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22 09:27 / 기사수정 2010.02.22 09:27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지난 20일 밤(이하 한국시간) 에버튼의 홈구장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에버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는 에버튼의 3-1 완승으로 끝났다.
에버튼은 지난주 첼시에 거둔 2-1 승리에 이어 우승경쟁을 벌이는 두 팀을 상대로 2연승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경기 모두 선취골을 내주고 기록한 역전승이라는 점이다.
에버튼뿐만이 아니다. 아스톤 빌라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도 올시즌 첼시를 상대로 리그에서 역전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
맨유는 홈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배했고 풀럼 원정에서는 0-3이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았다. 아스날 수비진은 맨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4골을 허용하며 초토화됐고 올 시즌 최악의 행보를 보이는 리버풀에 대해서는 지면의 양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 첼시는 빅4 간의 4차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2위 맨유(6패) 역시 빅4라고 불리는 다른 세 팀에게 당한 패배는 두 번에 불과하다.
이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빅4의 장악력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4-05시즌, 에버튼의 4위 진입 이후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던 4위라는 마지노선이 이번 시즌은 매우 위태롭다. 현재 맨시티가 4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토트넘, 아스톤빌라, 에버튼이 빅4 를 고수하려는 리버풀과 치열한 4위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중위권 클럽의 도약
아스톤빌라, 에버튼, 맨시티, 토트넘은 그동안 UEFA 리그 출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올 시즌 이들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맨시티는 첼시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은 4패를 기록 중이고 아스톤빌라는 빅4의 어느 팀보다도 적은 실점을 허용한 리그 최소 실점팀이다. 토트넘도 리버풀보다는 적은 7패를 기록중이고 에버튼은 맨시티, 토트넘, 아스톤빌라보다는 다소 쳐져 있지만 최근의 상승세가 무시무시하다.
골득실을 통해서도 이들 중위권 팀들의 성장은 확연하다. 지난 5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골득실 +10을 기록한 팀은 빅4 구단 외에 많아야 한두 팀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이들 네 팀 중 에버튼을 제외한 세 팀의 골득실이 +10을 넘어섰다. 토트넘의 골득실은 +19로 리버풀마저 능가한다.
즉, 하위권 클럽과 이들 중위권 클럽의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위권 클럽은 빅 4와의 맞대결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빅4 대 중위권4, 혹은 빅8
놀랍게도 리그 선두 첼시는 이 네 팀을 상대로 1승 1무 3패의 열세를 기록 중이다. 맨시티와 아스톤빌라는 빅 4를 상대로 각각 2승 1무 1패와 3승 2무 2패를 거둬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맨유도 중위권 4팀을 상대로 3승 1무 2패의 고전을 면치 못했고 에버튼은 빅4를 상대로 2승 2무 4패로 선전했다.
범위를 넓혀서 이들 8팀이 서로 상대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들여다보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박빙의 모습이다. 즉, 이들 간의 대결이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이 복잡하게 형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치 밀레니엄을 전후로 한 이탈리아 세리에-A의 빅7을 보는듯한 판도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군웅할거가 오늘날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재현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인수 이후로 시작된 프리미어리그로의 거대 자본 유입은 프리미어리그를 돈방석에 앉혀놓았고 그 수혜를 입은 상위권 팀들은 유럽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이제 그 자본의 수혜는 중소규모의 클럽들도 선수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했고 그 결과가 이번 시즌 중위권 클럽들의 대약진으로 이어졌다.
물론 자본의 유혹으로 포츠머스와 같은 참사가 벌어졌고 이탈리아의 빅7체제도 커다란 상처를 남긴 채 와해하고 말았다. 돈으로 점철되는 축구판이 유감스럽지만 당분간 보다 흥미롭게 진행될 프리미어리그의 순위싸움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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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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