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25 10:55 / 기사수정 2009.11.25 10:55
하지만, 요즘 고양시의 길거리는 온통 역도로 뒤덮여있다. 11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고양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는 역도에 문외한일 것만 같은 동네 부녀 회장님을 경기장으로 그러모을 정도로 고양시에서 하나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나도 역시 역도의 문외한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15년째 고양시의 슬로건인 'Let’s Goyang'을 신명나게 외치며 살아온 자랑스러운 고양시민 아닌가. 그래서 가봤다. 버스를 타고 겨우 15분이면 가는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의 현장을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부터 자랑스럽게 AD 카드를 목에 걸고 길을 걸어가는 자원봉사자들까지. 경기 장소인 킨텍스가 너무 넓기에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내가 찾아갔던 11월 24일이 평일이었음에도 말이다.
이 날은 남자 77kg급의 경기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사재혁, 김광훈은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A그룹에 속해 있었다. 이 사실은 내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아는 것 하나 없는 역도 경기장에서 그나마 응원할 사람이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날의 주인공은 한국 선수가 아닌 중국 선수, 류사오쥔이다. 바벨을 잡을 때부터 자신감에 넘치던 그는 결국 인상 세계 신기록을 세우더니 인상과 합계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관중의 관람 방법은 같았다. 바벨을 두 팔로 번쩍 들고 있다가 버저가 울리면 성공, 그 전에 바벨을 놓치면 실패. 비록 온갖 규칙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역도를 즐기는 데에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가끔 역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관중의 과도한 응원이 잠시 경기 진행에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가 관중이나 대회 조직 위원회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한국에는 역도 경기를 본다는 것은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즐겨오던 축구, 야구 등 구기 종목은 활기찬 움직임과 분위기를 동반한다면, 역도는 순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경기이다. 따라서 경기장의 분위기를 즐기기보다는 경기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종목이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생소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사재혁이 아쉽게 마지막 시도에서 실패 판정을 받자 관중석에서는 아쉬움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비록 사재혁의 용상 부문 금메달 수상을 아낌없이 축하해 주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운 표정들이 엿보인다.
누군가가 내게 역도가 재미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재미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단, 축구와 야구 같은 흥겨운 분위기를 기대하지는 말라고 덧붙일 것이다. 100kg가 넘는 바벨을 붙잡고 앉아서 긴장된 호흡을 내쉬는 선수, 그를 보며 기대감에 숨죽이는 관중, 그리고 터져 나오는 환호. 어느 스포츠에서도 맛볼 수 없는 역도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도민체전, 전국체전 등의 국내 대회를 제외하고 역도를 쉽게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아직 고양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일정은 절반가량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28일 토요일 7시에는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다시 한번 세계를 정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역도는 4년마다 보는 스포츠가 아니다.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만 계속해서 훌륭한 역도 선수가 배출되고 역도에 대한 환경도 좋아지는 것이다. 한번쯤은 역도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직접 경기장에서 경기를 봐도 좋다. 킨텍스는 적어도 우리 집보다는 따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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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재혁 (C) 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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