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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버밍엄전 무승부보다 더 큰 문제 '네이션스컵'

기사입력 2009.12.27 01:06 / 기사수정 2009.12.27 01:06

조형근 기자



우승과 강등의 분수령이라 불리우는 'EPL 박싱데이'의 스타트를 끊은 버밍엄 시티와 첼시의 경기가 열렸다. 탄탄한 수비력과 안정된 전력으로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EPL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에 올라 있는 버밍엄 시티는 최근 경기력이 물오른 S.라르손과 제롬 등 베스트 11을 내세웠고 드록바와 환상의 투톱을 이루던 아넬카를 부상으로 잃은 첼시는 아넬카 대신 스터리지를 드록바의 파트너로 세우며 경기에 임했다. 버밍엄 시티가 최근 5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둘 정도로 절정의 상승세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웨스트 햄에 무승부를 거두며 발목을 잡힌 첼시로서는 부담스러운 원정임에 틀림없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버밍엄 시티에 매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카메론 제롬이 알렉스의 뒷공간을 틈타 파고들어가 체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슈팅을 날린 것. 알렉스가 조금만 더 발이 느렸더라도 경기 시작 31초만에 실점할 뻔 했던 위험한 순간이었다. 햄스트링으로 중원의 핵심인 에시앙을 잃어야 했던 첼시는 어쩔 수 없이 벨레티와 미켈을 깊게 내리며 점유율을 높인 후 경기장을 넓게 쓰며 역습으로 연결하는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안첼로티 감독이 다이아몬드 세공사라고 불릴 정도로 다이아몬드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명장임에는 틀림없지만 오늘 첼시의 선발명단은 4-3-1-2 포메이션을 소화하기에는 조금 섬세함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벨레티와 미켈의 수비 능력에는 의문을 던질 필요가 없었지만 전방의 공격을 해결해줄 선수들에게 볼을 전달하는데는 부족함이 있었다. 패스 타이밍이 느려진 탓에 중앙도 측면도 아닌 지지부진한 볼 돌리기가 이어졌고 결국 이는 버밍엄의 수비진에 걸리며 오히려 역습을 허용, 위험한 장면을 맞기도 했다. 볼 점유율은 첼시가 압도적이었지만, 결코 버밍엄이 불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경기 양상이었다.

전반전 동안 알렉스 맥리쉬 감독이 얼마나 버밍엄을 밸런스 좋은 팀으로 이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점유율을 상대방에게 내주면서도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하며 기회가 날 때 알렉스의 느린 발을 이용, 베니테즈나 제롬이 뒷공간을 노리며 역습을 시도하는 모습은 버밍엄 시티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수치상으로 모든 면에서 버밍엄 시티가 부족했지만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아마도 첼시에 볼 배급을 원활하게 해줄 선수가 있었다면 버밍엄이 전방 압박에서 수비라인을 내리는 시간에 생기는 공백을 이용, 수비진을 뚫고 선취골을 넣을 수 있었겠지만 오늘 첼시엔 그런 선수가 없었다. 버밍엄 골키퍼 조 하트의 엄청난 선방도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후반전에 들어서도 양 팀의 경기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첼시는 볼을 돌리며 계속해서 버밍엄 골대를 상대로 슛을 날렸고, 버밍엄은 걷어냈으며 역습을 감행했다. 오늘 아넬카를 대신해 출장한 유망주 스터리지는 의욕은 높이 살 수 있었으나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을까? 전체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간 모습과 골 욕심이 지나친 듯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결국 66분 살로몬 칼루와 교체되고 말았다.

결국 첼시는 버밍엄 시티의 수비를 뚫지 못한 채로 89분 경고누적으로 플로랑 말루다마저 퇴장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채 0:0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웨스트 햄전에 이어 2연속 무승부를 기록해야만 했다. 오히려 버밍엄 선수들이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골을 인정받지 못해 억울해야 할 노릇일 수도 있는, 첼시에게 할말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첼시에게 무승부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제 주축 선수들인 디디에 드록바와 살로몬 칼루, 존 오비 미켈 등 아프리카 선수들을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빼앗겨야 된다는 사실이다. 에시앙은 부상으로 인해 네이션스컵 차출이 불투명하지만 2010년 1월 10일에 네이션스컵이 개막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첼시는 에시앙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로 인해 안첼로티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나이지리아라는 네이션스컵 우승후보의 조기탈락을 바랄 수도 있겠다.

드록바와 미켈, 그리고 칼루가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밍엄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첼시가 1월 일정을 소화함에 있어 오늘같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정적으로 아넬카가 부상인 마당에 첼시는 지금 스터리지 한 명을 믿기엔 공격수가 너무 부족하여 1월 이적시장에 긴급수혈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요로 변하게 되었다.

안첼로티 감독의 부임으로 다시 EPL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첼시로서는 네이션스컵이 2010년에 열린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것이다. 안첼로티 감독이 젊은 선수를 믿는다는 말을 번복하고 결국 겨울 이적시장에 즉시전력감 선수를 영입할 지 아니면 자신의 전술을 고치고 '플랜B'로 이 난국을 타개할 지 앞으로 첼시의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사진 = 버밍엄전에서도 무승부를 거두며 승리하지 못한 첼시ⓒ첼시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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