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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밴쿠버] 2인자로 밀린 여자 쇼트트랙, 최강 위용 되찾는다

기사입력 2010.01.30 10:29 / 기사수정 2010.01.30 10:29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경험이 부족하다. 마땅한 에이스가 없다. 그래도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흘린 땀방울은 결코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명예 회복을 꿈꾸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어느 대회보다 힘든 여건 속에서 치러야 할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은 '만리장성'을 넘어 '효자 종목'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을 자신하고 있다.

▲연습중인 조해리

'세계 최강' 자리 지킨 여자 쇼트트랙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개수는 총 9개다. 이는 남자 쇼트트랙(8개)보다 1개 많은 기록이다. 특히, 여자 3,000m 계주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네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금메달 보증 종목'이다. 하계 올림픽으로 치면 양궁 단체전과 같은 존재다.

여기에는 중심축 역할을 해준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쇼트트랙 여제' 전이경(현 SBS 해설위원)은 '날 들이밀기' 전법으로 중국의 거센 반격을 뿌리치며 통산 동계올림픽 4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또, 여중생 선수로서 배짱 두둑한 주법으로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던 고기현, 토리노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진선유(단국대)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 영웅의 계보를 이어왔다.

또, 이들이 우승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한 선수들도 인상적이었다. 전이경의 위업에는 라이벌 국가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던 원혜경이 있었으며, 진선유의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는 변천사, 최은경이라는 도우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완벽한 작전 수행과 빼어난 기술,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순발력을 갖춘 한국 여자 선수들을 중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라이벌 국가들은 따라갈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구심점 없어진 한국, 왕멍 앞세워 치고 올라온 중국

그러나 이러한 여자 쇼트트랙의 아성은 2007년이 되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에이스' 진선유의 부상 시점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진선유가 잇따른 부상으로 공백이 길어지자 이 기회를 틈탄 중국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미 토리노 올림픽을 통해 경쟁력을 보여준 왕 멍이 치고 올라왔으며, 주 양이라는 새로운 신예도 인상적인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한국의 확실한 금메달 종목이었던 1,000m, 1,500m에서 하나둘씩 우승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부진을 거듭했다. 왕 멍 같은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가 없고,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조금씩 실력 차이가 났다. 급기야 중국이 싹쓸이하고, 한국이 노골드로 끝나는 월드컵 대회도 있었다. 그사이 왕 멍은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여자부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최강 스케이터로 군림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강'을 자부했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2인자'로 밀려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월드컵 대회에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막내' 이은별(연수여고)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월드컵 3,4차 대회에서 '노골드'로 대회를 마치며 올림픽 금맥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때문에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 예상치에 여자 쇼트트랙이 한 개도 따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힘들게 흘린 땀방울로 밴쿠버 새 신화 이룬다

그래도 '최강자'가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올림픽에 나서는 만큼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의 각오만큼은 당차다. 이은별, 조해리(고양시청), 김민정(전북도청), 최정원(고려대), 박승희(광문고)로 이뤄진 여자 쇼트트랙 올림픽 대표팀은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힘든 훈련을 소화하면서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꾸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하루에 예선, 결선이 모두 치러지는 경우가 많아 이에 걸맞은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 훈련을 호되고 시키고 있다. 일단 결과는 좋은 것 같다. 최광복 여자팀 코치는 미디어 데이에서 "체력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렸고 남자 선수들의 도움으로 속도도 신경을 썼다"면서 "지금은 노력한 만큼의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만족해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만큼은 최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여자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하다면 분명히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2년 여 동안 최강 자리에서 물러났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당찬 도전이 기대된다.

[사진=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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