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20 07:08 / 기사수정 2010.04.20 07:08
[엑스포츠뉴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망하면 다른 사람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시즌 초반부터 득점권 해결부재와 수비불안 등 시원찮은 경기내용으로 팬들의 걱정을 샀던 삼성이 결국 지난주 LG, SK와의 원정 6연전에서 1승 이후 5연패를 당하며 수면 아래에 내재한 고름이 곪아 터졌다. 전형적인 '순망치한의 난제'에 처한 삼성이다.
곪아 터진 상처
연패를 하는 팀의 결과물은 매한가지다. 우선 이상하게 게임이 꼬인다. 잘 맞은 타구가 더블아웃이 되며 상대의 빚 맞은 타구가 실점으로 연결된다. 또한, 상대의 재치 있는 플레이가 약간의 행운과 겹쳐져 흐름을 놓친 채 끌려다닌다. '어 어~' 하다가 금세 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타선이 완전히 침묵하고 마운드는 동네북이 된다. 연패를 당하는 모든 팀들이 매년 몇 차례 겪는 일이다.
그러나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삼성은 시즌 초반 마운드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정비가 됐지만 타선은 계속해서 득점 능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쓸데없는 잔 실수가 속출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아군보다 더한 상대의 졸전으로 승수를 챙겼던 경기가 꽤 있었다. 그런 경기가 몇 게임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주 선발투수들은 잇따라 제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다. 구원 투수들은 팀의 연패에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야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하니 투수들마저 결국 힘이 빠진 셈이다. '순망치한의 난제'다.
타순 조정과 맞춤형 훈련
선동렬 감독은 올 시즌 여전히 양준혁에 대한 의존도를 인위적으로 줄이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양준혁이 없이도 팀이 잘 나갈 수 있다면 양준혁을 포함해 그 어떤 개인도 희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야구다.
그러나 현재 삼성 타선의 해결 능력 부재의 근본 원인은 클러치 상황에서 경험이 적은 타자들의 '수 싸움 능력 부족'이라고 본다. 젊은 선수들이 형성하고 있는 중심타선에서 기회를 놓치면서 그에 대한 부담을 상하로 감싸고 있는 중고참, 베테랑 타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고, 득점타 부재가 상, 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모든 타자들에게 전염병처럼 번졌던 것이다.
양준혁의 적극적인 활용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때맞춰 양준혁은 지난 주말 SK와의 3연전에서 잇따라 선발 라인업에 포진됐다. 물론 삼성은 그의 주전 기용에도 불구하고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야구는 한두 사람의 결과물로 전체적인 성패를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 스포츠다.
그리고 양준혁의 타격감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주포가 둘이나 이탈했고 같은 문제가 극심하게 반복되는 지금, 장기적으로 볼 때 산전수전 다 겪은 양준혁의 '노련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설령 양준혁의 기용으로 삼성 타선의 해결 능력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젊은 중심타자들이 베테랑의 대처를 지켜보고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다. 타석이 아닌 벤치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타순 조정도 마찬가지다. 선동렬 감독은 지난 18일 결국 시즌 개막 후 줄기차게 톱 타자로 기용했던 이영욱을 8번 타순으로 후위 배치했다. 이영욱이 중거리 타자만 즐비한 삼성 타자들 중 그나마 톱 타자에 가장 적합하다고 해도 ‘팀 득점력 극대화’를 위한 톱 타자가 아닌 ‘이영욱의 미래’를 위한 톱 타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팀이 최적의 조합을 찾았을 때 선수의 역할이 조명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지난 시즌 선동렬 감독은 타순을 자주 교체했다. 그래서 최적의 조합으로 확실한 4번 타자의 부재라는 약점을 어느 정도 메웠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소 잠잠해진 느낌이다.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을 클린업 트리오로 고정하려고 한다. 훌륭한 전략이다. 앞으로 성공을 거둘지 실패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실패다.
그렇다면, 득점 능력 극대화를 위해 다른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 타순의 고정과 매 경기 변동은 장, 단점이 상존하지만 득점 능력 부재라는 큰 문제가 있는 지금보다 더 나은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박석민과 채태인이 복귀해도 이는 마찬가지다.
세 사람이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중심타순을 형성할 수는 없다. 양준혁이 때로는 주전에서 배제됐던 것처럼 그 어떤 선수도 배제되거나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해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맞춤형 타격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연패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결국, 삼성이 현재 연패를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타선이 득점 능력을 높이고, 마운드가 활기를 되찾는 것이다. 사실 5연패를 당하는 동안 결코 마운드는 나쁘지 않았다. SK와의 문학 3연전에서 대량실점을 거듭했던 것은 로케이션이 잘된 볼을 대부분 안타로 연결했던 SK 타자들의 물이 오른 타격감을 칭찬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결국, 삼성도 타자들이 득점권에서 힘을 내서 점수를 활발하게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아울러 사소한 실수도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해야 한다.
다만, 야구는 '말로 제시하는 해결책'처럼 그리 쉬운 스포츠가 아니다. 왜 득점 능력이 떨어지는지, 마운드는 무엇이 부족해서 공략을 당했는지에 대해 타순 변동과 맞춤형 훈련 이전에 철저한 분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시즌 초반이다. 많이 이길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5연패를 통해 무언 가를 얻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확신만 설 수 있다면 설령 더 많은 패배를 당한다고 해도 나쁘지 않다.
철저한 분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다행스럽게도 연패를 당하고 있는 요즘 삼성 더그아웃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한다. 선수들은 게임 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불어넣고 있고, 전력 분석 원들과 함께 자신의 플레이와 상대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등 철저한 준비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으로 연패탈출을 위한 노력에서 나아가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 목표는 우승이다고 밝혔던 선동렬 감독
선동렬 감독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 역시 적극적인 타순 조정으로 최적의 득점 조합을 이뤄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렇듯 야수와 투수, 선수와 전력 분석 원,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끊임없는 피드백을 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삼성이 갖고 있었던 상처가 더 이상 찝찝한 승리 없이 '연패'라는 결과물로 곪아 터졌다. 차라리 잘 됐다. 터진 고름은 딱지가 앉았다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설령 해결 책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반전의 실마리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순망치한'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만약 근본적인 해결 책이나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누군가 강제로 딱지를 떼어 낸다면, 그 땐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상처가 삼성 팬들의 가슴을 후빌 것이다. 지금 삼성 선수들, 코칭스태프들은 이 의미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진=박석민-양준혁ⓒ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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