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허인회 인턴기자]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 알렉스 모건이 '차 마시는' 세리머니로 논란에 휩싸였다. 상대편 잉글랜드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이는 깊은 역사와 관련있다.
모건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고 차 마시는 세리모니를 펼쳤다. 잉글랜드가 볼때는 불쾌할 수도 있는 문제의 행동이었지만, 미국은 통쾌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가 있다. 잉글랜드와 유벤투스 소속의 리안 샌더슨은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는데 "우리의 문화를 비꼬는 모건의 행동이 불쾌하다. 저 세리머니는 마음에 들지 않으며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측에서는 이 행동에 대해 입을 모아 비판했다. 잉글랜드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필 네빌은 "미국은 심각하게 매너가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은 "여자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미국이 보여준 모독은 도를 넘었다"고 격분했다.
이 세리머니는 단순한 비하라기 보다 역사적으로 관련 깊다. 미국의 13개 주는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다. 1773년 12월 16일, 미국에서 일어난 '보스턴 티 파티'는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사건이며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일 중 하나다.
이 사건은 미국인들이 차 판매권을 둘러싸고 영국에 대한 반발이 심화되며 수 백명의 보스턴 시민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던 세 척의 무역선에 뛰어들어가 차 상자를 부수고 전부 바닷물어 던졌다. 이후 그들은 도시까지 개선 행진을 했다. 이 소식은 미국 전역에 퍼졌으며, 영국에 대한 저항심을 불어넣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건의 세리머니가 보스턴 티 파티를 패러디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모건은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우리 팀은 특별하다. 우리를 믿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면서 "그리고 그것은 차다(And that's the tea)"라고 말하며 한 번 더 강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또 미국 정치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차를 마시게 된 여자 축구대표팀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며 모건의 사진을 올렸다.
정치인에게까지 파장이 번지며 우려가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 영역 안에 정치가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며, 법적인 대응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3, 4위전 당시에는 한국이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자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결국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를 받아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했다. 법적 분쟁 끝에 메달 취소가 되지는 않았지만 대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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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justinwho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