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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밴쿠버] '최강' 쇼트트랙, 이번에는 어떤 작전?

기사입력 2010.02.08 14:38 / 기사수정 2010.02.08 14:38

김지한 기자

- 한국 쇼트트랙의 최강 원동력, 특허 기술-작전을 말하다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20년 가까이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중국, 캐나다, 미국 등 라이벌들의 견제 속에도 아직까지 '쇼트트랙 최강국' 하면 한국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캐나다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해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느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호리병 주법, 날 들이밀기, 바깥 돌기……주옥같은 필승 기술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김기훈(현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감독)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모두 5번의 올림픽을 거치면서 17개의 금메달을 따낸 한국 쇼트트랙. 그 비결에는 다른 나라는 따라올 수 없는 혹독한 체력 훈련과 한국만의 독특한 전략, 주법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하면 다른 나라가 따라할 만큼 이른바 한국만의 '특허 전략'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최초의 '특허 전략'은 김기훈이 먼저 시작했다. 바로 '호리병 주법'과 '외다리 주법'이 그것이다. 좀 더 빨리, 효과적으로 트랙을 도는 방법을 연구했던 김기훈은 원심력에 최대로 역행하면서 코너를 돌 때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외다리 주법을 최초로 개발해 냈다. 이어,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로 달리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호리병 모양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호리병 주법'도 개발, 알베르빌 올림픽 2관왕과 세계선수권 5관왕의 위업을 달성해 냈다. 김기훈이 개발한 이 기술은 현재 세계 쇼트트랙에서 교과서처럼 쓰이는 기술이 되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위상을 좀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는 이른바 '날 들이밀기' 기술이 첫 선을 보였다. 전명규 당시 대표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날 들이밀기'는 스케이트가 먼저 결승선에 닿아야 이기는 규칙을 활용해 상대의 허를 교묘하게 찌르는 기술로 큰 주목을 받았다. '날 들이밀기' 기술에 의해 김동성, 전이경이 잇따라 금메달을 따내는 등 신기술의 효과는 엄청났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신체 접촉에 의해 김동성이 금메달을 뺏기는 등 상당한 피해를 봤던 한국은 2006년, '바깥돌기' 주법으로 금메달 6개를 따내며 부활했다. 신체 접촉을 가능한 피하기 위해 가속도를 붙여서 바깥쪽으로 크게 도는 주법을 고안한 한국은 안현수, 진선유 등이 주로 사용해 재미를 톡톡히 보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여자 계주 4연패 이룬 원동력, 작전의 진화

올림픽 4연패를 이룩했던 여자 쇼트트랙 계주는 치열한 머리 싸움을 활용해 상대의 기를 순간적으로 꺾는 전략으로 지금까지 최강 자리를 지켜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는 달리고 있는 선수가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주며 스피드를 높이는 전법을 사용했다. 그 덕분에 중국과 반 바퀴 가까이 차이가 난 상황에서 막판 2바퀴를 남겨놓고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어 2002년에는 한 선수가 반 바퀴를 더 도는 전술, 즉 다른 선수들이 등을 밀어주며 교대할 때 교대를 하지 않고 과감하게 전진해 스피드를 유지하는 전법으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에는 주자 기용 틀을 바꾸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통상 파워가 가장 떨어지는 선수를 4번 주자로 내세우지만 이를 깨고 1번 주자로 내보냈다. 에이스급 선수를 중간 또는 마지막 주자에 기용해 스피드를 유지한 상황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이었다. 그 덕에 당시 컨디션이 좋았던 진선유, 변천사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며 올림픽 4연패를 이뤄내는데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는 어떤 작전이 효과적일까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라이벌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으며, 힘든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국이 최초로 시도한 기술이나 전략들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다 '타도 한국'을 외치며 개인 기량이 탄탄한 선수들이 훨씬 많아진 것도 우려스럽다. 특히, 중국 여자팀은 최근 2년 동안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에서 한국보다 앞서는 성적으로 한국의 아성을 넘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쇼트트랙은 어느 대회보다 더욱 철저한 준비와 비장한 각오로 이번 올림픽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체격이 좋은 상대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 기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둔 한국은 목표 달성을 이루기 위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밴쿠버식 새 전략을 다지고 있다.

상대국들의 집중 견제, 텃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반에 일찌감치 승부를 걸거나 토리노 대회 때처럼 '바깥돌기' 주법이 더욱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2년, 세계선수권 남자 1500m 결선에서 김동성은 처음 한 바퀴를 돌자마자 스퍼트를 내며 2위 선수와 한바퀴 반 차이의 거리를 유지해 여유있게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회 직전에 열린 올림픽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 금메달을 내줬던 상황을 의식한듯 초반부터 스피드를 내면서 이를 그대로 유지해 우승에 성공했다. 물론 이 같은 주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체력이 우선시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림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선수, 코칭스태프만 알고 있을 뿐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시합 전부터 벌이는 심리적인 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4년간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힘써온 한국 쇼트트랙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떤 기상천외한 작전, 주법으로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룩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습 중인 쇼트트랙 대표팀 ⓒ 엑스포츠뉴스 백종모 기자]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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