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10 02:49 / 기사수정 2010.02.10 02:49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4년에 한 번, 한국 쇼트트랙은 적지 않은 긴장과 부담을 느낀다.
'효자 종목'이라는 타이틀 하나를 지켜내기 위해 대표에 선발된 선수들은 어느 해보다 더 굵은 땀방울과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선배들이 일궈낸 쇼트트랙 최강국의 자존심을 이어가기 위해 선수들은 영광된 그 순간을 꿈꾸며,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쇼트트랙 선수 가운데 남자 쇼트트랙의 '동갑내기' 간판, 이호석(고양시청)과 성시백(용인시청)의 각오는 남다르다. 안현수라는 최강의 스케이터가 대표팀에 없는 상황에서 두 선수는 캐나다, 미국 등 북미권 국가들의 견제를 뿌리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쟁국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지켜내기 위한 심적인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래도 쇼트트랙의 '쌍두마차'는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다른 선수를 신경 쓰기보다 우리 경기만 잘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월드컵, 세계선수권 같은 큰 대회에 나란히 나서면 무게감이 느껴질 만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제 실력을 낸다면 여태껏 단 한 번도 이뤄보지 못했던 남자 전 종목 석권이 가능하다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당장 '싹쓸이'에 연연하는 것보다 시합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이들은 위대한 도전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도전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에, 더욱 의지하고 또 경쟁을 펼치면서 마지막에 활짝 웃는 모습,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토리노 '2인자'에서 밴쿠버 '1인자' 꿈꾸는 이호석
이호석은 '올림픽 경험자'다. 4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특히, 개인 1000, 1500m에서 잇따라 은메달을 따내며 '아름다운 2인자'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호석은 '2인자'가 싫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갖고 있는 목표처럼 최고 높은 자리에 우뚝 서기를 바랐다. 올림픽 이후 부진을 거듭했지만 절치부심의 노력 끝에 그는 지난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 열린 2009-10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개인 첫 3관왕에 오르는 쾌거도 잇따라 일궈냈다.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이호석의 '올림픽 신화'는 순탄하게 쓰일 듯했다.
그러나 여기서 이호석은 잠시 삐끗했다. 지난해 10월 초,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입으면서 정상적인 스케이팅이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그는 이어 열린 월드컵 3,4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호석이 불참한 사이 한국팀 성적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성적을 두고, 한국 쇼트트랙의 올림픽 금메달 예상이 제로에 가깝다는 혹평도 나왔다.
그 사이에 이호석은 조용히 재활에 전념하며 혹평이 기우임을 보여주기 위한 담금질을 벌여나갔다. 그리고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며, 토리노 때 못 다 한 개인전 금메달의 꿈을 다시 실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특유의 배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완벽한 몸만들기를 해낸 이호석의 힘찬 질주는 한국 쇼트트랙의 명예 회복에 큰 힘을 보탤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U대회 5관왕의 힘으로, 500m 석권 자신하는 성시백
성시백은 2007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자신의 대회로 만든 선수다. 남자부에 걸린 5개 종목, 전체를 싹쓸이해 5관왕에 오른 것이다. 성시백의 5관왕 덕분에 한국은 건국 이래 최초로 종합 국제 대회에서 1위에 오른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이전까지 성시백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장춘 동계 아시안게임에 모두 대표팀에서 탈락해 제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성시백은 모든 것을 접고 한때 은퇴까지도 고려했다. 그러나 토리노 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은 성시백은 2008-09 시즌을 통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이호석과 더불어 쇼트트랙 대표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성시백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모든 종목을 골고루 잘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이었던 500m 단거리도 잘한다는 이야기다. 2007-08시즌부터 자신있게 500m를 타기 시작했다는 성시백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0m 금메달을 따냈던 채지훈에 이어 16년 만에 이 부문 금메달도 노리고 있다. 개최국 캐나다의 찰스 애믈린이 경쟁 후보지만 빠른 스타트와 순간적이면서 폭발적인 아웃코스 추월 기술이 있는 성시백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어깨가 무겁다. 코칭스태프 내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호석, 성시백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안현수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차세대 주자에 오르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전반에도 이들의 활약이 중요하지만 개인에게도 역시 이번 올림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밴쿠버 신화'를 바라는 이호석, 성시백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최강 쇼트트랙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펼쳐질 이들의 힘찬 도전을 많은 사람은 눈여겨보며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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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호석-성시백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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