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15 18:01 / 기사수정 2010.01.15 18:01
[허건식의 무예보고서 - 긴장감 도는 무예역사]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정책연구를 통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치밀하게 한민족의 뿌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2007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태권도 시범 중 '태권도는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해설을 놓고 동북공정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무예계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계에서는 별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무예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보면 생각보다 심각할 정도로 중국은 무술에 대해 동북공정을 이미 시작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 사실에 대해 동북공정에서 다루고 있는 동북삼성은 우리 민족의 역사터이고 우리 무예의 역사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미 무술의 동북공정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태권도는 중국의 권법에서 출발했다", "합기도와 유도는 중국의 솔각에서 출발했다"는 말은 무술의 기술적 측면에서 중국무술계가 내세울 만하다. 문제는 이런 논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가 문제다.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떤 무술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전해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수천 년의 역사는 온데간데없고 "우리 땅에서 시작된 것이니 우리 것이다"라는 동북공정의 불도저식 사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다.
미래의 한국보다는 과거의 동북삼성의 한민족역사를 없애는 정책으로 우리 뿌리를 잘라 중국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동북삼성의 고구려 땅을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순간 고구려벽화의 씨름은 중국의 씨름이 되는 것이고, 수렵도에서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 역시 중국의 기사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고구려의 무술이라고 주장하는 무술단체들은 동북공정이 성공할 경우 중국무술인 것이다.
전통무예진흥법은 식은 감자
이런 동북공정같이 엉뚱한 논리로 살아가는 국내 무예들도 많이 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전통무예' 혹은 '민족무예'라고 주장하고 있고,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무예계의 일부 단체들은 '단체 살아남기'에 급급한 이기적 모습으로 앞뒤 못 가리고 무예계를 좌지우지하려고도 한다.
수입무술을 놓고 우리 것이라고 외치고 있는가 하면, 갑자기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무예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자신을 전승자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생긴지 10년도 안된 무예들이 역사성이 미비하다 보니, 가전무예로 돌연 변신한 경우도 있다. 개가 호랑이 가죽을 쓰고 호랑이 흉내를 낸다고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우리 무예역사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동북공정에 대한 대처는 뒷전이고 오로지 자기 단체나 자기만 살아 보겠다는 이기적인 근성을 보이기도 한다. 어설픈 '전통무예론'을 내세워 정치권 실세들과 손을 잡고 무예의 정체성을 흔드는 무예인들이 있는가 하면, "아니면 말고"식의 시장잡배 같은 행동으로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사례도 많다.
지난 대선 이후 처럼 여야가 바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치권이 개입되기도 한다. 어설픈 무예인들은 정치인들의 학습을 통해 단체를 만들기도 하고, 통합하기도 하면서, 또 분파되기도 한다. 이런 일은 해방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무예와 무예인들이 있는가 하면, 집권당의 혜택을 보겠다고 집권당만 쫓아다니는 무예인들도 있다. 이를 두고 무예계에서는 자정의 소리가 높지만 도무지 막무가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중국이 무술에 대해 자신 있게 뿌리와 지역론을 외치며 '무술의 원류는 중국'이라고 외치고 있는 마당에 우리 무예계는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한심한 처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도대체 관심이 없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면 당장에 긴급한 법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태권도도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전통무예에 신경 쓸 시간이 없는 것인지 시원스러운 그림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금 무예계마저 전통무예진흥법은 식은 감자로 취급되고 있다.
무예계의 관심, 노력, 대응 필요
이런 원인에 대해 한 무예계의 원로는 "무예계가 배고파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런 배고픔은 우리나라 무예정책이 태권도, 씨름, 국궁에 대부분 지원되고, 나머지 무예들은 박해수준에 가까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방 이후 태권도에 집중된 정책으로 인해 태권도 이외의 무예들은 설 자리도 없이 제도가 바뀔 때마다 표류해 왔다. 정부가 태권도에 예산을 투여할 때 나머지 무예들은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이제 정부는 서자취급만 했던 무예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스스로 명품이 아닌 '짝퉁' 역사를 만들 정도로, 동북공정은 이미 한국과 중국의 역사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전쟁에는 우리의 민족과 무예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몸짓인 무예가 중국의 짝퉁역사 때문에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우리 무예계도 사리사욕을 버리고, 눈치만으로 일관하지 말고, 적절하게 대응을 할 수 있는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 동북공정으로 인해 우리 무예의 역사를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가 관심이 없더라도 무예의 역사를 바로 알고 바로 잡기를 위해 무예계의 노력과 무예연구가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글]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
동북삼성은 과거 고구려가 지배했던 영토다. 그러나 당나라, 여진, 말갈, 거란, 몽고, 청, 국민당을 거쳐 현재는 중국공산당 정권에 의해 중국영토가 되어 있다. 이곳은 현재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곳의 역사는 중국역사의 작은 일부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공산주의식 사고로 당연할지 모른다. 공산주의는 인종을 비롯해 민족을 구분하지 않는 계급에 의한 체계다. 결국은 중국의 공산주의는 혈연, 인종, 종교 활동을 비롯한 사회집단이며, 현재 한족의 지배체계로 다른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는 한족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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