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30 09:26 / 기사수정 2010.03.30 09:26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좋은 성과들을 내고도 한편으로는 말 많고 탈 많던 한국 쇼트트랙의 2009-10 시즌이 마무리됐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과시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한국 쇼트트랙은 새로운 신예들을 배출하고, 막판 세계선수권, 팀선수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끊이지 않고 있는 '선수 기용 논란'과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인한 여자 계주의 올림픽 5연패 실패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한 해
중국, 캐나다, 미국 등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출발한 한국 쇼트트랙 팀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팀 전종목 싹쓸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성시백(용인시청), 곽윤기(연세대), 이정수(단국대)가 나란히 각 종목에서 우승을 나눠가진 뒤, 5000m 계주마저 석권하며 첫 출발을 깔끔하게 한 것이다. 여자팀 역시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5연패를 향한 출발을 무난하게 했다.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도 이호석(고양시청)이 3관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던 한국 쇼트트랙은 그러나 월드컵 3차 대회부터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성시백이 3차 대회에서 2관왕, 이정수가 4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만 따냈을 뿐 다른 종목에서는 '전멸'하고 만 것이다. 특히, 여자팀은 두 대회에 걸쳐 단 한 번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며, 결국 최광복 코치로 지도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실전 연습 등으로 올림픽의 꿈을 키워온 선수들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지난 토리노 대회 못지 않은 성적을 자신하며, 밴쿠버에 입성했다. 그리고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오던 이정수가 이호석, 성시백 등 선배들을 제치고 2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 추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특히 여자팀은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심판의 애매한 판정의 희생양이 돼 실격당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개인전에서도 중국의 왕 멍, 주 양에게 잇따라 금메달을 내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또, 남자팀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성시백은 1500m, 500m에서 잇따른 불운으로 금메달을 놓치며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올림픽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낸 한국 쇼트트랙팀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바쁜 올림픽 환영 행사 일정 속에서도 세계선수권, 팀선수권 준비에 매진했다. 그리고 이호석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부 개인종합 2연패를 달성하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또,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던 박승희(광문고)가 여자부에서 개인 첫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은 여세를 몰아 팀선수권에서도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위아래를 왔다갔다 했던 한 시즌이었지만 그래도 성적만 놓고 보면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고른 활약...그리고 신예들의 선전
이번 2009-10 시즌 쇼트트랙팀은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활약이 고르게 보여졌던 것이 눈길을 끈다. 월드컵 2차 대회 3관왕,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이호석을 비롯해 올림픽 2관왕 이정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성시백, 곽윤기 모두 개인전에서 인상적인 성적들을 내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줬다.
여자팀의 경우, 신예들의 급성장이 눈길을 끌었다. 올림픽 전까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박승희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뒤, 세계선수권 종합우승까지 차지하며 차세대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재목으로 떠올랐다. 또, 갓 대학교에 입학한 이은별(고려대)도 초반부터 좋은 성적으로 팀을 이끌다시피 하며 '여자 쇼트트랙 부활'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벌 논란, 선수 기용 문제…대한체육회의 감사로 이어져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던 한 시즌이었지만 쇼트트랙팀은 끊임없는 잡음과 파문으로 그야말로 '말 많은' 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끝난 줄로만 알았던 '파벌 논란'이 쇼트트랙 팬들, 일부 빙상인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전까지 2차례에 걸쳐 치렀던 대표 선수 선발전 방식이 1차례로 줄면서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빛났던 안현수(성남시청)와 진선유(단국대)의 탈락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논란부터 이 문제는 시작됐다. 당시, 두 선수 모두 부상에서 재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선발전에 출전했다. 이를 두고 팬들은 "빙상계 내부 파벌 다툼 때문에 이들을 희생시키려 선발전 일정을 조정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 논란은 더욱 심화됐다.
남자 1500m 결승에서 이호석과 성시백이 넘어진 과정이 '경쟁 선수를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며 논란이 확대된 것이다. 의도적인 것이 아닌 단순히 경기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이후 선수들의 내부적인 노력으로 '논란'은 없어졌지만 이는 한국 쇼트트랙의 '파벌 논란'이 오히려 더욱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쇼트트랙의 논란은 올림픽 이후, 더 거세졌다. 이번에는 여자팀의 최정원(고려대)이 올림픽에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여기에 이정수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현수의 부친, 안기원 씨가 "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선수 기용을 놓고 작용한 빙상연맹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팬들, 그리고 일부 빙상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빙상연맹과 해당 지도자가 해명에 나서기는 했지만 좀처럼 논란이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한체육회가 이 문제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로 하면서 진실 공방이 주목되고 있다.
수많은 성과와 과제, 그리고 각종 설(說)들로 참 어려운 한 시즌을 보내야 했던 한국 쇼트트랙. 경쟁국들의 성장으로 어느 해보다 '위기 의식'을 느낀 한 시즌으로 기억할 한국 쇼트트랙이 새로운 시즌에 순탄하게 출발하며, '최강 위상'을 되찾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남자-여자 쇼트트랙팀 (C) 엑스포츠뉴스DB 백종모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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