스포츠뉴스=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지난해 7월, 온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하며 축구 종가이자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박지성이 어느덧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05/06시즌 리그에서만 33경기에 출전하며(선발 23경기)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박지성은, 절반 그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빅 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했었다.

놀라운 활동량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정상급이었으며, 꾸준한 움직임과 성실한 자세는 맨체스터 선수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또, 팀에서 가장 상대의 파울을 많이 유도해내는 선수로 기록되면서 상대에겐 만만치 않은 공격수임을 각인시켰었다.

비교적 훌륭한 시즌을 치렀지만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지금, 박지성에게 보장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또 한 번의 변화가 불가피한 맨체스터와 자신의 능력을 다시 입증하려는 퍼거슨 감독의 틈에서, 박지성은 새로운 환경과 시도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또 다시 많은 국내 축구팬들의 주말을 빼앗을 박지성과 맨체스터의 06/07시즌을 전망해 본다.

무뎌진 창끝, 믿는 건 루니뿐

지난 시즌까지 팀의 중심이 최전방에 위치한 판 니스텔로이였다면, 이번 시즌 팀의 새로운 리더는 웨인 루니다. 비록 암 밴드(주장 완장)는 오른쪽 윙백인 게리 네빌이 차고 있지만, 루니의 활약 여부에 따라 맨체스터의 리그 순위표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맨체스터의 공격 라인은 분명 무뎌졌다. 전력 보강은 고사하고, 가장 예리했던 창을 하나 잃었기 때문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솔샤르가 돌아오긴 했지만, 판 니스텔로이의 공백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루이 사아와 웨인 루니, C.호날두와 라이언 긱스 박지성 등 지난 시즌을 이끌어 왔던 공격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세페 로시로 이번 시즌을 꾸려야 한다.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루니를 제외하면 맨체스터의 공격진은 아직 교착상태다. 루니를 최전방으로 올려 사아나 로시와 투 톱을 이루게 하면, 호날두 박지성 등 다른 공격진이 미드필드로 밀려 허리에서의 압박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사아를 원톱에 세우고 루니와 호날두 혹은 박지성으로 하여금 측면을 지원케 하자니, 혼자서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할 사아의 결정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아직 어떤 카드도 만족스러운 미래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격진에 분명한 포인트는 루니의 활용 폭을 가장 크게 하는 것에 있다. 현재 맨체스터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루니다. 좀 과격한 성격을 제외한다면 선수로서 나무랄 데 없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루니를, 얼마만큼 또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가 공격진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큰 열쇠다.

풍성해진 중원

중원의 느낌은 한결 풍성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폴 스콜스가 예전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토트넘에서 비싸게 영입한 캐릭의 존재감이 더해졌다. 여기세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존 오셔와 앤런 스미스 대런 플레쳐 등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비교적 탄탄하다.

퍼거슨 감독이 이번 시즌 어떤 전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아직 맨체스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스콜스와, 퍼거슨 감독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캐릭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다면 시즌 내내 중용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스콜스나 캐릭 스미스가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확실한 홀딩맨이 없다는 단점이 노출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하지만, 박지성과 루니 등 공격진에 포진한 선수들의 수비 가담력이 훌륭하고 측면 수비수인 게리 네빌과 가브리엘 에인세의 수비 범위가 넓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공격진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맨체스터에, 효과적인 공격 지원을 할 수 있는 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측면 미드필더 혹은, 측면 공격수 자리는 박지성과 C.호날두, 라이언 긱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 박지성은 경쟁자였던 라이언 긱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비교적 안전하게 포지션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긱스가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만큼 치열한 생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전술적 변화는 있을까?

맨체스터는 지난 시즌 초반엔 4-3-3을 사용하다 폴 스콜스와 앨런 스미스의 부상 이후, 4-4-2로 변화를 시도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리그 중후반 무서운 기세로 연승 행진을 벌이며 선두 첼시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가능성을 선보였던 포메이션이었다.

이번 시즌, 퍼거슨 감독의 머릿속에는 조금 변형된 형태의 4-4-2가 그려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본 틀은 4-4-2지만 현재 맨체스터의 선수 구성에 맞는 4-2-3-1이나 4-4-1-1의 형태로 시즌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전술의 핵심은 역시 루니다. 루니는 조금 처진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큰데, 이것이 바로 루니의 활동량을 최대한 이용하며 경기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퍼거슨 감독이 여러 해 동안 공들인 4-3-3은 탁월한 중앙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이번 시즌 활용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는 판 니스텔로이가 선보였던 탑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수행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사아는 원톱으로서의 능력은 조금 부족해 보이고, 사아를 대체할 로시나 솔샤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아를 원톱에 놓긴 하겠지만 그의 득점력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루니에 공간을 만들어주고 측면 공격수들인 호날두 긱스 박지성 등에 제2의 제3의 득점 기회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

위의 구도를 놓고 봤을 때 박지성의 자리는 지난 시즌만큼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엔 퍼거슨이 직접 선택한 박지성에 많은 기회를 주며 관심을 쏟았지만, 그러한 대상도 이젠 마이클 캐릭에 넘어갔다. 이번 시즌 철저하게 자신의 가치로서만 승부해야 한다.

우선 대결 구도는 만만치 않다.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라이언 긱스와 터치 라인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C.호날두와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C.호날두에게는 개인기와 득점력에서, 긱스에게는 노련미와 패싱력에서 떨어지는 박지성이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분명 만만치 않은 과제다.

또, 최전방 공격진의 공격력이 약화되면서 좀 더 공격적이고 득점력이 있는 선수가 측면 미드필더의 자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박지성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과거 맨체스터가 판 니스텔로이의 득점력을 바탕으로 루니의 공격 지원 그리고 C.호날두의 개인기에 의존한 공격을 펼쳤다면, 이번 시즌은 벌떼 공격 체제로 가야한다. 한 명의 정교한 킬러를 잃은 대신, 더 많은 사수로 하여금 상대의 골문을 조준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제는 역시 득점력 향상

공격수로서 부족한 득점력과 상대 수비수에게 주는 중압감이 떨어지는 박지성으로서는, 새로운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무기 장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 신무기는 지난 시즌과는 달라져야 할 득점력 배가에 있다.

지난 시즌 33경기에 출전하면서 단 1골에 그쳤다는 점은, 공격수 박지성에게 분명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득점을 원하는 맨체스터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기란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사실 지난 시즌엔 박지성이 공격에 치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리그 중반을 넘어가면서 맨체스터의 허리가 약화되자, 중원 싸움에 치중하는 경향을 많이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그런 중원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박지성과 같은 공격수들은 좀 더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그 토대 위에 가지고 있는 공격적인 재능을 충분히 보여줘야만 한다.

분명 박지성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가 될 것이지만, 이는 어쩌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박지성은 뛰어난 체력을 보유했다는 것과 성실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이유로 경기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했었다. 무엇하나 특출나게 잘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맨체스터가 이번 시즌 측면 공격진들에게 바라는 것은 적극적인 수비 지원보다는, 약해진 중앙 공격라인을 지원하고도 남을만한 활발한 득점과 공격을 기대하고 있다. 박지성의 공격적인 재능이 보다 한 곳에 집중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06/07시즌은 맨체스터는 물론이고 박지성에게도 힘겨운 도전의 시즌이 될 전망이다. 맨체스터가 이 도전을 잘 수행해 잃어버렸던 명예를 찾는 일과, 박지성이 공격수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다시 찾아온 또 한 번의 위기.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인 박지성이 이 위기를 기회로 살려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그의 발끝에 많은 축구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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