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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삼국지] '푸른 여우' 김홍일의 100개의 도움 이야기

기사입력 2009.10.30 10:24 / 기사수정 2009.10.30 10:2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사람들은 골을 넣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쫓고 그 화려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있기까지에는 그 뒤에서 도와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그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09년 10월 29일, 09-10 아시아리그 안양 한라와 토호쿠 프리 블레이즈와의 시즌 1차전 경기에서 안양 한라의 '푸른 여우' 김홍일은 '리그' 통산 100도움을 달성했다.

이권재가 터트린 팀의 두 번째 골을 도운 김홍일은 그러나 국내 선수 최초로 이룬 대업에도 박수조차 받지 못했다. 아니, 아마 그가 영광을 누린 사실조차 모르는 팬이 대부분 이었을 것이다.

100도움을 달성하고도 경기가 중단되지 않아 그 당시 쓰인 퍽을 챙기지 못했다는 김홍일은 다른 퍽을 들고나와 직접 '100'이라고 썼다. 기념사진이 가지고 싶다며 기자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그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조차 없었다.

올해로 여섯 번째 아시아리그를 맞는 김홍일은 173cm, 70kg의 작은 체구를 가졌다. 맞부딪히는 하키를 좋아하지 않아 바디 체킹을 시도하는 것은 한 시즌에 몇 번 볼까 말까 할 정도. 

그러나 공간을 만들고 간결한 패스를 즐기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위해 '머리를' 쓰는 선수다. 뛰어난 하키 센스로 '푸른 여우'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안양 한라 공격의 숨은 조력자로 여섯 시즌을 보내왔다.

보통 공격수라면 골을 많이 넣는 것이 목표다. 기실, 수 개의 도움보다는 한 개의 골이 더 주목을 받고 환호를 얻는다. 마찬가지로 공격수인 김홍일에게 골 욕심은 없었을까?

"아이스하키는 골리를 포함해 모두 6명 뛰고 대부분의 선수는 골을 넣기 위해 골대로 뛴다. 그럴 때 한 템포를 낮추고 흐름을 만드는 플레이가 좋다. 그렇게 만든 흐름에서 내가 패스를 하고, 그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을 때 나를 찾아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골보다는 도움이 더 좋다."

예상했던 것보다 100도움이 조금 늦게 이뤄졌다고 말하는 김홍일은 "이제 하고 싶었던 100도움을 이뤘으니 골 욕심을 내볼까 한다"며 밝게 웃었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던 김홍일은 불현듯 생각이 난 것처럼 한마디를 덧붙이고 돌아갔다.

"리그 통산 100도움 중 반 이상이 지금 부상으로 빙판에 서지 못하고 있는 (김)한성이 골이었는데, 얼른 털고 빙판으로 돌아와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 09-10 아시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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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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