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30 13:38 / 기사수정 2009.11.30 13:38
- [세리에A 톡] 스타 플레이어 없이 돌풍 일으킨 칼리아리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 A를 대표하는 팀은 AC 밀란과 인테르, 유벤투스다.
이탈리아 축구의 르네상스였던 21세기 초반 '7공주 시절'이 끝난 후, 앞서 언급한 3팀이 주축이 되어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세리에 A는 AS 로마와 AC 피오렌티나, SS 라치오가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선수층과 자금력에서 밀리며, 스쿠데토 탈환에 실패한 상황이다.
2000/01시즌 AS 로마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를 영입하며 스쿠데토 탈환에 성공했지만, 이후 우승팀은 유벤투스가 2번, 인테르가 4번, AC 밀란이 1번이다. 2004-2005시즌은 유벤투스가 우승했지만 칼치오폴리 스캔들 때문에 공석이다.
3팀이 우승을 놓고 다투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중위권 팀 중 이번 시즌 칼리아리가 보여준 매서운 돌풍은 리그 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세리에 A 내 빅팀에서 자리를 잃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던 칼리아리는 팀을 대표했던 다비드 수아조와 '첼시의 전설' 지안프란코 졸라의 부재 속에도 꾸준히 중위권을 지키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리그 초반 부진한 성적 때문에 강등권 문턱까지 갔던 칼리아리가 제노아와의 9라운드를 기점으로 최고의 팀으로 부상한 점은 돌풍에서 나아가 그들의 전력이 한층 강화된 점을 보여준다.
29일 밤(한국시간) 칼리아리는 리그 14라운드 홈경기에서 ‘이탈리아 세리에 A 역대 최다 우승팀’ 유벤투스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전 라운드에서 AC 밀란을 상대로 아쉽게 역전패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완승은 그들이 일으킨 작은 돌풍의 화룡점정이 되었다.
최근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며 치로 페라라 감독의 입지가 불안했던 유벤투스는 전반 초반부터 매서운 공격력을 바탕으로 칼리아리의 골문을 노렸지만, 얄미울 정도로 두터운 칼리아리의 수비진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게다가 칼리아리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볼 수 있는 빠른 역습과 단 한방의 카운터 어택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역습 상황에서 칼리아리는 안드레아 코수와 안드레아 라싸리를 기준으로 빠른 발을 이용. 짧고 긴 패스를 적절히 활용하며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슈팅 수에서는 유벤투스에 밀렸지만 효율적이고 빠른 템포의 공격은 대어를 낚는데 큰 이바지를 했다.
그들의 맹활약은 라치오, 아탈란타,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둔 점과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를 기록한 좋은 성적, 앞서 언급한 지난 13라운드 밀란 전은 전력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작은 기적을 이루었다. 또한, 리그 최강자 인테르와 리버풀을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탈락시킨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1점 차 패배를 당했음에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전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에도 인테르가 독주 체제를 갖추면서 리그 선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상황에서 '돌풍의 주역'으로 불리는 칼리아리의 구성원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칼리아리는 제2의 아리고 사키로 불리는 '팀의 수장'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때문에 주목받은 팀이었다. 선수층이 얇으며 A급 선수들이 없었음에도, 알레그리는 지난 시즌 칼리아리를 리그 9위에 올리며 제대로 된 전략가란 평가와 함께 카를로 안첼로티의 후임으로 AC 밀란에 입성할 것이라는 루머를 만들어냈던 열정이 넘치는 감독이다.
젊은 나이에도 강팀과 약팀을 상대로 인상적인 전술을 구사한 모습은 유벤투스와 AC 밀란이 각각 페라라와 레오나르도를 감독으로 내세우며 두터운 선수층을 지녔음에도 효과적인 전술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과 대조된다. (단, 밀란의 레오나르도는 호나우지뉴와 파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팀을 리그 2위로 이끈 점에서 나은 편이다.)
선수들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며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이는 면에서 스페인과 독일, 브라질이 각각 과르디올라와 클린스만, 둥가 같은 젊은 지략가를 양산하며 감독들의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 페디리코 마르체티는 제2의 지안루이지 부폰으로 불리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골키퍼 중 하나이다. 안정적인 선방을 통해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한 그의 모습은 동료에게 큰 귀감이 되어 팀의 상승세를 도모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켈레 카니니는 아주리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성장할 재목 중 하나이며 팀의 미드필더 다비드 비온디니는 젠나로 가투소와 유사한 파이터형 중앙 미드필더이다. 이번 시즌 우루과이 나시오날에서 28경기에서 20골을 기록하며 영입된 팀의 간판 포워드 네네는 정확한 위치 선정과 출중한 킥력을 바탕으로 팀의 득점을 만드는 효과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끝으로 AC 밀란 유스 출신인 알레산드로 마트리는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저력을 과시. 강팀들의 수비진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파비오 칸나바로를 농락하며 부폰의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추가 득점에 성공한 점은 마르첼로 리피 체제의 아주리 군단에 조커로서 그가 합류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칼리아리는 약팀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보여준 돌풍은 리그 내 지각변동을 예고할 만큼 매섭다. 한 번 상승세에 올라서면 상대에 상관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통해 막강한 공격력과 끈질긴 수비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점은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만일, 그들이 이러한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끈다면 알레그리와 함께 유럽 대항전 진출이란 대업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그 1/3이 지난 상황에서 강 팀들 사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칼리아리의 행보가 주목된다.
[세리에A 관련 기사] ▶ 밀란 구한 훈텔라르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칼리아리의 수장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 칼리아리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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