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02 08:20 / 기사수정 2010.07.16 15:59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지난 달 27일 고양 어울림누리.
이곳에서는 전국 세팍타크로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세팍타크로팀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는 학생들도 참가해 치열하게 발길질을 겨루고 있었다.
동시에 세 경기가 진행되는 탓에 현란하게 눈동자를 굴리면서 경기를 관전하던 기자, 순간 맨 구석의 여자부 코트에서 눈동자가 멈춘다. 노란 옷을 입은 선수들이었지만, 왠지 이상했다. 코치의 강속구를 발로 현란하게 받아내는 다른 팀과는 달리 살살 던지는 공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등에 '선화여고'가 붙어있는 그들은 그렇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에 맞은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상대팀 서천여고의 선수들은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그런 생각마저도 들었다. '저거… 연막작전 아니야?'
▲ "와! 쟤네 잘한다" 상대방 선수들의 연습을 바라보는 선화여고 선수들
주심의 선수 소개와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경기는 시작되었다. 선화여고의 첫 번째 공격, 아쉽게도 서비스가 네트도 넘어가지 못한다. 서천여고의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과 감독은 예상 외의 쉬운 득점에 환호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서비스가 네트를 넘어가지 못하자 이제 사람들은 심드렁해지기 시작했다. 선화여고 선수들은 열심히 공을 차지만, 관심사는 이미 누가 이길 것인가에서 과연 선화여고가 네트를 넘길 것인가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선화여고의 감독은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벤치에 같이 앉아있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바라본다. 좋은 플레이는 힘껏 격려하고 실수는 위로하며 선수들이 기죽지 않도록 신경 쓴다.
결국, 경기는 선화여고가 한 세트당 5점도 획득하지 못한 채로 끝나고 말았다. 쉬운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했던 서천여고 감독은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경기장을 떠났고 경기를 져서 분한 한 선화여고 선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최선을 다해도 높은 실력의 벽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선화여고는 왜 이런 경기력을 보여줬을까,
"사실 훈련한 지는 2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1학년이고 2학년은 단 한 명, 3학년은 한 명도 없어요. 이번 대회는 성적보다는 경험을 쌓자는 차원에서 출전했습니다."
세팍타크로의 선수층이 얇은 탓에 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선화여고 세팍타크로팀이 현재 3학년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들의 경기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현재 한국 세팍타크로의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미래가 있다. 언젠가는 한국 최고의 세팍타크로팀이, 선수가 될 것을 꿈꾸며 다시 그들은 열심히 땀을 흘릴 것이다. "너무 아쉬웠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에요" 주장의 짧은 말에는 아쉬움과 결연한 의지가 드러났다.
그들이 이날 흘린 눈물과 경험은 한국 세팍타크로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그들을 흔들리게 할지 몰라도 그들의 세팍타크로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결코 그들의 결심을 꺾지는 못할 것이다.
비록 이날 경기는 일방적인, 재미없는 경기였지만 적어도 경기장을 나서는 기자에게는 세팍타크로의 현실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그런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훗날 다시 세팍타크로 경기장을 찾았을 때 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끝)
[사진ⓒ엑스포츠뉴스 조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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