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27 02:53 / 기사수정 2010.03.27 02:5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달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았던 김연아(20, 고려대)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세계 정상급의 스포츠 스타들도 언제나 압도적인 우위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김연아와 많이 비견되는 엘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장대높이뛰기)와 타이거 우즈(미국, 골프), 그리고 '농구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미국, 농구) 등도 예상치 못한 부진을 보여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 경험이 있다.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를 구사한 뒤,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다음 과제인 레이백 스핀을 곧바로 시도하지 못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전체적인 균형감각을 잃게 되면 모든 밸런스를 잃게 된다.
플립 점프 이후, 프로그램 감각이 흐트러진 김연아는 연이은 실수가 나왔다. 지난해 열린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한쪽 부츠가 살짝 컷 던 탓에 김연아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을 보였다. 그리고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던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김연아 측은 부츠에 대한 문제보다는 이러한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김연아는 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동기부여를 잡지 못해 고생을 했다. 이미 피겨 스케이터로서 모든 것을 이뤘던 터라 다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상의 연기를 펼쳐야 한다는 점에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김연아는 지난 2008-2009 시즌부터 지난달 열린 올림픽까지 총 9번의 대회에 출전해 2008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위에 오른 것만 제외하고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3점 차 이상으로 정상에 올랐던 점은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었다.
이렇게 정상을 지켜온 김연아는 지금까지 숨 쉴 틈 없이 빙판 위에서 투쟁해 왔다. 김연아는 이미 대중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줬고 자신이 이룩하고자 한 것들을 후회 없이 이룬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대회를 준비하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쇼트프로그램에서 집중력을 잃고 김연아답지 못한 실수를 펼친 점은 아쉬운 일이다. 이미 대회 출전이 확정됐다면 어떤 이유가 있건 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선수와 지도자의 의무다. 그러나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옥사나 바이울(러시아)과 1998년 금메달리스트인 타라 리핀스키(미국), 그리고 2002년과 2006년 금메달리스트인 사라 휴즈(미국)와 아라카와 시즈카(일본)도 세계선수권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대부분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자신이 모든 것을 내건 올림픽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은 후, 다시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연아 역시,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을 마칠 수도 있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훈련을 한 기간이 일주일 정도라고 밝혔다. 아무런 부담감이 없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하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상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성취의욕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자신이 출전해온 모든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김연아에게 세계선수권 우승도 기대했던 점은 과욕일지도 모른다. 김연아는 이번 쇼트프로그램을 잊고 프리스케이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 임하면서 어떤 결과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라고 밝혔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이 아니라 '김연아다운 연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1위에 올라 기쁨을 줬던 모습을 기억하듯이 때론, 김연아가 실수를 했을 때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IB 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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