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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개봉③] 윤계상 "연기변신? 생각해본 적 없어, 항상 절실한 마음" (인터뷰)

기사입력 2019.01.09 08:00 / 기사수정 2019.01.08 22:0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를 통해 배우 윤계상의 또 다른 얼굴을 엿볼 수 있게 됐다.

9일 개봉한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2017년 영화 '범죄도시' 속 장첸 캐릭터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윤계상은 '말모이'를 통해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으로 강직한 매력을 발휘한다.

지난 해 4월부터 7월까지의 촬영을 거쳐, 지난 달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말모이'의 완성본을 접했던 윤계상은 ""인간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좋더라고요. 재미의 여부를 떠나서 많이 울기도 했고요"라고 첫 소감을 전했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라고 넉살 좋게 웃어 보인 윤계상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어요. 시나리오도 탄탄했죠. 여기에 유해진 형님이 출연하신다는 말을 듣고, '소수의견'(2015) 이후 한 번 다시 호흡을 맞춰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실제로 이뤄진 것이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말모이' 속 류정환은 유력 친일파 인사의 아들인 유학파로, 변절한 아버지이자 경성제일중학교 이사장 류완택(송영창 분)과 대립한다.


'말은 곧 정신'이라는 생각으로 일제에 맞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글 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이어간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서, 판수를 만나 어우러져가는 과정 속 웃음과 눈물이 함께 존재한다.

윤계상 역시 '말모이' 촬영 후의 여운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다. "('범죄도시')장첸 때는 빨리 돌아왔는데…"라고 다시 한 번 너스레를 떤 윤계상은 "이번에는 정말 오래 걸렸어요. 정환이라는 인물 자체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담고 있잖아요. 잠깐이었지만, 4개월 동안 간접경험을 하면서 제 자신에게도 그 느낌이 많이 남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후)오래 쉬었습니다"라며 웃음 지었다.

우리말의 존재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윤계상은 "현장에서의 용어들도 일본말이거나 외래어인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진짜 너무 많은 외래어를 쓰고 있었더라고요. 류정환이 조선어학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했으니, 대사에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았죠.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같은 문어체 대사들이 소화하기 조금 어려웠어요"라고 전했다.

감정을 숨기는 연기 역시 '말모이'를 통해 익힐 수 있었다. 몇 번을 오열할 만큼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던 신들을 소화해야 했고, 그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통해 자신을 한 번 더 다잡을 수 있었다.

"연기할 때는 자신을 투영시켜야 감정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슬픔을 다 표현한다고 하면 끝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정환의 상황이) 너무나 큰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의 감정선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에요. 특히 원고를 뺏기고 나서 지하실로 가는 장면에서는 너무 많이 울었거든요. 감독님께서 '그렇게 하면 다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일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첫 테이크부터 모든 게 다 무너지는 감정을 느끼면서 이 감정을 진짜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슬픈) 에너지가 저 달나라까지 가겠다 싶었죠."

윤계상은 극 속 문당책방 주인이자 말모이 동지인 구자영(김선영)이 판수에게 "원래는 잘 웃기도 하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정환을 소개하는 장면을 예로 들며 "원래 그 모습이 정환인 것이거든요. 달라지는 게 아니라,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바람대로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유해진을 향한 마음도 전했다. "형님을 따라가고 싶어요. 그런 눈으로 늘 형님을 바라보고 있죠"라며 미소를 보인 윤계상은 "매의 눈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민함 속에 통찰력이 있으시죠. 또 집요하셔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세요. 대충 넘어가시는 게 하나도 없죠. 정말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2004년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을 시작으로 2017년 '범죄도시'에 이르기까지, 연기를 시작한 시간이 어느덧 15년차를 맞았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해 어느덧 올해 20주년을 맞았고, god의 재결합 이후 공연과 앨범 발매, 멤버들과의 방송 활동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윤계상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범죄도시'는 연기를 하는 윤계상의 존재감과 진가를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켜 준 계기이기도 하다. 윤계상도 "'범죄도시'를 마치고 나서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들어오기는 하는 것 같아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예전에는 착한 역할 위주의 작품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살인마 역할도 들어오고, 직업군이 굉장히 다양해진 느낌이죠. 감사한 마음이에요"라고 얘기했다.

전작과 현재의 '말모이'는 너무나 다른 결의 연기이기도 하기에, '연기 변신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의견에도 "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절실함'이었다. 윤계상은 "왜냐하면, 저는 정말 절실하고 아직도 연기가 매번 너무너무 어렵거든요. 류정환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는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어떤 순한 느낌의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덤볐는데, (그 감정의 깊이가) 너무 밑이니까,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장첸 캐릭터는 도와준 분들이 많았고, 저 혼자 만든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범죄도시'로 호평을 받고 든 생각은 '그래도 (장첸을 연기한 덕분에) 받게 되는 시나리오에 다양성이 생겼구나' 정도였던 것 같고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말모이'로 2019년의 시작을 여는 윤계상은 차기작으로 영화 '유체이탈자'(가제)'를 촬영할 예정이다. 윤계상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늘 어려워요. 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부분들을 잘 생각해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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