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03 21:37 / 기사수정 2009.12.03 21:37
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려온 정태운, 이정호, 조형순, 안종호 씨. 분명히 내게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말했거늘 사는 곳은 포천부터 김포까지 다양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저희는 기숙사가 설치되어있는 학교인 동두천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녔어요. 2009년 졸업을 했고 1년간 재수생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나서 오랜만에 축구를 보러 왔어요." (이정호)
1년간의 고달픈 재수생 생활, 축구에 미쳐있는 사람이 축구를 보지 않으려니 그동안 좀이 쑤실 만했다. "솔직히 축구 안 보고 싶었겠어요? 진짜 가끔은 밤에 EPL같은 해외축구도 보고 그랬어요. 하지만, 직접 축구장 가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죠" (정태운)
그들이 마지막으로 축구장을 방문했던 것은 바로 1년 전이었다. 2008년 K-리그 결승 1차전 수원 삼성과 FC 서울과의 경기. 그들의 집과 비교적 가까웠던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그들은 재수 생활 전 마지막 경기를 보았다. "벌써 1년 전이네요. 그때는 언제 다시 축구를 볼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어느새 여기 앉아있네요(웃음)." (안종호)
경기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작년에 갔을 때도 1대 1무승부였는데 오늘도 무승부네요, 저희가 오면 뭐가 있나 봐요."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한편으로는 내년을 기대하는 설렘도 있다. "내년에는 경기 있을 때마다 와야죠. 아직 응원할 팀을 정하지 못했는데 기자님이 추천해 주실래요? (웃음)" (조형순)
경기가 끝나고 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차를 함께 타고 집에 간다는 그들, 하지만 다른 일행도 있던 탓에 트렁크에까지 몸을 구겨 넣는 고생을 한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하다. 수능 시험이 끝난 그 해방감, 그리고 그들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했다는 그 기쁨에 말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내게 외친 말은 아주 간단했지만 이 땅의 수많은 축구팬 수험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숨겨졌던 열정이 이 세상 위에 드러나는 순간, K-리그는 다시 한 번 활짝 웃을 것이다. "내년에 축구장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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