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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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 졸전 허정무호, 5무(無)로 무너졌다

기사입력 2010.02.11 07:51 / 기사수정 2010.02.11 07:51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스포츠에서는 언제든지 이변이 벌어질 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변도 이변 나름. 결과와 더불어 내용마저 빈약했다면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적어도 10일 저녁,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서 보여준 허정무호의 모습이 그랬다.

허정무 감독이 "언젠가는 와야 할 일이 오늘 왔을 뿐"이라고 했지만 애써 이번 중국전 결과를 넘기기에는 너무나 참담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이 떠오를 만큼 선수들의 플레이는 모두 무기력했고, 오히려 중국에 한 수 가르침을 받으며 0-3으로 완패하고 만 것이다. 3골을 내준 과정도 좋지 않았고, 한 번도 지지 않은 팀을 상대해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것도 답답했다. 한때 허정무호를 비아냥대는 단어였던 '허무 축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중국전에서 허정무호는 이렇다 할 전술도, 패스도, 공격도, 수비도, 정신력도 모두 없었다. 이 5가지의 문제점으로 인해 허정무호는 사상 최악의 시련을 맞이하게 됐다.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는 것조차 의심스러웠을 만큼 이번 중국전 패배에 대한 채찍질은 가차없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많이 배웠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답답했던 중국전이었다.

전술

허정무 감독은 '필승 카드'인 4-4-2 전략을 들고 나와 나름대로 최상의 멤버로 베스트11을 구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수 역량에 맞지 않은 포지션 변화를 무리하게 가한 것은 오히려 화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중앙 미드필더 재원인 오장은(울산)과 김두현(수원)은 나란히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으며, 중앙 수비 이정수(가시마)는 측면 미드필더로 역시 선발로 나섰다. 허정무 감독이 멀티 플레이어 자원을 키우기 위해 이러한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꺼번에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히게 한 것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셈이 됐다.

현 시점에서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나서겠다는 말 자체가 무색할 만큼 선수들 사이의 조직력, 호흡은 잘 맞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약속된 플레이는 번번이 중국의 탄탄한 벽에 걸렸고,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 자체가 무거워서 어렵게 만든 기회조차 날린 경우가 많았다. 전술적인 움직임 자체가 잘 나타나지 않고, 패턴이 눈에 보일 만큼 단조롭게 나타나다 보니 그동안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선수들조차 덩달아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고, 결국 완패로 끝나고 말았다.

패스

패스의 질도 나빴다. 날카롭게 이어져야 할 크로스는 상대 장신 수비수에 번번이 걸렸고, 짧게 이어가는 원터치 패스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연결 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다 보니 공격들이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고, 중국의 밀집 수비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패스 성공률이 78-67(%)로 앞섰다고 해도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중국이 한결 더 나은 모습이었다. 중국은 후반,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로 한국 수비진을 농락시키며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골 역시 절묘하게 올라간 크로스가 문전 앞에 있던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연결돼 결국 득점으로 연결됐다. 반면 한국은 만들어가는 패스플레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면서 중국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패스로 인한 실수로 실점까지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 중앙수비 곽태휘(전남)는 무리하게 볼처리를 하려다 패스가 아래로 깔리면서 상대 공격수에 볼이 전달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골결정력

골결정력 부재도 안타까웠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22차례나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단 한 개도 골문 안쪽으로 집어넣지는 못했다.

지난 홍콩전을 통해 살아난 듯했던 이동국(전북)과 부상에서 회복한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는 나란히 이렇다 할 확실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정적인 슈팅도, 동료에 기회를 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도, 위협적인 움직임도 없었다. 득점력을 가진 다른 선수들 역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슈팅을 하려다보니 평소보다 정확도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파상공세를 펼치기는 했지만 소득 하나 없는 '속 빈 강정'식 공격력을 보였던 허정무호였다.

수비

고질적인 문제점인 수비 문제는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려졌다. '자동문'이라는 오명을 씻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더 키운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수비진만큼은 월드컵 본선에 나설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곽태휘, 조용형(제주), 이정수, 오범석(울산)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나름대로 허정무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호흡 면에서 잇따라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세 골이나 허용하는 아픔을 맛봤다.

상대의 빠른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나름대로 믿을만 했던 선수들간의 호흡에 의한 커버플레이 역시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볼처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뒷공간이 비면서 상대에게 잇따라 결정적인 장면들을 노출하기도 했다. 세 골을 내준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을 만큼 수비진의 답답한 모습은 너무나도 굴욕적이게 느껴졌다.

정신력

공격, 수비 모두 답답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 모든 것이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에서 비롯된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인 문제였다. 중국은 '공한증'을 깨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종일관 뛰어다니면서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반면 한국은 '거친 축구'를 구사할 줄 알고 다소 몸을 사리는 듯한 경기력을 보이다가 화를 자초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시종일관 한국 선수들은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악착같이 볼을 따내려는 움직임도 없었고, 전반적인 경기 템포도 느렸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모습도 많았다. 이렇게 경기에 이기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없었을 만큼 투쟁 의식도 없어 보였던 것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제점을 모두 드러냈던 허정무호는 결국 중국에 너무나도 어이없게 무너지는 굴욕을 맛봤다. 월드컵 개막 4개월을 앞두고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봤다는 것이 아주 씁쓸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관련 기사] ▶ 日 언론, 허정무 감독 '허세 부린다' 냉소 

[사진=허정무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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