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10 21:59 / 기사수정 2010.02.10 21:59
- 한국, 수긍해야 할 그리고 극복해야 할 패배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변명할 나위 없는 완패다.
2010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일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차전 경기에서 0대3 완패를 당했다.
지난 7일 홍콩과의 1차전에서 5대0으로 완승을 하며 '역시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힘든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역대 전적과 공한증(恐韓症) 따위를 떠나서 중국에 경기력, 전술적인 면에서 완벽하게 뒤졌다.
지난 6일 1차전에서 보여주었듯이 중국 대표팀은 빠른 역습전개와 강한 압박을 펼치며 일본 대표팀을 괴롭혔고, 결과적으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이미 중국의 경기스타일은 파악했을 것이지만 한국 대표팀은 중국의 전형적인 전술에 그대로 말려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시작된 중국의 압박에 적지않게 당황한 탓인지 패스미스가 잦았고, 상대의 위험지역까지 진출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역습상황에서는 수비수가 한쪽으로 몰리는 등 수비라인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빈 곳을 빈번하게 내주었다. 그리고 실점 장면에서는 수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공격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또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온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직적인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개인 전술을 통해 수비를 흔드는 모습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수비 후역습을 하는 팀을 상대로는 흔히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당기거나 좌우 측면공격을 통해 수비를 흔들고, 원터치 패스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수비를 무너뜨리는 전술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공격은 수비수가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정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하니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패스 타이밍까지 느려 번번이 중국 수비에 차단되기 일쑤였다.
수비가 불안한 마당에 이날 경기를 통해서 공수 전반에 있어서 한국 대표팀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국 대표팀에게 고마울 만큼 한국 대표팀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완벽하게 공략해냈다.
이날과 같은 경기 양상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나올 수 있다. 같은 조에 속해 있는 네 팀 중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세 팀은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제골을 얻은 뒤 수비에 더욱 집중하는 경기 운영은 한국과 그리스, 나이지리아가 월드컵 본선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술이다.
과거부터 걸어 잠그는 경기를 펼치는 상대에게 매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대표팀이기에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16강은커녕 승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실점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고, 혹여 선제골을 내주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따라붙을 수 있는 전술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중국전 패배를 이유로 국내파의 한계를 꾸짖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이날의 패배는 분명한 팀의 패배이고, 분명한 전술의 패배다. 멀리서 들려오는 해외파들의 활약 소식이 반갑고 전력에 보탬이 되겠으나 아직 한국 대표팀은 팀으로서 더욱 가다듬어야 하고 전술의 완성도와 다양성을 보완해야 한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에 한 수 제대로 배웠다.
오랜만에 90분이 정말 길었던 경기였다.
[사진=허정무 감독 ⓒ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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