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22 09:40 / 기사수정 2009.12.22 09:40
[엑스포츠뉴스=이동호]훕스 져지를 입고 셀틱 파크를 누빌 기성용의 모습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 및 계약도 끝냈고, 국내에서 입단식과 기자회견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렇듯 기성용과 셀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성용이 2010년 1월부터 셀틱에서 경기를 뛴다 해도 리그와 스코틀랜드컵에서 밖에 뛸 수 없다. 그리그 셀틱은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진출 티켓이 걸린 리그 1위 자리를 향해 글라스고 레인져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셀틱의 모습에서 기성용을 찾기 위해선 그가 뛰어넘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① 실질적인 포지션 경쟁자
셀틱은 모브레이 감독이 온 이후 4-4-2전술을 고집하며, 그들보다 강한 상대나 수비적으로 나와야 하는 경기에선 4-5-1전술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미드필더진은 에이든 맥기디-스캇 브라운-랑드리 은구에모-숀 말로니가 거의 베스트멤버이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인 브라운과 은구에모는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면이 좋다.
브라운은 공격, 수비를 다 수행해내며 전천후 미드필더로 수비적으로 나오더라도 팀의 골에 기여를 많이 하는 선수다. 은구에모는 낭시에 있었을 때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며 셀틱에 와서도 시즌 초반부터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며 브라운과 함께 짝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마크 크로사스와 정즈가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더 넓게 본다면 측면 미드필더이지만 중앙 미드필더까지 커버하는 배리 롭슨까지 잠재적인 기성용의 경쟁자로 볼 수 있다.
크로사스는 날카로운 패스 등 앞으로는 잘나가지만, 상대 선수들을 종종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해 뒤로는 잘 막지 못하고 있다.
대륙의 주장 정즈는 찰튼에서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주며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정즈는 셀틱 데뷔전이었던 레인저스와의 ‘올드펌’더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와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지만 주로 교체요원으로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또 배리 롭슨은 말로니와 맥기디의 백업이지만, 나이에서 오는 경험과 노련함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하기도 한다. 허나 셀틱이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있어 그런지 몰라도 팬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셀틱 중원의 핵심인 브라운은 발목 부상으로 내년 2월이나 되어야 돌아올 예정이다. 그래서 최근 경기들을 보면 크로사스와 은구에모가 호흡을 맞추고는 있지만 뭔가 부족해 보인다.
기성용은 스코틀랜드리그 이적 시장이 개방되는 2010년 1월 1일부터 정식 선수로 경기를 뛸 수 있다. 브라운이 전력에서 제외된 가운데 주전 미드필더 은구에모 마저 내년 1월 10일부터 앙골라에서 개최되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카메룬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기성용이 오자마자 두 명의 주전 미드필더가 약 2~3주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이는 기성용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K-리그가 끝난 뒤 약 50여 일간 실전 경기 경험이 한 번밖에 없어 경기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경기를 뛸 여건이 마련되어 준다는 게 찬스가 아닌가?
FC서울에서는 김한윤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성용을 든든하게 밀어주면서 공격적인 면이 두드러졌는데, 셀틱의 중원에서는 브라운과 은구에모가 수비적인 역할만 따진다면 기성용보다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전개면에서는 기성용이 이 둘보다 낫다.
결과적으로 기성용이 셀틱에서 꾸준히 출장키 위해선 브라운과 은구에모, 둘 중 하나는 제쳐야 된다는 것이다. 이 셋이 공존을 한다면 그것은 셀틱이 4-5-1전술을 들고 나올 때나 기성용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설 때일 것이다.
② 거친 몸싸움에서 살아 남아라
스코티쉬 프리미어리그(이하 SPL)는 투박하고 거칠기로 정평이 나있다. 또 경기를 보면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경기들처럼 롱패스 위주로 이뤄지는 경기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말은 즉,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중앙 미드필더는 말이다.
기성용을 처음 K-리그에서 봤을 땐 키만 크고 호리호리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근육도 단단해졌고, K-리그뿐만 아니라 국가대항 경기에서도 웬만한 몸싸움에선 밀리지 않는 것을 우리들은 볼 수 있었다. 또 밀집된 경기장 중앙에서 키가 큰 선수는 헤딩을 따내는 데 유리한건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셀틱의 1군에 등록된 미드필더 중 키가 180cm를 넘는 선수는 페디 맥코트 단 한명 뿐이다.
기성용은 셀틱의 중앙 미드필더들 중에선 키가 가장 크다. 기성용은 큰 키와 공격적인 움직임은 셀틱에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의 신체사항이 187cm/75kg로 기록되어 있는데, 셀틱에는 이와 거의 비슷한 스펙을 가지고 있던 아시아 선수가 있었다. 바로 중국의 두웨이다.
중국 국가대표팀 수비수들 중 가장 촉망받던 선수 중 한명이었던 두웨이는 2006년 1월, 셀틱에 입단하게 되었다. 며칠 뒤 두웨이는 3부 리그 팀인 클라이드와의 스코틀랜드컵에 선발 출전하게 된다. 기존의 주전 수비수였던 디앙보보 발데가 기니대표팀을 위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하게 되어 이 자리를 메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두웨이의 데뷔전은 곧 고별전이 되고 말았다. 3부 리그 공격수에게 몸싸움에서 밀리고, 주력에서도 뒤처져 PK를 내주는 등 팀이 실점한 두 골에 직접적으로 모두 기여한 것이다. 두웨이와 함께 데뷔전을 치른 로이 킨은 경기도중 불만을 표시했고, 두웨이는 셀틱 유니폼을 입고 45분만을 뛰고 4년 계약을 파기한 뒤 상하이 선화로 복귀했다.
기성용이 셀틱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크지만 두웨이와 같이 실패할 가능성도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런데 신체사항도 비슷하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되었으며, 기존의 주전 선수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하게 되어 자리가 비게 된 것 그리고, 4년 계약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두웨이와 기성용의 모습이 닮은 것이다.
하지만, 기성용은 우리가 알고, 보아 온 것 만큼만의 플레이에서 한층 더 성장한다면 나카무라 슌스케 보다 큼지막한 이력을 남긴 SPL 아시아 선수가 될 것이다.
③ 새 환경에 대한 적응
마지막으로 고려해보아야 할 것은 언어와 날씨다. 영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동네는 하루에도 소나기가 3~4번 내리며, 해가 떠있는 상태에서도 비가 내리는 신기한 곳이다. 그래서 아시아나 남미에서 온 몇몇 선수들은 우울한 날씨에 적응을 하지 못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기성용이 한국과 호주에만 있었을 때는 이러한 날씨를 접하지 못했다. 이러한 날씨에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잘 적응했었지만, '월드컵 스타' 이천수가 스페인과 네덜란드에서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의사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기성용은 고등학교를 호주에 있는 존 폴 고등학교를 나와 영어에 능통하다. 스코틀랜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나카무라는 실력은 출중했지만 영어를 거의 하질 못해 팬들과의 교감에는 무언가 모자랐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기성용이 스카치 특유의 발음까지 터득한다면 스코틀랜드를 넘어, 유럽 전체에서 응원열기 하면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셀틱팬들에게 더욱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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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성용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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