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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가빈의 위력, '팀과의 융화'에서 나오다

기사입력 2010.04.20 04:41 / 기사수정 2010.04.20 04:4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챔피언결정전 7차전은 팬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치르는 저희에겐 전쟁 같았어요. 현대캐피탈이 이렇게까지 밀어 불일 줄 몰랐는데 우승을 하고 나니 매우 행복합니다"

19일 저녁,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홀로 50득점을 기록한 가빈 슈미트(삼성화재, 라이트)의 우승 소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빈은 1세트에 30%대의 저조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체력 저하로 인해 공격의 위력이 정규리그에 미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실력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주전 세터인 최태웅(삼성화재, 세터)과 교체돼서 들어온 유광우(삼성화재, 세터)의 공로가 컸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유광우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5세트는 가빈 위주의 플레이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유광우의 투입은 주효했고 무엇보다 가빈의 구미에 잘 맞는 볼을 올려줬다"고 평가했다. 경기 초반에 잠시 흔들렸지만 유광우의 볼을 받고 다시 공격의 탄력이 붙은 가빈은 46.67%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올 시즌 우승으로 삼성화재는 3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프로 출범 이후, 통산 4번째 정상에 등극하는 쾌거를 올렸다. 삼성화재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로 남자 배구 정상을 지켜왔다.



신치용 감독은 "항상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많은 이들이 삼성화재가 올 시즌에는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 팀은 똘똘 뭉친 단합과 투혼이 있다. 팀 내에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삼성화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기본기와 수비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삼성화재는 높이와 공격력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이는 다름 아닌 외국인 선수였다. 지난 2시즌 동안에는 안젤코 츄크(크로아티아, 전 삼성화재)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줬고 올 시즌은 가빈의 몫이었다.

석진욱과 손재홍(이상 삼성화재 레프트), 그리고 여오현(삼성화재, 리베로) 등이 올려주는 안정된 리시브는 최태웅과 유광우의 정확한 토스로 이어진다. 공격수의 구미에 가장 맞는 토스를 올려주는 팀이 삼성화재다.

세계 배구를 낮고 빠른 토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V리그에서는 정확한 토스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들의 구미를 가장 잘 맞춰주는 시스템을 확립해놓았다. 이러한 팀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를 신치용 감독은 선호했다.

가빈은 6개월의 대장정을 거쳐 오면서 홀로 1,000득점이 넘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너무 혹사당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가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혹사라기보다는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들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그만큼 나를 믿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믿어주지 않았으면 볼을 그렇게 많이 올려줄 수 없었죠. 혹사라기보다 이기기 위한 계획이었다고 봅니다"

가빈은 삼성화재에 입단한 후, 많은 것을 털어놓았다고 대답했다. 내년에도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챔피언의 위치를 지키고 싶다고 밝힌 가빈은 상대팀인 현대캐피탈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팬 여러분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우리 팀의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동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대캐피탈도 좋은 경기를 펼쳐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수비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외국인 선수의 높은 공격비중'이 삼성화재의 배구였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배구를 쉽게 비난할 수는 없다. 삼성화재는 그 어느 팀보다 끈질긴 투혼을 보여줬고 위기 상황에서 끝내 이겨내는 집중력을 지녔다.



지난 3시즌 동안, 삼성화재는 정신력에서 현대캐피탈을 압도했기 때문에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30대 중반은 석진욱과 손재홍은 경기 도중, 경련이 나는 고통이 찾아왔다. 손재홍은 도저히 코트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석진욱은 투혼을 발휘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특정 선수가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빈에게 치중된 공격력은 시즌 내내 도마 위에 올랐지만 가빈은 팀 선수들과 융화되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거듭났다.

가빈이 개인기만 뛰어났다면 결코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빈은 올 시즌 남자배구팀에서 뛴 외국인 선수들 중, 팀과의 융화가 가장 잘된 선수였다.

"삼성에서 뛰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배움은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비단, 삼성화재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에 가도 제가 배울 것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팀에서 자유롭게 플레이 한 점에 행복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진 = 가빈 슈미트, 삼성화재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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