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5 하우젠 K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5-1 대승을 이끌었던 울산은 2차전에서 거세게 나온 인천을 상대로 고전을 하는 듯 했으나 결국은 인천의 돌풍을 잠재우고 우승컵을 끌어 안았다. 2차전에서 1-2로 패하긴 했지만 통합 득점을 따지면 울산이 6-3으로 앞서게 되어 우승 팀이 되었다.
■'방심은 금물', 라돈치치 선제골
울산은 1차전을 5-1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정예멤버로 2차전에 나섰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김정남 감독이나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겠지만 인천의 첫 골은 울산의 실수에서 나오고 말았다. 전반 15분 울산의 골키퍼 김지혁이 동료들에게 볼을 손으로 던져서 패스를 한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볼을 잘 못 던진 것이다. 김지혁 골키퍼 바로 앞에 위치해 있던 인천의 라돈치치가 그 볼을 그대로 잡아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성공시켰다.
■최성국, 국내 복귀 이후 첫골
인천은 전반 초반, 1차전때와는 달리 수비면에서나 공격면에서 약점을 많이 보완했음을 보여주었다. 수비는 울산의 빠른 역습 상황을 적절히 차단했고, 공격은 좌우 측면과 롱패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울산의 공격력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이천수가 인천의 노종건에게 꽁꽁 묶이긴 했지만, 전반 19분 수비에서 들어온 공종볼을 이천수가 그대로 헤딩으로 중앙으로 쇄도하고 있던 최성국에게 연결, 최성국은 그 볼을 그대로 차 넣어 동점골을 뽑아냈다. 최성국이 볼을 트래핑하는 과정에서 볼이 팔에 맞았으나 주심은 골로 인정해 인천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복귀 이후 첫골을 터뜨린 최성국은 득점 이후에 속옷 세러모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라돈치치 다시 추격의 불씨 살려
전반 27분 라돈치치는 볼을 트래핑하고 그대로 왼발 터닝슛으로 두번째골을 터뜨렸다. 라돈치치의 진가를 보여준 장면. 인천은 라돈치치의 골로 추격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 그러나 이후 몇차례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추가골 없이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거센 인천의 반격
후반전이 시작되자 인천은 거세게 울산의 골문을 향해 밀고 들어갔다.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그러나 김치우의 중거리 슛팅이 아쉽게 골대 위로 벗어나는 등 인천으로서는 아쉬운 상황들이 많이 연출되었다. 시간이 경과할 수록 경기가 거칠어 지면서 경고가 속출했고 선수들은 파울 상황 이후에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반 18분이 경과하자 울산은 수비 숫자를 늘리고 인천은 아기치를 중심으로 울산의 촘촘한 수비를 뜷으려 전력을 다했다.
■앞서고 있긴 했지만 초조했던 울산
3골 차이가 나는 상황. 울산은 3골을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조했다. 후반 20분까지 울산은 인천의 거센 반격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경렬이 지휘하고 있는 울산의 수비벽은 탄탄했다. 인천은 아기치와 라돈치치가 계속해서 울산의 골문을 열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인천은 그야말로 '토탈 사커'를 보여주는 듯 했다. 후반 21분에 울산의 공격상황이 생기자 라돈치치를 제외한 전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했고, 다시 공격으로 나갈때는 전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하는 토탈 사커를 보여줬다. 남다른 투지를 보이는 인천이긴 했으나 울산의 막강한 전력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인천 패했지만 대단한 성과 이룩해내
창단 2년만에 결승진출, 시민구단의 성공적인 모범사례, 인천의 자랑으로 거듭난 인천 유나이티드. 비록 결승에서 울산에게 우승을 넘겨주긴 했지만, 올 시즌 인천이 보여준 성공은 놀라울만한 일이다. 장외룡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서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결승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제 인천은 신생구단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 강팀으로 분류될 수 있다. 특징있는 스타 플레이어는 없으나 전재호, 임중용, 서동원, 김치우, 이요한, 방승환, 노종건의 알짜배기 선수들에 라돈치치, 아기치, 셀미르의 최고 용인 삼인방이 인천을 대표하고 있다.
■울산, '더 이상 2위는 싫어서'
울산의 별명은 '2위팀'이다.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둠에도 불구하고 2위권을 벗어난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천수와 최성국이 팀에 합류하고, K리그에 신성처럼 나타난 득점선두 마차도까지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울산은 명실공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다. 비록 유상철이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유경렬-박병규-조세권의 쓰리백은 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다. 게다가 김정우, 현영민, 이호의 대표팀급 미드필더가 그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9년만에 우승컵을 끌어 안은 울산은 1차전 이천수의 맹활약, 2차전에서는 수비수들의 맹활약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챔피언 결정전에는 대표팀의 핌 베어벡 코치와 고트비, 홍명모 코치가 경기를 관전했으며, 프로축구연맹 곽정환 회장과 각 구단 관계자들이 함께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문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