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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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첫 우승을 노래하다

기사입력 2009.12.08 01:10 / 기사수정 2009.12.08 01:10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챔피언 결정전 2차전, 전북 현대 對 성남 일화, 2009.12.06, 14:00, 전주월드컵경기장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의 첫 나들이

드디어 오랜 숙원이 이루어질 참이다. K-리그 팀의 또 다른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전주로 가기 위해 꿀맛 같은 ‘일요일 늦잠’을 포기하고 고속터미널로 향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물론이고 전주라는 도시도 첫 방문이다. 그러고 보니 전라도에 있는 경기장은 아직 가본 적이 없다.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루트를 전날에 미리 알아두었기 때문에 초행길이지만 나름 능숙하게(?) 찾아간다. 일반적으로 전주까지 3시간 가량이 소요된다고 들었지만, 한산한 고속도로를 따라 오니 2시간 20여분 만에 전주월드컵경기장 앞에 내린다. 

전주 톨게이트를 지나 전주IC를 타고 내려오면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터미널에 도착하기에 앞서 전주월드컵경기장 간이정류장에 내릴 수 있으니 혹여나 필자와 같은 입장이라면 숙지해두시길.



▲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내외부 모습.

큰 길을 건너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빠르게 발을 옮긴다. 네 개의 기둥이 우뚝 쏟아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여타 다른 월드컵경기장이 그렇듯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모습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멋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지만 관중석이 영 썰렁하다. 경기시작 한 시간 전이고 날씨도 유독 추웠지만, 흥분된 필자의 마음과 같지 않아서 그런지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동쪽 스탠드는 아직 빈 곳이 더 많았고, 전북의 서포터스가 자리하고 있는 북쪽 스탠드도 준비해놓은 카드섹션이 부끄러울 만큼 사람이 부족하다. 



▲ 전북팬들은 우승을 기원하는 대형 플랜카드와 휴지폭탄을 준비했다.

하지만 킥오프 휘슬이 울릴 때쯤이 되니 보다 많은 관중들이 속속들이 경기장에 들어온다. 그리고 경기에 한창 빠져들고 있다 둘러본 경기장 안은 많은 관중들로 뒤덮여 있다. 공식적인 관중 집계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역대 최다 관중인 36,246명. 이제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이다.

전북, 3대1로 성남 격파하며 창단 첫 우승!

주중에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던 양 팀은 2차전에서 총력전에 나선다. 전북은 이동국, 루이스, 최태욱, 에닝요로 이어지는 이른바 전북의 ‘F4’를 가동했고, 성남은 라돈치치, 몰리나, 파브리시오 등 용병 3인방으로 공격진을 구성한다. 

▲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도열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전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경기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전북 쪽으로 기운다. 전반 21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에닝요가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데 이어 전반 39분 최태욱의 패스를 받아 에닝요가 다시 한 번 성남의 골망을 흔들어 두 골 차로 벌린다.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오면서 3, 4일 간격으로 인천과 전남, 포항을 차례로 상대했던 성남은 다소 체력이 떨어져 움직임이 둔하고, 공격마저 날카롭지 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북에 비해 투지가 부족해보여 아쉬운 마음이 든다.

▲ 에닝요의 프리킥 선제골. 선수들이 서포터스 쪽으로 달려가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여태까지 가본 경기장과는 다른 응원 문화가 있다. 대개 장내 아나운서들은 중간 중간 힘찬 목소리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중에 멋진 공격과 수비 혹은 선방을 보여준 전북 선수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끊어 호명한다. 짧은 멘트지만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하다.

후반에 들어서도 경기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후반 27분 이동국이 돌파 과정에서 페널트킥을 얻어낸다. 그리고 이것을 직접 골로 성공시켜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 이미 세 골로 벌어진 챔피언 결정전은 중립적 입장인 필자에게는 김 빠진 콜라와 같다. 

▲ 경기종료 휘슬. 전북과 성남 선수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장면이다.

후반 30분 몰리나의 프리킥이 권순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튕겨져 나온 볼을 김진용이 재차 슈팅을 시도해 만회골을 성공시켰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북의 서포터스들은 “서비스, 서비스”라며 흥에 겨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나의 팀’의 우승은 ‘나의 기쁨과 행복’

결국 경기는 3대1 전북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전북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서로 껴안고 우승의 순간을 즐겼고, 반면 성남 선수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올 시즌 17승 6무 5패로 승점 57점을 기록한 전북은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그 여세를 몰아 챔피언 결정전에서 힘겹게 올라온 성남을 꺾고 2009 K-리그 정상에 올랐다. 명실상부 올해 최고의 팀이 바로 전북이다. 

▲ 전북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전북은 올 시즌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K-리그를 평정했다. ‘라이온킹’ 이동국이 20골을 득점하며 득점왕을, 루이스는 12개의 도움을 앞세워 도움왕을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다. 에닝요는 루이스의 뒤를 이어 10개의 도움을 기록했고, 최태욱은 9득점과 9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의 ‘F4’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1995년에 출범한 전북은 국내에서 세 번의 FA컵 우승 경력만 있을 뿐 K-리그 정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런 전북이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창단 15년 만에 첫 K-리그 왕좌를 차지했다. 전북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관중석을 채운 전북의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함께 우승을 만끽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자 행복이다. 그 순간은 세상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그러하듯이 그때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 보면 온몸이 짜릿해질 만한 추억이다. 



▲ 전북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달려가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이렇게 2009 시즌도 마무리 되었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막이 올랐던 K-리그는 한파가 몰아닥친 겨울의 시작에 그 대미를 장식했다. 그곳에는 승자가 있었고, 그리고 패자도 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바로 축구. 필자가 지지하는 팀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부침과 있기에 축구 때문에 웃고, 울며 다시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안녕, K-리그. 내년에 놀러갈게.

- 엑스포츠뉴스 박진현 기자 -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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