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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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을 통한 맨체스터의 해법 찾기

기사입력 2005.10.02 23:39 / 기사수정 2005.10.02 23:39

손병하 기자
지난 1일 밤 벌어졌던 맨체스터 Utd.와 풀햄과의 05/06시즌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에서, '신형 엔진' 박지성이 두 개의 어시스트를 포함해 팀이 뽑아낸 3골을 모두 만들어내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그동안의 부족했던 2%를 넘치도록 채웠다.

맨체스터 이적 후 처음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과 한 박자 빠른 패스, 그리고 세련된 공간 플레이 등을 선보이며 최근 부진의 늪에 빠져잇던 맨체스터를 단번에 구해냈다.

전반 16분, 폭풍 같은 드리블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을 시작으로 22분엔 환상적인 논스톱 패스로 웨인 루니의 득점을 어시스트 했고, 전반 종료 직전인 44분에는 공간을 침투하는 인상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반 니스텔루이의 득점마저 도왔다. 드리블과 패싱력, 세련된 공간 침투 능력까지 공격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박지성은 이 날 경기 최고의 히어로였다.

최근 맨체스터 Utd.는 좀처럼 '맨유'다운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빠르고 저돌적인 공격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해나가는 맨체스터는 아직 완벽한 조합을 찾지 못한 공격라인의 부조화와 로이 킨, 에인세, 게리 네빌 등 주전들의 줄 부상으로 힘든 리그를 치르고 있다.

허리와 수비가 약화 되면서 팀의 무게 중심이 계속 후방으로 쏠리다 보니 최전방으로의 공격 지원이 원활하지 못했고, 그 결과 중원을 장악하지 못해 허리는 부실해지고 공격진들은 자주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되었었다. 실제로 맨체스터는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5경기에서 단 4골을 뽑아내는데 그쳐, 허약해진 수비라인으로 인해 팀 전체의 무게가 가라앉아 있었다.

위기의 맨체스터, 퍼거슨 감독의 해법 찾기

최근 선발 출장 선수들의 명단이 조금씩 바뀌는 것과, 선수별 위치 이동이 잦은 것도 바로 위기 탈출을 위한 퍼거슨 감독의 해법 찾기이다.

지난 9월 24일 벌어졌던 블랙번과의 리그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최전방 쓰리톱에 박지성(좌)-반 니스텔루이-C.호나우두(우)를 포진시키고, 스콜스-스미스-플레쳐가 중원을 맡도록 하였다. 4-3-3으로 출발한 맨체스터는 후반 10분 웨인 루니가 플레쳐와 교체되어 들어오면서 반 니스텔루이-루니의 투톱 체제로 전환 4-4-2의 전술적 변화를 시도했고, 박지성과 교체되어 들어온 라이언 긱스와 C.호나우두는 측면 미드필드로 내려가 경기를 풀었다.

이 날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최악의 경기로 시즌 첫 패를 당하게 되었는데, 경기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한 퍼거슨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에 대한 변화가 시도되었던 경기였다.

또, 지난 28일 열렸던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는 박지성을 대신해 긱스-반 니스텔루이-C.호나우두가 선발 출장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2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웨인 루니의 공백을 박지성이 대신 메우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경험이 많은 긱스를 투입해 중요한 경기에서 승점을 낚았다.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이 날 경기에서도 맨체스터는 스미스-스콜스-플레쳐가 지키는 중원과 수비에서 많은 약점을 보이며 힘든 경기를 펼쳤었다. 라이언 긱스가 팀이 뽑아낸 두 골에 크게 기여하며 승리로 이끌었지만, 맨체스터다운 공격력은 이 경기 역시 나오지 않았었다. 또, 로이 킨이 빠진 중원에서의 문제점과 에인세-네빌이 없는 양 측면은 여전히 불안했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는 1일 벌어졌던 풀햄과의 경기에서 계속 되었다. 풀햄과의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웨인 루니(좌)-반 니스텔루이-박지성(우)를 쓰리톱으로 기용하고 라이언 긱스를 윙 포워드가 아닌 미드필드로 사용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4-4-2로의 회기

스콜스가 빠진 자리에 스미스를 전진 배치 시키고,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긱스와 플레쳐를 기용하며 4-3-3의 기본 전술을 사용했지만, 이 날 경기에서 맨체스터의 전술은 사실상 4-4-2였다. 반 니스텔루이와 웨인 루니가 투톱으로 공격 최전방에 서고 긱스와 박지성을 측면 미드필더로 내린 것이다. 그리고 스미스를 전진 배치 시키며 스콜스 자리에 서게 했는데, 이러한 전술적인 변화는 기본적으로 수비에 대한 부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미드필드의 숫자를 늘리고, 수비 가담이 좋은 박지성을 배치하면서 수비 라인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였고, 최근 상승세에 있는 라이언 긱스를 박지성과 함께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4-4-2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했었다.

그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중원 장악을 해야 하는 스미스와 플레쳐도 그렇지만 긱스와 박지성의 폭넓은 양 측면의 수비 가담으로 수비라인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중원이 안정되면서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된 스미스와 양 측면의 풀백 수비수들까지 활발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공격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결과 3골이라는 많은 골을 터트리며 오랜만에 맨체스터다운 축구를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공격진도 공격진이지만 무엇보다 맨체스터에 희망적인 결과를 안겨준 것은 최근 경기에서 자주 연출되었던 위험한 장면이 눈에 띄게 적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몇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상대의 쉬운 패스 한 방에 수비 라인이 모두 무너지거나 양 측면이 자주 뚫리며 위기를 자초했었다. 하지만, 이 날 박지성과 긱스를 비롯한 공격진들의 수비 가담이 늘면서 이런 위험의 싹을 전방에서부터 차단해 비교적 안전한 경기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공격과 중원의 압박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기 위한 해법 찾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법 찾기에는 '누가 주전이냐 아니냐'보다 '누가 어떤 자리에 더 어울리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맨체스터의 변화에는 박지성이란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일 수 있는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좌-우측면 공격수는 물론이고,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박지성의 등장으로 퍼거슨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의 운영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구조조정에 들어간 맨체스터, 그 리빌딩의 종착지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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