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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근의 싸커튜드] '까이는' 이동국의 대안은 과연 누구길래…

기사입력 2010.02.08 13:13 / 기사수정 2010.02.08 13:13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어제(7일) 동아시아대회 홍콩전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이동국은 전반 32분 김정우가 떨어뜨려 준 것을 골로 연결하며 1454일 만에 국가대표 경기에서 A매치 골을 성공시켰다.

물론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벼락같은 슈팅처럼, 본프레레 시절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올리버 칸도 놀라게 했던 발리슛처럼 멋진 골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슈팅이었지만 어쨌든 이동국은 마침내 골을 성공시켰고, A매치 무득점을 끊을 수 있었다. 대표팀 공격수들의 골 침묵으로 답답했던 중에 '공격수'이동국이 골을 넣었다는 것은 멋진 골이 아니었지만 꽤 의미 있는 골이었다. 대표팀은 2009년 9월 호주전에서 설기현이 골을 넣은 것과 박주영의 수많은 골을 빼면 2009년부터 공격수의 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국을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의 화살은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이동국은 뭘 어떻게 해도 '까이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듯하다. 그나마 골을 넣었기에 망정이지 골까지 못 넣었다면 '홍콩 같은 팀을 상대로도 골을 못 넣는 공격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비난을 받았을 것이 눈에 선하다.

이동국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은 가끔 보면 정도를 지나칠 때가 많다. 그들의 눈에는 마치 경기장에는 오로지 상대팀 선수와 이동국만 보이는 듯 이동국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실수를 하나 할 때마다 "저런 천하의 대역죄인이 대표팀 선수라니!" 식의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이 정도면 오히려 저 사람이 이동국을 좋아하는 * 츤데레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다.

물론 이동국의 어제 플레이는 매우 평범했다. 구자철에게 찔러준 기막힌 패스 등 몇 번의 좋은 플레이도 있었고, 어이없이 놓친 찬스도 몇 번 있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크게 잘하지도, 크게 못하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이동국이 선수들 가운데 제일 최악이라는 등, 국가대표 감이 아니라는 등의 비난을 들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기자는 이동국을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로 찬양할 생각도, 그를 국가대표팀 공격의 중심으로 세워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을 할 생각도 없다. 

그러기엔 이청용, 박주영, 박지성 등 해외파의 기량이 국내파와 월등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며, 공교롭게도 이청용과 박지성은 공간침투력이 뛰어난, 정통 윙어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2009시즌 전북에서 이동국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변칙적 윙어들과 이동국의 조합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동국이 대표팀 명단 23인에는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이동국보다 나은 선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이 4~5인의 공격수를 데려갈 것으로 감안하고, 박주영과 이근호가 두 자리를 차지한다면 남은 자리는 2~3인,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조건은 '박주영과 이근호와 다른 스타일을 지녔으며 그들만큼의 기량을 갖춰야 함' 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동국에게 어시스트 기록이 없다는 것을 빌미로 받아먹는 공격수는 필요 없다, 동료와의 연계플레이가 좋지 않다는 등의 말을 하며 이동국 대신 김영후를 뽑아야 한다, 유병수를 뽑아야 한다, 김동찬을 테스트하자는 등의 주장을 내세운다. 심지어 아약스에서 석현준이 데뷔전을 치르자 06 독일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월콧을 데려갔던 것처럼 우리도 석현준을 데려가야 한다는 주장도 볼 수 있었다.

현재 대표팀 부동의 주전인 박주영은 차치하고서라도 이근호 또한 득점력이 최근 하락세이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공간침투력, 박주영과의 호흡 등 국내 공격수들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 기량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동국은 이들 둘과는 확연히 스타일에서 차이를 보이며, 'K-리그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며 득점에 특화된 기량을 가진 선수다.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활동량 또한 갖췄으며, 몸싸움을 꺼리는 편이긴 하지만 그만큼 공간을 찾아 뛰어들어가는 플레이가 뛰어나며 창조성 있는 패스 능력도 갖췄다.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전술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표팀의 주 전술이 박주영-이근호 투톱과 박지성-이청용의 양 날개가 유기적인 포지션 변경과 공간침투로 활발한 공격을 주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 선수들과 포지션 롤이 비슷한 선수는 가급적 배제하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플랜A가 읽히면 플랜B를 내세울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며, 이동국은 대표팀에게 또다른 공격 루트를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김영후와 유병수는 박주영과 이근호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골을 넣어도, 골을 못 넣어도, 심지어 공만 잡아도 비난을 받는 지경에 이르른 것은 역시 미들스브로에서의 참혹한 실패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EPL 무대에 진출해서 가져온 결과물이 고작 'EPL 최악의 영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돌아온 것이라니, 실망한 나머지 이젠 이동국이 뭘 해도 안 좋게 보이는 사태에 이르른 것이다. 덕분에 순식간에 이동국은 아시아권을 벗어나면 통하지 않는 선수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이동국이 유럽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참혹하며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떠올려 보라, 기대를 한몸에 받은 박주영은 그 당시 별 볼일 없는 플레이로 비난을 받았지만 현재 대표팀 공격수 가운데 으뜸으로 떠올랐다. 이동국 또한 그때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다시금 부활에 성공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의 기량을 놓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동국이 남은 중국전과 일본전에서 또다시 골을 넣지 못하고 침묵한다면, 아니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홍콩전 같은 평범한 플레이를 보인다면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끝내 밟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국은 그만큼 해외파를 제외하고 다른 공격수들보다 많은 기회를 받아왔기에 남아공 2부리그 팀을 상대로 2골, 홍콩전 1골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엔 결과물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3월에 잡혀 있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본선 엔트리를 염두에 둔 최종 멤버를 확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이동국이 그 자리에 서고 싶다면 중국전과 일본전은 매우 중요하다. 과연 '라이언 킹' 이동국은 골 침묵을 깨뜨린 만큼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남은 경기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경기 내내 이동국만 보면서 탄식하진 않겠지만.

* 츤데레(일본어: ツンデレ 쓴데레[*])는 2002년경에 등장한 재패니메이션이나 일본의 미소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등장인물의 인격 유형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일본어 인터넷 유행어다. 이 말은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인 츤츤(일본어: つんつん)과 '부끄러워하는 것'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 데레데레(일본어: でれでれ)의 합성어이다  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새침한 면에서 부끄러워하는 면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사진 = 골 가뭄을 해소한 공격수 이동국의 포효 ⓒ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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