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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볼+] 신세계는 '신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0.05.08 15:01 / 기사수정 2010.05.08 15:01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핵폭탄급 트레이드다.

전통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이 활발하지 않았던 여자프로농구 비시즌에 '빅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지난 4일 부천 신세계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지희(183cm), 배혜윤(181cm)과 차기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춘천 우리은행에 넘기는 조건으로 파워포워드 김계령(192cm), 센터 강지숙(198cm)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과감한 행보

이번 트레이드의 골자는 신세계가 팀의 약점인 인사이드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은행에 유망주 둘을 넘기고 즉시 전력감 센터를 두 명이나 영입한 것이다. 김계령과 강지숙은 안산 신한은행의 하은주(202cm) 다음으로 신장이 큰 선수들이다.

신세계는 신한은행의 정선민-하은주 콤비에 버금가는 골밑을 구축해 단숨에 차기 시즌 우승권 전력으로 발돋움했다. 더욱이 8일 강지숙이 신세계 합류를 최종적으로 확정 지을 것으로 보여 꿈의 '더블 포스트' 실현이 눈앞에 다가온 신세계다.

신세계는 08~09시즌 특급 가드 김지윤의 영입 이후 턱걸이로 4강 진입에 성공했지만 지난 시즌 다시 한번 전력의 부재를 통감하며 정규리그 5위에 그쳤다. 그 원인은 김지윤과 양정옥, 신예 박세미 등으로 이뤄진 가드 라인에 비해 양지희와 허윤자 등이 버티는 센터 라인의 높이가 6개 구단 중 가장 낮아 장기레이스를 치르기 위한 안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3점슛 거리가 50cm 멀어지고, 14초 룰의 성공적인 정착을 통해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득점력이 소폭 상승했다. 그 원인은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확률이 낮아진 3점에 의존하기보다는 인사이드에서 파생되는 공격옵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14초 룰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도 강력한 포스트를 통한 제공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정인교 감독의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난 시즌 바뀐 룰을 잘 활용하지 못한 대표적인 팀이었다.

그런 신세계가 이번 비시즌에 단단히 팔을 걷어붙였다. 핵심은 전 포지션의 '장신 화'다. 지난 4월 12일 단신 가드 박세미(166cm)를 국민은행에 내주고 김지현(177cm)을 받아들였다. 지난 3일에는 국민은행에서 FA 김나연을 받아들이면서 앞 선의 신장을 보강했다. 김지현과 김나연은 모두 한방이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4일 '빅 트레이드'를 통해 완벽한 '높이의 팀'으로 변신했다.

신세계가 '신세계'를 만드는 방법

쟁점은 김계령과 강지숙의 활용방법이다. 신한은행이 4년 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한 요인 중 한 가지는 하은주-정선민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높이의 장점을 극대화했고 스피드의 약점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정인교 감독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지윤-김정은-양정옥(김나연,김지현)-김계령-강지숙의 조합은 얼핏 신한은행과 대적가능해 보이지만 스피드가 느리기 때문에 빠른 팀과의 격돌에서 역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은 골밑 제공권이 강력한 하은주와 중거리 슛과 패싱 센스, 돌파가 모두 뛰어난 정선민이 하이-로 게임을 통해 높이의 강점을 극대화했지만, 김계령과 강지숙의 주요 득점 루트는 둘 다 '중거리 슛'이다. 골밑을 집요하게 헤집는 유형은 아니다.

당연히 미들레인지 부근에서 '동선'이 겹칠 수 있고, 볼의 흐름이 둔해져 외곽에서 한 타이밍 늦은 볼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두 선수의 장시간 동시 기용은 신세계에 그리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신세계는 마음만 먹으면 매 경기 20득점이 가능한 김정은을 보유하고 있다. 인사이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정은의 활용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 개인기가 좋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1대 1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헤집어 놓거나 미스 매치를 유발해 김계령, 강지숙의 높이를 활용한 손쉬운 득점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빠르고 재치 있는 가드의 도움도 필요하다. 기동력이 좋으면서 외곽포를 갖추고 있는 이적생 김나연과 김지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 과제는 수비 조직력이다. 신세계는 2건의 트레이드와 FA 영입으로 인해 주전급 선수 총 4명을 새롭게 영입했다. 따라서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비시즌 훈련의 대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앞 선에서 볼 배급과 볼 차단의 임무를 맡고 있는 김지윤의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김계령과 강지숙은 모두 수비에 능한 선수들이다.

김계령이 공격성향의 센터이긴 하지만 강지숙은 궂은일에 능하다. 김지윤이 앞 선에서 김지현, 양정옥 등과 함께 상대 공격의 흐름을 차단할 경우 인사이드 수비의 강점도 살아날 것이다. 골 밑 수비가 강력할 경우,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한 박자 빠른 패스를 통한 속공도 가능하다.

약 5개월 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신세계는 분명 10~11시즌 전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이 차기 시즌을 대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신세계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02년 겨울리그 우승 이후 9년 만의 농구여왕 탈환을 위한 준비를 만천하에 알렸다. 여자프로농구 나머지 5개 구단이 제대로 긴장을 해야 할 듯싶다.

부천 신세계가 진짜 '신세계'를 만들기 위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사진=김계령-강지숙ⓒ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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