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tvN '60일, 지정생존자'을 이끈 세 배우 지진희, 이준혁, 허준호. 지진희는 청와대의 중심에서, 이준혁은 미스터리의 핵으로, 그리고 허준호는 청와대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차별화된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에 시청자들도 혼연일체 된 명품 연기로 탄생한 박무진, 오영석, 한주승을 이들의 인생 캐릭터로 '지정'하며 호응한 것.
#. 지진희, 우리도 갖고 싶은 리더
합리적으로 도출된 데이터만을 신뢰했던 과학자에서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 역의 지진희. 한 나라의 리더로서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그 자리가 가진 무게와 책임을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진정성이 담긴 대사 처리와 언제 들어도 신뢰가 느껴지는 보이스, 여기에 가족과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드러낸 카리스마까지. 배우 지진희의 모든 것이 박무진이란 캐릭터와 시너지를 일으켰고, “권한대행 그 자체”, “우리도 갖고 싶은 리더 박무진”이란 평을 얻으며, 클래스가 다른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앞으로 남은 2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무진은 어떤 엔딩을 쓸까.
#. 이준혁, 왜곡된 욕망 숨긴 두 얼굴
테러 공모자란 사실을 드러내기 전까지 정말 몰랐다. “살아남은 걸 내가 기뻐해야 합니까”라고 고결하게 말하던 오영석은 국가와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기적의 생존자의 완벽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 국가가 자신과 전우를 버렸던 그날에 대한 분노, 그로 인해 쌓아온 권력을 향한 왜곡된 야망이 순간순간 드러날 때마다 더욱 소름 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품 있는 몸짓과 상대를 지긋이 제압하는 목소리, 순간 싸늘하게 변하는 눈빛으로 오영석의 두 얼굴을 완벽하게 만들어낸 이준혁. 아끼던 부하의 총에 맞아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그의 충격적인 마지막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 허준호, 청와대 진짜 어른의 품격
강렬한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배우였던 허준호. 한주승이란 인물을 만나 온화한 카리스마, 진짜 어른의 품격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박무진은 물론이고 청와대 식구들이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그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 이유도 그가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청와대 어른’이었기 때문. 권력의 의미, 자리의 무게, 살아남은 자들의 책임 등 그가 남긴 수많은 명품 대사들은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허준호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연기 내공으로, 목소리엔 연륜 있는 무게감을 실었고, 부드러운 미소 속엔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카리스마를 장착했다. 연기의 깊이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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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