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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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이범호의 같지만 다른 '운명'

기사입력 2010.04.23 16:45 / 기사수정 2010.04.23 16:45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과 이범호는 올 시즌 초반 나란히 '우울한 운명'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부상을 털고 돌아온 다카하시 요시노부, 가메이 요시우키 등에 주전 1루수 자리를 빼앗긴 채 대타 요원으로 출장 중이다. 이범호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 입단 이후 스프링 캠프 기간에 허리 통증을 앓는 바람에 3루 수비 능력에서 호평을 받지 못한 이후 주전 3루수 자리는 마쓰다 노부히로에게 완전히 내준 상태이고, 지명타자 자리마저 간판스타 '마쓰나카 노부히코'와 양분하고 있다. 당연히 두 선수는 '주전'보다는 ‘백업’의 신분이다.
 
선발 출전, 그 이후

그런 두 선수가 지난 21, 22일 나란히 선발 출전을 했다. 당연히 감독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그러나 두 선수는 완벽하게 명암이 엇갈렸다. 이승엽은 21일 교토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지방 순회 홈경기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17일 만에 시즌 두 번째로 선발 출장했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결국, 이승엽은 시즌 타율 0.105로 추락을 맛봤다.
 
이에 반해 이범호는 지난 22일 야후 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홈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3안타 1홈런(2점 홈런) 2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승엽에 비해 잦은 선발출장을 하지만, 여전히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인해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1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선발 출전하는 기회를 ‘틈새 공략’으로 보답한 셈이다. 시즌 타율이 21일까지 0.194에서 0.250으로 치솟았다.
 
두 사람의 입지는 앞으로도 밝지 않아 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엿보인다. 

이승엽의 경우 향후 시즌 전망이 매우 어둡다. 선발 요원 오비스포와 마무리 요원 크룬이 22일과 23일 각각 1군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1군에 있는 에이스 디키 곤잘레스는 사실상 붙박이 외국인 투수라고 본다면, 결국 외국인 타자 에드가 곤잘레스와 경합을 해야 하는데 현재 곤잘레스가 성적이나 입지나 이승엽에 비해 약간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승엽은 정황상 조만간 2군 행이 유력해 보인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범호는 이틀 연속 주어진 선발 출전기회에서 구단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현재 주전 지명타자는 그보다 마쓰나카 노부히코에게 기울어진 모양새이지만 최근 몇 년간 노쇠화를 보이면서 장타력이 떨어져 있다.

따라서 2호 홈런 포함 3안타를 때려 타격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범호의 출장이 잦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또 다른 중심타자인 고쿠보 히로키 또한 방망이 솜씨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용병 강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영입될 5월 중순경까지는 '기회의 장'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기약 없는 백업 신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승엽보다는 여건이 나은 셈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입지

사실 두 사람은 올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입지 속에 시즌을 맞았지만, 구단이 평가하는 두 사람의 입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승엽은 시범경기 때부터 사실상 '전력 외' 취급을 받은 선수다.

요미우리 하라 타츠노리 감독이 이승엽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사실상 구단 수뇌부에서 그를 단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가 일본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야구단에 대한 그룹의 입김이 상당히 강력한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어쩌면 요미우리 고위층은 최근 3년째 각종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승엽과 올 시즌 4년 계약이 종료되는 동시에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속 함께할 선수에게 이렇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높은 몸값 때문에 시즌 중 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또한 이제 서서히 전성기에서 선수생활의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뛸 기회조차 없는 팀에 머무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승엽은 올 시즌 후 본인의 진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범호는 이승엽에 비해 약간 숨통이 트인 상태다. 

비록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신분이기는 하지만 이제 3년 계약의 첫 시즌일 뿐이며, 그의 경쟁자는 대부분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향해 달려가는 베테랑뿐이다. 심지어 주전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도 그리 완벽한 입지라고 할 수 없다.

당연히 주전 도약의 틈새가 이승엽보다 넓다. 그의 입단 시 아키야마 감독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소프트뱅크 오 사다하루 회장의 신임이 굳건하고 간간이 찾아오는 선발 기회에서 22일 경기처럼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계속해서 그의 붙박이 주전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수가 21일, 22일 연속으로 선발 출장했던 결과 이범호가 좀 더 힘을 냈다. 두 선수의 현재 입지가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이승엽이 좀 더 절박한 상황이라고 본다면 이승엽의 부진은 이범호의 활약에 대한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이승엽과 이범호. 똑같은 백업요원이지만, 공략해야 할 구멍의 크기가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같지만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의 가시밭길 같은 올 시즌을 유심히 지켜보자.   

[사진=이승엽, 이범호ⓒ요미우리 공식 홈페이지, 엑스포츠뉴스 서영원 기자]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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